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도(花郞徒)와 성(性) 그리고 태권도(跆拳道) 131
보스톤코리아  2016-05-23, 12:13:17 
'죽은 진지왕'과 '산 도화녀'의 사랑 이야기가 이어진다. 진지왕의 형인 죽은 동륜태자에게는 큰 아들 백정을 비롯해 3명의 아들이 있었다. 당시는 성행한 불교문화의 영향으로 왕(특히 제23대 법흥왕 부터 제28대 진덕여왕 까지)들의 시호 뿐만 아니라 왕자들의 이름도 불교식이었다. 진흥왕은 자신을 전륜성왕으로 칭하며 왕자들의 이름을 동륜, 사륜 등으로 지었다. 그리고 동륜태자 아들들의 이름을 보면 큰 아들 '백정'은 석가모니의 아버지 '정반왕'에서 따온 이름이다. 

그리고 정반왕은 동생 백반白飯왕(실제 뜻도 흰 쌀밥이다!)과 곡반왕을 두고 있었다(이들이 바로 아난존자와 데바닷타의 아버지이다). 실제로 진평왕(백정)도 두 동생이 있는데 그들의 이름이 김백반과 김국반이다! 또한 진평왕의 부인은 박마야, 마야왕후이다. 이 역시 석가모니의 어머니 마야부인에서 따온 이름이다. 그래서 진평왕이 아들만 낳았다면 분명히 이름이 '석가' 일텐데 신라에서는 석가가 태어날 운명이 아니었던지 딸만 태어났다. 천명과 덕만(선덕여왕)이 그들이다(삼국유사에는 삼녀 선화공주도 있다). 덕만과 국반의 딸 승만(진덕여왕)을 마지막으로 신라의 성골은 사라졌다. 그 때부터 진골의 시대가 열렸다. 그가 바로 제29대 태종무열왕 김춘추, 진지왕 김사륜의 손자이다.   

7일 밤낮으로 도화녀와 정사情事를 나눈 진지왕의 혼이 홀연히 사라지고 도화녀는 임신을 하였다. 달이 차서 해산할 때는 천지가 진동하며 사내아이를 낳았는데 이름을 비형이라고 했다. 이어지는 삼국유사의 내용이다. [진평대왕이 그 특이함을 듣고 비형량을 궁중에 데려다 길렀다. 나이가 15세가 되자 집사執事의 벼슬을 주었는데, 밤마다 멀리 도망가서 놀았다. 왕이 용사 50명을 시켜서 비형량을 지키도록 했으나 매번 월성月城을 날아서 넘어가 서쪽의 황천 언덕 위에 가서 귀신들을 데리고 놀았다. 용사들이 숲 속에 엎드려 엿보니 귀신들이 여러 절의 새벽 종소리를 듣고 각각 흩어지자 비형량도 돌아왔다. 군사들이 돌아와서 이 사실을 왕에게 아뢰었다. 왕이 비형량을 불러 말하기를 "네가 귀신들을 데리고 논다는 것이 사실인가?"라고 하니, 비형량이 대답하기를 "그렇습니다"라고 했다. 왕이 말하기를 "그렇다면 너는 귀신들을 시켜서 신원사神元寺 북쪽 도랑<또는 신중사神衆寺라고도 하지만 잘못이다. 또는 황천 동쪽의 깊은 도랑이라고도 한다>에 다리를 놓아라"고 하자 비형량은 왕의 명을 받아 귀신들을 시켜서 돌을 다듬어 하룻밤 사이에 큰 다리를 놓았다. 그러므로 '귀교鬼橋'라고 불렀다.

왕이 또 묻기를 "귀신의 무리 중에서 사람으로 출현해 조정의 일을 도울 만한 자가 있느냐?"라고 하니, 비형량은 "길달吉達이란 자가 있어 가히 나라의 정사를 도울 만합니다"라고 했다. 왕이 말하기를 "함께오라!"고 했다. 이튿날 비형량은 길달과 함께 왕을 뵈니 왕은 길달에게 집사의 직위를 주었는데, 과연 충성스럽고 정직하기가 비할 데가 없었다. 이때 각간 임종林宗이 아들이 없었으므로 왕이 명령해 뒤를 이을 아들로 삼게했다. 임종이 길달을 시켜서 흥륜사興輪寺 남쪽에 누문을 세우게 했더니 그는 밤마다 그 문 위에 올라가 자므로 이를 길달문이라 했다. 하루는 길달이 여우로 변해서 도망가버리자 비형량이 귀신을 시켜서 잡아 죽였다. 그리하여 귀신의 무리들은 비형량의 이름만 들으면 두려워하여 달아나게 되었다. 당시 사람들이 글을 지었는데 이렇다. {성제聖帝의 혼이 낳은 아들 비형량의 집과 정자로다. 날고 뛰는 여러 귀신의 무리들아 이곳에 머물지 마라} 나라의 풍속에 이 글을 써 붙여서 귀신을 물리쳤다.]

죽은 진지왕의 혼에서 태어난 아들 비형량은 귀신을 부릴 줄 알았고 귀신들까지도 두려워 하였다. 이는 비형량의 능력이 그만큼 신비하다는 것을 말한다. 삼국사기에는 진지왕에게 김용춘 또는 김용수라는 아들이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다(화랑세기에는 다른 인물, 형제로 나온다). 일부 학자들은 이 비형량과 김용춘을 동일 인물로 본다. 즉 걸출한 화랑도花郞徒 김용춘의 활약상이 설화로 변해서 비형량의 귀신 부리는 이야기가 되었다고 본다. 김용춘은 사촌인 진평왕의 딸인 천명부인과 결혼했고, 진평왕 44년(622년)에 내성사신이 되어 진평왕대 후기에 정국을 주도적으로 운영하였다. 즉 아버지 진지왕은 폐위되었지만 '사륜계'의 세력은 몰락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의 아들 김춘추는 제29대 무열왕이 되면서 할아버지 진지왕이 폐위된지 75년 만에 왕위에 올랐다. 그리고 김춘추는 김유신과 함께 삼국을 통일하는데 큰 공헌을 하였다. 무열왕의 자손들이 왕위를 계승하면서 통일신라는 전성기를 맞이 하게 되었다.


참고문헌: 삼국사기, 삼국유사, 화랑세기 – 신라인 그들의 이야기(김대문 저, 이종욱 역주해, 소나무), 화랑세기 – 또 하나의 신라(김태식, 김영사), 신라속의 사랑 사랑속의 신라(김덕원과 신라사학회, 경인문화사)

박선우 (박선우태권도장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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