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완장
보스톤코리아  2023-04-03, 12:02:57 
한국신문에서 봤다. 의류회사간 상표권 침해 소송이 붙었단다. 소송은 평범한 가디건 때문이다. 두 가디언 모두 왼쪽 팔소매에 3선이나 4선 흰색 줄무늬가 붙어있다. 사진으로 보기엔 흡사할 수도 있겠다. 내눈엔 그렇다는 말이다. 그러나 법원은 상표권을 침해한 건 아니라고 피고측 손을 들어 줬다던가. 붙어있는 줄무늬는 군대 계급장이나 완장처럼 보인다.

완장 (armband) 이라 한다. 말은 어렵다만 신분이나 지위따위를 나타내기 위해 팔에 두르는 표장標章 이 뜻이다. 한편 '권력, 권한을 가진 사람'을 나타내기도 한다는 거다. 오죽하면 한국소설에서도 완장은 등장한다. 소설제목 역시 완장인데, 저수지를 관리하고 지키는 고용인의 팔뚝에 자랑스럽게 걸려있는 거다.

소설중 한 대목이다. “완장은 대개 머슴 푼수이거나 기껏 높아 봤자 마름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도 완장은 제가 무슨 하늘 같은 벼슬이나 딴 줄 알고 살판이 나서 신이야 넋이야 휘젓고 다니기 시작했다. 마냥 휘젓고 다니는 데 일단 재미를 붙이고 나면 완장은 대개 뒷전에 숨은 만석꾼의 권세가 원래부터 제 것이었던 양, 바로 만석꾼 본인인 양 얼토당토않은 착각에 빠지기 십상이었다”

지난 월드컵 축구기간이었다. 한국팀 손흥민이 완장을 찼다. 주장이라는 표식인데, 그 완장이 불량품이었던가. 경기중 자주 흘러 내렸던 모양이다. 경기중엔 온 신경과 몸을 집중해야 할진대, 불편한 완장까지 챙겨야 했고 아예 손에 들고 뛰기까지 했더랬다. 나역시 경기에 막대한 지장을 준 불상사에 짜증이 앞섰더랬다. 싸구려 티를 낸다. 

어디 그뿐이랴. 학교적 훈육교사들은 팔에 완장을 두르기도 했다. 등교적에 교문앞에서 지키던 학생회 상급생들도 노란색 완장을 차고 있었다. 권력의 표징인가? 아니면 지위의 표식인가?

그런 완장이 내게는 그닥 달갑지는 않았다. 고등학교시절 주번일적에 완장을 차봤기 때문이다. 주번은 주전자에 물을 받아 오는게 일이었고 체육시간엔 교실에 남아 있어야 하는게 주임무였다. 아, 교과후 칠판을 지우는 일도 중차대한 일이었다. 완장은 녹색이었던가? 

한국군에 입대 했을 적이다. 훈련병시절 아직 훈련소적이다. 당직사관은 붉은 줄이 두개인 노란 완장을 차고 있었다. 말하나 마나 그 완장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훈련이란 명분이었는데, 트집을 잡기 시작하면 빠져 나갈 구멍은 없었으니 말이다. 

한국 헌병들도 헌병들도 완장을 차던가. 이젠 헌병을 군사경찰이라 이름을 바꿨다지. Military Police( MP)말이다. 그러나 모습이야 당직사관의 노란완장에 비하랴. 

그 일로 대제사장들의 권한과 위임을 받고 (사도행전 26:12)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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