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와 인생 9
보스톤코리아  2023-10-30, 11:37:44 
11번홀 : 골프 그리고 부부(夫婦)
흔히들 골프와 부부생활이 비슷하다고들 한다. 왜일까? 전체적인 부분은 잘 모르겠지만 한가지 확실한것은 이 둘 다 내맘처럼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만약 골프가 내가 맘 먹은대로 또는 내가 원하는대로 다 된다면 그건 이미 골프가 아닐것이고 마누라가 잔소리 없이 내맘처럼 고분고분 따라준다면 이 역시 내 마누라가 아닐것이다. 더욱이 골프란 운동이 내맘데로 되지 않는 쉽지 않은 운동인데 거기다 와이프와의 동반 라운딩에는 골프 에티켓 이외에 와이프의 신경을 자극하지 않게 더 유별나게 신경을 써야하니 이게 말처럼 행복하고 쉬운 골프는 아닌것이 틀림없다. 이처럼 내맘대로 잘 안되기 때문에 내맘대로 되게 하려고 온갖 정성과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이 골프와 부부생활이 비슷한것 같다.

자! 이제 이런 골프와 부부생활에 대해 생각해 보면서 열한번째 홀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 한다.
나의 부부동반 골프소식을 들은 한 친구가 나에게 귀뜸을 해 준다. "와이프랑 아무 문제없이 골프치려면 입을 굳게 다물되 입가에는 미소를 잃지 말고 과묵하되 나이스샷이란 말은 입에 달고 라운딩할것 또한 이래라 저래라 어설픈 잔소리는 금물이니 괜히 아는척 나서지 마라" 이것만 명심하면 부부간 즐거운 라운딩이 될것이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처음에는 “뭔 개소리야.. 와이프랑 재밋게 골프를 즐기면 되지 말조심하라니 골프는 몸으로 하는거지 입으로 하는것도 아닌데…” 그러나 친구의 조언은 진리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고 요즘은 부부동반 골프를 나간다는 친구에게는 내가 먼저 이 진리를 설파하고 나선다.

사실 부부와 함께 라운딩 하는것은 행복한 일이다. 모르는 사람과 예의를 갖추고 매너 좋게 골프를 즐기는것 처럼 와이프와도 매너를 지키며 골프를 즐기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와이프는 이 세상에서 나와 가장 가깝고 심지어는 나와 일심동체라는 그릇된 생각으로 에티켓과 배려 보다는 언제나 잔소리와 질책이 앞서게 된다.

솔직히 골프를 하다보면 가끔 자신보다 조금 실력이 모자란다 생각되면 서로 잘 아는 사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세가 어떻느니 스윙궤도가 어떻느니 한마디 하고싶어 입이 근질거리는 인사들을 만나게 된다. 한참 집중하고 라운딩을 하는데 이런 인사들이 끼어들어 한마디씩 해 데면 정신도 산란해지고 공도 잘 맞지 않는게 어떨때는 불쾌감 마저 들 때가 종종 있음을 나는 잘 안다. 이런 행동이 상대의 플레이를 망치고 기분까지 상하게 만든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신기하게 와이프와 골프를 할 때면 이런 나쁜 매너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오래전 한국에서 친구와 함께 부부동반 라운딩을 가진적이 있다. 미국에서야 골프에 대한 접근성도 쉽고 부부끼리 라운딩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지만 골프 부킹하기가 하늘에 별따기 처럼 쉽지않은 한국에서야 자주 있는 일은 아닐 뿐더러 더욱이 나같이 한달에 한번 친구들과 만나 골프를 즐기고 그 외에는 일 때문에 골프를 치는 주말골퍼에게는 어쩌다 한번 있는 극히 드문 일이기도 하다.

이렇게 드물고 어렵게 찾아온 부부동반 라운딩을 활용해 부부간의 화목을 이루고자 집에서부터 온갖 부산을 떨며 산뜻하게 출발하지만 라운딩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그리 순탄치만은 않은 경우가 흔히 있다.

이유가 뭘까? 내심 곰곰히 그날의 부부동반 라운딩을 되새겨 보니 역시 주범은 그 잘난 나의 입에서부터 시작된것 같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한참 골프에 열중해 있는데 이러니 저러니 잔소리를 해 대면 나 자신도 여간 신경쓰이는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와이프의 샷 하나하나에 뭐 그리 해 주고 싶은 말이 많은지 연신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떠들며 쫓아다니던 나의 모습이 생각났다. 얼마나 짜증이 났을까? 잘한다고 칭찬은 못할 망정 골프를 왜 그리 치느냐고 핀잔만 줬으니 집에 오는길이 이정도로 끝난것 만도 감사해야할 지경이다.

골프 스윙을 포함한 골프의 모든 습관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것이 아니다. 골프는 수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자기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스윙을 끝없이 만들고 찾아가는 과정이다. 이처럼 몸에 베인 습관이 말 몇마디로 고쳐질까? 더욱이 실전에서 그립을 바꿔 봐라, 어깨를 턱 밑으로 집어넣어라, 허리를 이용해라 등등 암만 말해봐야 실전에서 혼란만 주는 말들을 딴엔 신경써서 해 주는 금과옥조와 같은 조언인양 해 데고 있으니 이는 와이프를 배려하는것이 아니라 그날의 라운딩을 완전히 망치려고 작정한 행동밖에는 되지 않는다.

굳이 아내에게 조언하고 싶다면 라운딩 전에 “여보 연습장에서 연습하는 기분으로 맘 편히 라운딩 해” 이 한마디면 충분하다. 라운딩 중에는 “굿 샷! 와! 잘치는데 언제 그렇게 실력이 늘었어”하고 칭찬만 해 주면 된다. 한샷 한샷으로 엮어지는 라운딩에서 칠때 마다 잘못을 지적하고 시정을 요구하는것은 아내의 게임에 리듬을 흩트러트리고 내 스스로에게도 스트레스만 가중시킬 뿐이기 때문이다.

진짜 조언은 게임이 모두 끝난 뒤 맛있는 식사를 하면서 또는 연습장에 같이 갔을때 “여보 그때 이렇게 한번 해 보지 그랬어? 그날 보니 백스윙이 좀 내려왔더라 등 진지한 마음으로 그날의 플레이를 함께 되세기는 것이 훨씬 효율적일 것이다.

부부생활도 마찬가지이다. 수십년을 다른 환경에서 자라다가 어느날 갑자기 눈에 불똥이 튀어 만난 두 사람이 모두 자기맘 같지 않은것은 당연한 일이다. 수십년간 몸에 벤 습성을 잔소리 몇마디로 고쳐지기를 바라는것 자체가 무리인것을 뻔히 알면서도 매번 서로가 잔소리를 해 데며 왜 그렇게 못하냐고 투정하고 싸우기 일쑤다. 딴엔 내 남편이, 또는 내 부인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정성을 다 한 조언을 해 주는양 하지만 순간 순간의 행동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말하는것은 조언이나 배려가 아닌 지적질로 밖에는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진짜 고쳐지길 바라는게 있다면 순간 순간의 행동에 대고 잔소리 하지 말고 분위기 좋은 까페에서 또는 포장마차에서 소주한잔 같이 하면서 “이러는게 어때? 저러는게 어때?” 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게 훨씬 효율적일 것이다. 마치 골프에서 라운딩 순간 순간 지적질 분위기 험악 해지지 말고 라운딩 후 차분이 이야기 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인것 처럼…

천금같은 조언과 충고에도 다 때와 장소가 있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아무리 선의를 가지고 해 주는 조언일지라도 때를 잘 못 맞추면 독이 된다는 사실, 더군다나 남도 아니고 부부사이에서는 이 때와 장소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박진영 (보스톤라이프스토리닷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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