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도(花郞徒)와 성(性) 그리고 태권도(跆拳道)
화랑세기花郞世紀, 원화源花 미실美室(2)
보스톤코리아  2023-10-23, 11:35:56 
2세 풍월주 미진부가 아버지이며, 묘도가 어머니인 미실은 태어날 때 부터 범상치 않은 태몽으로 출생하였다. 어느날 법흥왕이 박영실455) 과 궁궐 안뜰에서 축구를 하고 있었다. 그 때 잠에서 덜깬 눈과 엉크러진 머리를 한 후궁 옥진궁주가 다가오더니, 왕의 손을 이끌며 잠자리를 청하였다. 놀란 왕이 그 연유를 묻자, 옥진은 “좋은 꿈을 꾸었는데 반드시 귀한 아들을 낳을 것입니다” 라고 했다. 왕이 무슨 꿈이냐고 물으니, 옥진은 이어서 “칠색조七色鳥가 가슴으로 들어 왔습니다” 라고 했다. 그러자 법흥왕은 웃으면서 “7색은 섞인 것이고, 새鳥는 여자다. 빈첩嬪妾의 조짐이다. 네 지아비와 더불어 동침하라” 고 했다. 옥진은 기쁘지 않아 영실과 잠자리를 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자 왕이 다시 말하기를 “네 지아비와 나는 일체이다. 아들을 낳으면 곧 태자로 삼고 딸을 낳으면 곧 빈嬪으로 삼을 것이다” 라고 하였다. 그러자 새치름해 있던 옥진은 왕의 약속에 밝게 웃으며 기뻐하더니 이윽고 지아비 영실의 손을 잡고 장막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이 그날 나눈 사랑의 결실로 과연 법흥왕의 예견대로 여아가 태어났다. 옥진은 왕을 신이라고 여겨 아이의 이름을 묘도妙道라고 지었다. 묘도가 자라자 법흥왕은 약속대로 그녀를 후궁으로 들여 사랑을 했다. 그런데 작고 좁아 맞을 수가 없었다(아마도 아주 어린 나이에 후궁으로 들인 것같다). 또한 왕의 양기가 너무 강했기 때문에 묘도는 저녁이 되면 몹시 괴로워했다. 결국 왕은 묘도를 가까이 하지 않았다. 
이 무렵 미진부는 어머니 삼엽궁주를 따라와 늘 대궐에서 지내면서 외할아버지 법흥왕의 귀여움을 독차지하였고, 때때로 소일을 보좌하기도 하였다. 그들이 머무른 곳은 묘도의 전殿을 사이에 두고 있었다. 묘도는 늘 미진부를 볼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렸고 장성해가는 그의 늠름한 모습에 매료되어 갔다. 어느날 미진부가 자신의 전각 앞을 지나가는 것을 기회로 묘도는 그를 끌어들여서 상통했다. 서로 잘 맞아 부부가 되기를 맹세했다(원문에는 부부라는 단어는 없다. 다만 탈자가 되어 있어서 어떤 단어가 있었는지 알 수는 없는데 문맥상 부부로 볼 수 있다). 한편 540년 법흥왕이 사망하자 지소태후(진흥왕의 어머니)는 섭정을 하였고, 그녀는 아시공(미진부의 아버지)과 가까이 하고자 미진부와 묘도의 결혼을 허락하였다.456)  그러나 그들은 오랫동안 아이를 낳지 못했다. 
그러던 중 어느날, 옥진궁주가 꿈에 칠색조가 자신의 가슴속에서 날아 묘도에게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놀라 일어난 옥진은 꿈이 너무나 이상하게 여겨져 묘도의 침실에 가서 엿보았다. 그때 묘도와 미진부가 바야흐로 합궁을 하고 있었다. 옥진은 이에 기뻐서 알려주며 “너희 부부는 이제 귀녀貴女를 낳을 것이다” 했다. 과연 옥진의 예견대로 달이 차서 여아를 낳았다. 그녀가 미실美室이다. 
미실은 당시 가장 아름다운 여인으로 묘사되어 있다. 그녀는 용모가 절묘하여 풍후함은 옥진玉珍을 닮았고, 환하게 밝음은 벽화碧花를 닮았으며, 빼어나게 아름다움은 오도吾道를 닮아서 백화百花의 신묘함으로 뭉쳤고, 세 여인의 아름다운 정수를 모두 모았다.
옥진은 미실의 어머니의 어머니로 외조모이다. 벽화는 미실의 할머니 삼엽궁주의 어머니이다. 오도는 옥진의 어머니이다. 옥진, 벽화, 오도 세 여인 모두 당대에 으뜸가는 미인이었다. 그런데 미실은 백 가지 꽃의 신묘함과 가장 아름다웠던 세 여인의 우성 유전자만 물려 받았으니 그녀의 아름다움은 가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다.
그래서 옥진은 “이 아이는 우리의 도吾道를 일으킬 만 하다” 라고 하였다. 그런데 여기에 등장하는 ‘오도吾道’ 는 옥진의 어머니 오도의 아름다움을 다시 이어간다는 말인지, 아니면 그들의 인통姻統인 ‘대원신통’ 이 왕실과의 혼인을 독차지 하여 이어가겠다는 뜻인지 정확하게 구별할 수는 없지만, 옥진은 미실을 끼고 ‘교태부리는 방법(미도媚道)’ 과 가무歌舞를 집중적으로 가르쳤다. 

455) 박영실은 법흥왕의 생질甥姪이다. 즉 왕의 누이 보현공주의 아들이다. 또한 법흥왕이 가장 총애했던 총신이었고 말년에는 왕위를 물려주려고도 하였다. 게다가 박영실이 혼례식을 하던날도 참석하여 축하를 해주었다. 그런데 거기까지는 참 좋았는데, 신부의 미모에 빠진 법흥왕은 그녀를 후궁으로 삼고 말았으니 그녀가 바로 옥진이다. 법흥왕은 옥진과 함께 낳은 서자 비대比臺에게로도 왕위를 이으려고 했지만, 옥진의 아버지 위화랑과 적녀 지소와 서녀 삼엽궁주(미실의 할머니) 등의 반대로 결국 차기 왕위는 지소의 아들인 김삼맥종에게로 이어졌다. 그가 제24대 진흥왕이다. 

456) 지소태후가 아시공과 가까이 하고자 한 것은 사사로운 것이 아니라 , 섭정을 잘하기 위하여 정치적인 세력을 규합하고자 이복동부 자매인 삼엽궁주의 남편인 아시공의 힘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소는 551년까지 섭정을 했다. 또한 원문에는 탈자가 되어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문맥상 지소태후가 미진부와 묘도의 결혼을 허락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참고문헌: 삼국사기, 삼국유사, 화랑세기 – 신라인 그들의 이야기(김대문 저, 이종욱 역주해, 소나무), 화랑세기 – 또 하나의 신라(김태식, 김영사), 한국사데이터베이스(db.history.go.kr)


박선우 (박선우태권도장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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