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겨울 비
보스톤코리아  2024-01-29, 11:28:05 
대한大寒은 24절기중 마직막 절기이다. 양력으론 정월 20일쯔음 일게다. 한겨울 추위도 한풀 꺾이기 시작하는 절기인 게다. 

한국신문 동아일보에 실렸다. 백여년 전 한국에선 대한大寒즈음에 비가 내렸다는 기사이다. 때아닌 비소식이 특이하다 싶다. 비가 내린 날은 음력으로 임술년 (1922년) 12월 6일 이라했다. 양력으론 1923년 1월 22일이다. 보도기사記事는 흑백사진과 같이 했고 만연체로 썼다. 읽어 내기엔 숨이 차다. 

<대한에 대우大雨… 경성은 유리 장판… 근래 희한한 일…> 어제 21일에는 눈보라가 하늘에 날고 바람이 사람의 살을 어일만한 대한大寒 절기임에도 불구하고 새벽 1시부터 가는 비가 부실부실 나리기 시작하여 마치 경성에는 돌연히 봄이 온듯하나 비는 오는대로 얼어서 경성시가는 유리장판을 깔아 놓은 듯 통행이 지극히 곤란하게 되었는데 사람마다 이와 같이 대한 절기에 비가 오는 것은 참말 희한한 일이라 하여 매우 이상히 여기며 혹은 금년에 재란이 날 증조가 아닌가 하는 사람까지 있는데 이에 대하여 측후소의 말을 듣건데, 대한절기에 비가 온 것은 처음 있는 일로 조선 전국에 대개 비가 온 듯하다 하며 이번 비로 인하여 농작물에는 별도의 손해가 없을 듯하고 오늘 22일 오후에는 개일 듯 하다더라 (사진은 21일 우중의 경성 거리)

백년 후이다. 지난 주간週間 보스톤에선 비가 섞인 눈이 내렸다. 눈비가 얼음이 되게끔 춥기까지 했다.  덕분에 세워둔 자동차 차창과 지붕이 모두 얼어 얼음으로 뒤덥혔다. 차에는 고드름까지 달렸던 거다. 동아일보 기사처럼 거리는 얼어서 유리장판을 깔아 놓은 듯 통행이 지극히 곤란하게 되었던건 불문가지. 

그러나 겨울비가 오는게 반드시 희한하다 할수는 없겠다. 겨울비라면 용혜원 시인이다. 한구절만 옮겨 적는다. 겨울비는 지금봄이 오는 길을 
만들고 있나 봅니다(용혜원, 겨울비 중에서)

대한大寒이 지나고 두어 주쯔음 기다리면 봄의 입구이다. 입춘立春이라는 말이고, 입춘대길이라 써붙여야 할 판. 봄이 아직은 멀다만 봄길은 아른아른 보인다. 

이 일이 겨울에 일어나지 않도록 기도하라 (마가 13:18)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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