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꽃비가 창문을 두드린다
보스톤코리아  2019-06-17, 13:39:07 
이바라기 노리코. 일본 여류시인이라 했다. 그녀는 윤동주를 흠모했고, 덕분에 한국어를 공부했다고 했다. 윤동주의 시를 읽기 위해서 였다. 그런데 이바라기 시인의 이름을 입에 올린적엔 해바라기처럼 읽힌다. 해바라기가 해를 바라보고 따라가면, 이바라기 시인은 윤동주를 따라간다. 

윤동주를 기리는 그의 친구 유영교수의 글이다. 일부만 따왔다. 

東柱야 夢奎야/너와 즐겨 외우고/너와 즐겨 울던/三不이도 炳昱이도
그리고 處重이도…./아니 네노래 한구절 흉내에도 땀빼던 玲이도 여기와 있다.
窓밖에 있거든 두다리라.
東柱야 夢奎야
窓밖에 있거든 두드리라.
그리고 소리쳐 對答하라.
아는가 모르는가
‘東柱야!  夢奎야!’
(유영, 1947, 窓밖에 있거든 두드리라 중에서)

윤동주를 사랑한 시인이 어디 이바라기뿐이랴. 같은 신문에서 읽었다. 사이또 마리코. 윤동주를 사랑한 다른 일본 시인이다. 그녀 또한 한국어를 공부했는데, 유독 눈송이란 말을 좋아 한다고 했다. 일본어에는 눈송이란 말이 없다하던가. 눈송이라 말하면 송이처럼 포근하다. 

작가 김훈은 숲이란 말을 좋아 한다고 했다. 숲에 바람이 일면 바람이 숲을 스치는 소리도 들린다 했다. 시원한 바람소리인게다. 작가와 시인이 그럴 적에, 나는 꽃비란 말을 좋아한다. 봄에 그렇다는 말이고, 가을엔 먼산 바라기란 말을 좋아 한다. 한편 여름엔 소나기이다. 

올봄 보스톤엔 비가 잦았다. 지난 겨울이 너무 말랐기 때문일게다. 덕분에 피던 꽃잎들이 떨어졌고, 바람결에 흩어졌다. 눈송이 대신 꽃송이가 비가 되어 바람에 흩날렸다는 말이다. 꽃비와 꽃송이란 말이 눈송이를 압도했던 거다. 북극에 사는 에스키모에게 눈雪을 나타내는 말은 수십가지라 했다. 한국어도 만만치는 않을 테지만, 눈송이 보다는 꽃송이가 먼저 일수도 있겠다. 

곧 꽃비대신 소나기가 해바라기위에 내리는 철이 다가올 터. 네이버 국어사전에 따른다. 꽃비란 ‘꽃잎이 비가 내리듯 가볍게 흩뿌려지는 것’. 해바라기 꽃잎도 소나기에 떨어질 것인가?

소나기, 가을비, 봄비를 철따라 내리시고 (예레미야 5:24)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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