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은둔의 나라 (Hermit Kingdom)
보스톤코리아  2020-04-06, 10:57:30 
이번 여름에 올림픽이 열리기로 되어 있었다. 바이러스 덕에 개최가 연기되었다던가. 일본 동경이 개최지이다. 

일본, 유럽을 만나다. 책 제목이다. 몇개월전 선배가 건네 줬다. 책 저자가 한국을 향해 한 말이다. ‘그토록 세계와 단절되어 있던 은둔의 왕국이 산업화를 추구한 지 불과 반세기 만에 세계 10대 무역국이 된 것은 세계사에 기적의 스토리로 남을만 하다.’ (신상목,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세계사). 책에 의하면 한국에선 이미 오래전 은둔이 사라졌다. 더이상 은둔의 왕국이 아니라는 말이다. 

해류도를 찾아 봤다. 남쪽에서 흘러오는 해류를 따라 갈적이다. 굵은 붉은선은 난류가 흐르는 방향이다. 앞에는 일본 규슈이고, 왼편으로 한반도가 보인다. 한반도는 물길에서 슬쩍 비켜서 있다. 

항해하는 배는 바람과 물길을 탄다. 통상通商하는 배역시 다르지 않을 거다. 그러니 배가 중국남부에서 출항한다면, 한반도를 거치는건 쉽지 않을 수도 있다. 큰 물길을 탈수없기 때문이다. 덕분에 조선은 외세의 손과 눈길에서 벗어나 있었을 수도 있다. 한편 물결은 일본 열도를 바짝 붙어 흐른다. 서양의 배가 먼저 닿는 곳이 바로 그곳인게다. 한반도가 해류의 흐름에서 슬쩍 비낀건 행운인가? 아니면 불행인가? 확실한 대답은 없다. 

한편, 일본은 한반도의 방파제이다. 또한 한반도는 일본이란 담장속에 갇혀있다 할수도 있겠다. 자연적 은둔이요, 칩거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은둔할 적엔 고요할 수밖엔 없을테니, 고요한 아침의 나라라 해야 할터. 언젠가 읽었던 글중 한대목이다. 오히려 시처럼 읽힌다. 

한국인은 꿈꾸는 사람이다. 그들은 자연을 꿈꾸듯 응시하며 몇 시간이고 홀로 앉아 있을 수 있다. 산마루에 진달래꽃 불타는 봄이면, 그들은 지칠 줄 모르고 진달래꽃을 응시할 줄 안다. 잘 자란 어린 모가, 연둣빛 고운 비단천을 펼친 듯 물 위로 고개를 살랑인다. 색이 나날이 짙어졌다. 한국인은 먼산 엷은 푸른빛에 눈길을 멈추고 차마 딴 데로 돌리지 못한다. 그들이 길가에 핀 꽃을 주시하면 꽃과 하나가 된다. 한국인은 이 모든 것 앞에서 다만 고요할 뿐이다. (고요한 아침의 나라, 노르베르트 베버 저 / 박일영, 장정란 역, 에서)

조선. 국호로는 멋진 이름이다. 고요한 아침의 나라는 조선의 직역이다. 그런데 요사이 고요했던 아침의 나라가 무척 시끌하다. 은둔을 넘어 활발히 교류하다 보니, 바이러스까지 옮아 온거다.   

문을 닫아 걸었던 조선뿐이랴. 이젠 세계 열방 모든 나라가 문을 닫고 은둔에 들어갔다. 모두 바이러스 때문인데 고약하기 짝이 없다. 독자여러분, 모두 건강하시라. 

그들을 떠나가서 숨으시니라 (요한 12:36)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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