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르고의 영어잡설 32 ] 왔노라, 보았노라, 정복했노라 |
보스톤코리아 2018-10-04, 20:00:09 |
Veni, Vidi, Vici. 기원전 47년 줄리어스 씨이저가 폰투스의 파르나케스 2세와 벌인 전쟁에서 승리한 후 로마의 원로원과 시민들에게 보낸 승전보에서 쓴 말이다. 라틴어는 단어의 어미로 문법관계를 나타내는 종합어이다. 한 단어처럼 보이는 이 세 마디는 영어로 옮기자면 I came, I saw, I conquered.라는 세 문장이다. ‘오다’라는 뜻의 라틴어 동사는 venire이다. 사람들이 함께 모이는 것은 convene(모이다)이고, 그러한 대회를 convention(전당대회, 총회)라 한다. 둘 사이에 끼어드는 것은 intervene(개입하다)이다. 가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은 venture(모험)이고, 그런 모험을 감수하고 투자하는 자금을 venture capital이라 한다. 미리(pre-) 오는(ven-)는 것은 prevent(예방하다)이고, 반대로(contra-) 오는(-vene) 것은 contravene(위반하다)이다. 대문자로 쓴 Advent는 예수의 강림, 즉 예수가 온다는 의미이다. 우리가 살면서 부딪치는 희로애락은 예기치 못하게 우리게 오는 것들이므로 adventure라 한다. 한 때 결혼이 여자에게 adventure였던 시절이 있었다. 제인에어는 그 남자와 결혼함으로써 어떤 adventure들이 닥칠지 몰라 불안했지만 모험을 했고 결국 불행했다. 앨리스가 이상한 나라에서 겪은 일들은 모두 adventure였으므로 책 제목이 Alice’s Adventures in the Wonderland이다. 톰 소여가 겪은 모험들은 The Adventures of Tom Sawyer가 되겠다. vidi는 ‘보다’라는 라틴어 동사 videre의 과거형이다. 필자가 중학시절 자주 듣던 팝송 중에 Video killed the radio star.란 구절이 있다. 듣는 것보다는 보는 것이 훨씬 더 강력했기 때문이다. 요즘 아이돌(idol) 가수들은 노래라는 청각보다 비주얼에 훨씬 더 많은 비중을 두는 것 같다. video의 /d/는 종종 /s/와 교체된다. video의 형용사형인 visible(볼 수 있는), visual(시각의), vision(비전) 등을 볼 수 있다. invisible(보이지 않는)은 부정접두사 in- + -visible의 결합이다. 자유시장경제에서는 보이지 않는 손, 즉 invisible hand에 의해 가격이 결정된다는 유명한 말이 생각난다. 위에서 보는 것은 supervise(감독하다)이고, 마음속으로 보는 것이 envision(상상하다)이다. 미리 보는 것, 즉 providence는 선견지명이고 통찰력이며 하나님의 섭리이다. 멀리서 전해진 그림을 보는 것이 television이다. vici는 ‘정복하다’란 동사 vincere의 일인칭 과거형이다. ‘승리’라는 단어 victory는 vincere의 과거분사형에서 온 것이다. 이 단어는 16세기에 강력한 해상왕국을 이룬 스페인의 무적함대 이름인 Invincible Armada에서도 볼 수 있다. 빈센트 반 고흐의 이름 Vincent 역시 이 단어에서 나왔다. 이름 그대로 빈센트 반 고흐는 사후에 전 세계 미술 애호가들의 마음을 정복했다. 많은 화가들이 고흐에 대한 열등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의 강렬한 색감, 과감한 생략, 길들여지지 않은 터치, 그 무엇 하나라도 고흐를 뛰어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리라. 게다가 고흐는 세기적 화가가 갖추어야 할 세 가지 조건을 모두 갖추었다. 역설적이지만, 세기적 화가가 되려면, 일단 가난해야 하고, 요절해야 하며, 정통에서 벗어나야 한다. 물론 파블로 피카소처럼 예외적인 사람도 있지만, 고흐, 모딜리아니, 툴루즈-로트렉, 코코슈카 등의 천재적 화가들은 살아생전의 비극적 삶을 사후의 찬사와 추앙으로 보상받았을 뿐이다. 필자는 Victor라는 러시아인 친구를 볼 때마다 그가 정말 승리자 같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영국의 Victoria 여왕도 뜻 그대로 한 시대를 풍미한 승리자였다. 그러나 ‘승리하다, 정복하다’란 단어 vincere와 관련해서는 뭐니 뭐니 해도 안드레아 보첼리의 노래를 빼놓을 수 없다. 금세기는 물론 생존 가수들 중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그의 수많은 주옥같은 노래들 중 Ama Credi e Vai 말이다. Because We Believe란 영어제목으로 알려진 이 노래는 포기하지 말라, 승리하라, 우리는 믿는다는 내용을 가진 치유의 노래이다. “Che per vincere tu dovrai vincere” 약간의 의역을 하자면, “(승리의 빛을) 비추기 위해 당신은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언제 들어도 가슴속 저 깊은 곳으로부터 울림이 저며오는 노래이다. 올댓보스톤 교육컨설턴트, [email protected] 지난주 [오르고의 영어잡설 31] 내용 중 톨스토이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로 정정합니다.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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