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사랑, 그 낭만에 대하여...(2)'' - 마음이 바뀌면 인생도 바뀐다. XIX -
보스톤코리아  2016-10-31, 12:09:35 
알록달록한 물감을 칠하듯, 온 세상이 단풍으로 붉게 타올랐던 것이 바로 어제 같은데, 그 아름답던 단풍이 수많은 낙엽이 되어 여기저기 떨어져 간다. 그토록 열렬했던 사랑이 쓸쓸히 떠나가는 모습과 너무도 닮은 꼴이다.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는 도종환의 시가 생각난다. 하지만, 버려야 할 것을 버리는 일이 그리 쉬운 것은 아니다. 특히, 아끼고 사랑했던 그 누군가를 떠나 보내는 일은 죽을만큼 아플 수 있다. 그 아픔에도 불구하고, 보내야 함은 이 세상에 그 어느 것도 영원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소유하려 하면 할수록, 갖고 싶은 것은 더 쉽게 멀어 져 간다. 그래서 사랑이 떠나려 할 때, 그 사랑을 과감히 버려야 할 이유가 있다. 사랑을 소유하려 하면 할수록 더 멀리 떠나버리고, 떠나가는 사랑에게 집착한다면 지울 수 없는 큰 상처를 마음에 남기기 때문이다.  

김현식의 '사랑, 사랑, 사랑' 노래 가사처럼 '그 흔한 사랑 한번 못 해본 사람, 그 흔한 사랑 너무 많이 한 사람, 한번쯤 사랑에 울어 보지 못한 사람, 한번쯤 사랑에 웃어 보지 못한 사람'은 평생 유아적인 나르시스틱한 사랑을 떠나지 못하고, 오디프스 갈등속의 어른 아이로 있기가 쉽다. 따라서 한번은 자신이 아닌 그 누군가를 열렬히 사랑하고, 헤어져 볼 필요가 있다. 최백호의 노래처럼 사랑의 낭만을 그리워하고, 양희은의 노래가사처럼 '다시 또 누군가를 만나서 사랑을 하게 될 수 있을까' 의심하며 쓸쓸한 사랑을 해보아야 어른이 된다. 단, 너무 깊은 상처로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사랑만 아니면 된다. 너무 깊은 상처는 새도-매조키즘의 관계 혹은 유아적인 나르시즘에 집착하며 평생 살아가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교의 '효'와 '정절'이 각인되어있는 사람이거나, 혹은 아버지와 어머니가 다정한 존재이기 보다 무섭게 룰을 따라야 하는 감정을 통제받은 사람일수록 이성과 사랑에 빠지기가 힘들다. 로맨틱한 감정이 생기면, 무의식적으로 부모와의 관계가 생각나면서 왠지 그러면 안될것 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무의식적인 갈등을 계속 누르며, 내적 갈등이 증가되면 이상한 증후군으로 갈등을 해결하려 한다. 언제나 웃어야만 예쁘고 그래서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강박적 믿음의 '스마일 마스크 증후근', 동화책 파랑새의 주인공처럼 항상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허황된 꿈만 꾸며 더 나은 삶이 아무런 노력없이도 이뤄 진다고 바라는 '파랑새 증후근',  피터팬 동화처럼 성인이 되는 것을 거부하는 '피터팬 증후군'이  있다. 더 어려지고 싶은 동안 열망, 더 예뻐지고 더 멋있어지려 하는 성형중독, 운동중독이 만연하다. 사실 더 어려보이고, 더 섹시하고, 더 멋있는 사람들이 많아 짐 에도 불구하고 그 흔한 사랑에 제대로 빠져들지 못하고, 유아적 나르시즘에 빠져가는 어른 아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지난 번 칼럼에 이어 오이디푸스의 운명을 다시 이야기해본다. 누구나가 오이디프스의 운명을 짊어지고 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임신 사실을 안 순간부터 어머니는 운명적으로 자신보다 아이에게 더 애틋한 애정을 갖는다. 아이가 태어난 후, 어머니와 아이는 마치 두 몸이 하나가 되는 절대적인 공존관계의 일치(Symbiotic Union) 에 빠지면서, 유아는 유아적인 나르시스틱 사랑에 흠뻑 젖는다.  유아의 시기를 지나 아이가 되면서 오이디푸스 컴플렉스(Oedipus Complex)의 시기를 통하게 된다. 아버지의 존재가 인식되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아이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대상화, 즉, 남아는 어머니를 통해, 여아는 아버지를 통해 이성간의 관계를 처음 배우게 된다. 처음으로 갖는 삼각관계 경험이다. 이 삼각관계는 아버지, 제 삼자의 등장으로 어머니와 아이만의  완전한 합일의 환각적인 나르시스틱한 관계를 버리게 하기에  갈등을 일으킨다.  김혜남은 자신의 책 "나는 너를 사랑할수 있을까?"에서 오이디프스의 갈등을 잘 설명해준다. '프로이드는 성인들 인간관계 모두는 이전 감정의 재편집이며, 아이가 생후 초기 어머니와 나눴던 유대감과 자라면서 오디프스 갈등과 관련해 아버지에게 느꼈던 감정이 바로 사랑의 끌림으로 재현한다' 고 한다. 

그래서 첫 사랑은 달콤하고 신비할 수 밖에 없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갖는 이성간의 사랑은 아직 부모와의 유아적인 나르시스틱한 사랑법과 겹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 황홀한 상태에서 성적 욕망이 생겨나면 오이디프스의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복잡해진다. 자신이 아닌 다른 이를 사랑하는 일이 얼마나 힘드는지 겪어보면서 유아적인 나르시스틱의 사랑에서 벗어나 성숙한 사랑을 배우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다른 이를 사랑하는 일이 힘들어지면서 다시 부모님과 연결된 오이디프스 갈등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이렇게 첫 사랑은 오이디프스의 갈등을 극대화시킨다.  첫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고 깨지는 과정에서  부모와의 오이디프스 갈등을 이기고, 자신만의 사랑법을 체득한다면 오이디프스 갈등을 벗어나 어른이 되는 길에 들어서게 된다. 유아적인 나르시스틱한 사랑이 아닌, 성숙한 사랑을 배우게 된다면 그보다 더한 생의 선물은 없다.  '효'와 '정절'이 각인되어 자란 구 세대 한국인들 중, 대부분 첫 사랑은 부모의 통제와 억압으로 실패를 본 사례가 많다. 첫 사랑이 깨지더라도 헤어진 연인을 그리워하는 쓸쓸한 사랑을 되뇌며 낭만을 노래 할지언정, 그 옛사랑은 현실에 얽매어 살아가면서 가끔씩 생에 향기를 가져다 줄 수 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첫 사랑이 다 낭만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맹목적이고 순결했던 마음에 대못을 박고 떠난 옛 연인을 평생 잊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자신을 끔찍히 사랑하는 배우자에게 첫 사랑의 열정이 느껴지지 않아, 결혼 생활이 너무 밋밋하다며 과거의 사랑에 집착하며 살아가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다. 크리스틴은 16살에 첫 사랑에 빠져서 홍역을 치루었다. 크리스틴의 남친, 팀은 크리스틴과의 불타던 사랑이 식어가자 다른 여자들을 기웃거렸다. 때로는 모욕을 주며, 크리스틴을 무시했다. 나쁜 남자인지 알면서도, 떠나지 못하고 그의 주위를 맴돌다 치욕적인 버림을 받았다. 크리스틴의 부모는 사이가 매우 안 좋았다. 그녀의 아버지는 일하는 중, 낙상으로 다리를 크게 다쳐 일을 더 이상 못하게 되었다. 크리스틴이 3살때 일어난 사고였다. 크리스틴의 어머니는 생계를 돌보아야 하기에 항상 불만에 차 있었고, 툭 하면 아버지의 무능을 경멸했다. 아버지 손에서 자라면서 어릴적부터 아버지를 돌보아야 했고, 그렇게 아버지와 아주 밀접한 관계를 가지면서 자라났다. 처음 테라피를 시작할때는 자신이 아버지를 돌보는 일을 좋아했고 너무나 좋은 관계를 가졌다고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픈 아버지를 돌보는 일이 너무나 지겹고 화가 나는 일이었음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런지, 자신이 사춘기를 들어서자 마자, 혼자서 짝사랑하는 일들이 많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크리스틴은 자신의 오이디프스 갈등을  아버지의 나약함과 아주 다른 상상속의 이상화 대상(Imaginary Object), '터프한  남친'들로 대처했다. 그러다가 학교에서 문제아로 유명한 팀과 첫 사랑에 빠져들었다. 팀은 갱의 리더였고, 툭하면 싸움에 결부되어 소년원을 들락날락 해야만 했다. 하지만, 크리스틴은 자신이 상상속에서 이상화한 터프한 남자 팀을 만나면서 태어나 처음으로 너무나 강렬하게 행복한 순간을 느꼈다. 그녀의 행복한 시간도 잠시, 팀은 불타는 사랑이 식어가기 시작했고, 그는 무참히 그녀를 버렸다.  

그 이후, 크리스틴은 해결되지 않은 오이디프스 갈등과 첫 사랑의 무참한 실패가 겹쳐져서 '새도 매조키스틱한 (Sado-Masochistic)' 관계에 빠져들어갔다. 나쁜 남자의 새디스틱한 취급에서 느껴지던 황홀했던 성의 욕구는 로맨틱한 감정을 새도 매조키스틱한 관계에서만 느끼게 했다. 거듭된 나쁜 남자들과 관계에서 심신이 지쳐가던 그녀에게 지금의 남편이 나타났고, 결혼을 했다. 너무나 감사한 남편이었지만, 남편과의 성생활에서는 나쁜 남자들과 가졌던 성의 욕구가 생겨나지 않았다. 크리스틴은 남편과의 성생활을 피했고, 성생활에 불만이 있던 남편은 커플 테라피를 요청했다. 지면상, '쓸쓸한 사랑, 낭만에 대하여'의  다음 칼럼을 계속해보도록 한다.



양 미아  Licensed Psychotherap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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