한담객설閑談客說: 일도양단
보스톤코리아  2024-04-01, 11:28:32 
트럼프 포비아란 말이 눈에 띄였다. 전前 트럼프 미국대통령에 대한 공포감 정도로 해석할 수있겠다. 물론 그를 지지하는 층도 상당하다 하니, 호불호는 극명히 갈리는 모양이다. 

물과 기름의 경우도 있다. 물과 기름이야 어차피 섞일수도 어울릴 수도 없다. 피차 포빅 (Phobic) 이란 말인데, 물 과 기름은 분리는 어렵지 않다.  

한국에선 곧 국회의원 선거가 있다. 각 정당마다 후보를 내세워야 하는데 희망자는 많은 모양이다. 공천이라 하던데, 추려내고 골라야 하는데 열을 내고 있단다. 이 역시 분리선택이라 해야 하는데 글귀 하나가 떠올랐다. 주자의 말이란다. 

‘베어 내자니 풀이 아닌게 없고
두고 보자니 꽃이 아닌게 없다.’

분리하고 심사하는 사람들 고민이 많겠다. 김훈의 글귀를 차용해서 몇자 옮긴다. ‘버릴 게 없고, 버릴 곳도 마땅치 않은데 버려야 하기에 마음만 산란하다.’ 하긴 버릴 게 아니라, 뽑는다 생각하면 어떨까. 그것 역시 쉽지는 않을 게다. 추려 낸다 해야 하나?

아내가 부탁했다. 깍두기를 담굴 테니 무우를 썰어 달라는 거다. 나야 감지덕분 흔쾌히 응락하고 도마을 마주 했다. 아내의 주의사항이 앞섰다. 잘라야 하는 무우의 규격이었는데, 크지 않게 먹기 좋게 잘라야 하는 거란다.  내 성격을 알고 있으니, 대충 대충 잔머리 굴리지 말라는 주의사항이었던 거다.  

일을 시작했다. 그러나 내겐 일도양단一刀兩斷이 먼저였다. 단칼에 큰 무우를 두조각으로 쪼갰다는 말이다. 둘로 잘라 반토막을 내면 다루기에 한결 편하기 때문이었다. 

세상 일이라면 다를 것이다. 어찌 모든일을 단칼에 무우 베듯 자를 수 없을 테니 말이다.  물위에 뜬 기름마냥 건져내고 분리해 낼 수있을 것인가. 버릴것과 남길 것을 단번에 구분할 수있을까. 

책도 그러하다. 보관해야 하는 걸 골라야 하고 버릴 것은 버려야 한다. 그걸 안목이라 하던데 나는 쉬이 결정할 수는 없다.  결정장애을 앓고 있다고나 할까.  내게 책 버리는 일엔 일도양단은 없다는 말이다.  버리자니 아깝고, 남기자니 짐이 될게 뻔하기 때문이다. 버릴 책 고르기에 포비아가 있다는 말인데, 마음만 산란하다. 

진실로 진실로 세상을 몰라 묻노니 (박재삼)

그 나무를 베어 없애라 (다니엘 4:23)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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