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모사재인謀事在人 성사재천成事在天
보스톤코리아  2016-09-12, 11:56:08 
  모사재인 성사재천謀事在人 成事在天. ‘일을 도모하는건 사람이다. 하지만, 일의 성패는 하늘이 결정한다.’ 삼국지에서 나오는 말이다. 제갈량이 사마의와의 전투에서 화공火攻으로 공략하고자 했다. 공격은 순조로운듯 싶었는데, 소나기가 내렸다. 당연히 화공은 실패했다. 그때 제갈량이 탄식하며 던진 말이다. 제갈량은 화공火攻으로 적벽대전에서는 조조에게 이겼다만, 사마의와의 전투에서는 성공하지 못했다. 하늘은 돕기도 하고, 일을 그르치게도 한다.

  내 일터에 중국출신 동료가 있다. 그와는 자주 중국의 역사와 정치와 문화와 문학을 이야기 하곤 했다. 그는 이따금 내 별볼일 없는 한자漢字실력에 감탄하곤 했다. 가방끈이 제법 길다는 그는 중국약어체를 읽을 수는 있다. 그런데, 정자正字는 제대로 읽을 줄도 모르고 쓰는 건 더욱 무망했던 거다. 그러니, 칠판에 내가 몇자라도 엉터리 한자를 적어 내려 갈적엔 그의 입은 벌어졌다. 민망해 하는게 눈에 보였다. 제 나라 글을 제대로 읽을 줄도 쓸 줄도 모르기 때문이다. 무안한 그가 말을 더듬으며 변명해댔다. ‘쓰는건 모두 컴퓨터가 대신 하는 바람에….’ 

  그런 그가 몇일전 칠판에 한자漢子를 썼다. 바로 그 글귀인  모사재인謀事在人 성사재천成事在天. 다행하고도 당연히 알고 있던 글귀였다. 모르는 척 할 내가 아니다. 다시 그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그 친구가 비장의 카드를 꺼내 들었는데, 내가 아는 척했던 거다. 그의 칠판글씨는 열심히 연습한 티가 역력했다. 말하는 투는 맹렬히 공부했음을 드러내 보이고 있었다. 그에게 붓장난으로 쓴 글귀를 선물했다.(사진을 찍었다. 옆 사진은 인증샷이다.) 글귀를 주고 나니, 다른 옛 중국시詩가 떠올랐다. 일을 도모하기도 간단치 않은데, 공부하는 것도 그리 만만한건 아니다. 시간은 눈깜짝 할 사이에 지나간다. 차라리 이글을 선물할 껄 그랬다. 

少年易老學難成 소년이로학난성
一寸光陰不可輕 일촌광음불가경
소년은 늙기 쉽고 학문은 이루기 어려우니
아주 짧은 시간도 가볍게 여기지 말라
(주희, 偶成/즉흥시)

  일이 실패했을 적엔 하늘을 탓한다. 그런데, 뜻한 일을 이뤄 봐라. 하늘에 감사는 커녕, 모두 제 잘나서 그런줄 오해한다. 그래도 어쩌랴. 인간인 바에 인간이 갖는 한계이고, 오히려 인간의 유치한 매력인지도 모르겠다. 인간은 원래 그렇다. 

‘사람은 (속으로 제 할) 일을 계획해도 그것을 (하나하나) 이루시는 분은 야훼시다.’ 
(잠언16:9, 공동번역)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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