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봉황의 깊은 뜻은 |
보스톤코리아 2014-11-05, 12:57:57 |
2014-10-24
봉황의 깊은 뜻은 갑자기 날이 차졌다. 깊어가는 가을이니 놀란 일도 아니다. 때가 되면 날은 차가워지는법. 자연의 이치일테지만, 성큼 다가선 추위에 가슴이 철렁한다. 집마당 낙엽 여나믄 봉지를 긁어 모았다. 열대여섯 봉지를 더 모아 버리고 나면 가을은 간다. 떨어져 쌓인 낙엽을 즐기고 싶어도 옆집 눈치에 그러지도 못한다. 7080세대라면 기억할 법한 노래가 있다. 투코리안즈란 건장한 두 청년이 나와 부르던 노래다. ‘벽오동 심은 뜻은 봉황을 보잤더니~.’ 소리가 우렁찼는데, 청년들의 목소리를 얻어 탔다. 헌데, 막상 첫 구절은 생각나는데, 다음 구절은 도저히 떠오르지 않는다. 입안에서만 돌돌 구른다. ‘바람부는 날이면 언덕에 올라’ 목청껏 노래했더니, 그 힘이 기억도 추억도 모두 데려갔나 보다. 오동닢 한 잎 두 잎 떨어지는 가을밤에 소리도 없이 데려갔다는 말이다. 투코리안즈 멤버의 이름이 김도향이던가. = 중국인들이 시詩를 무지 사랑한다고 들었다. 입에서 술술 시가 읊어져 나온다고 했다. 놀랍고 신기하다고도 했다. 애들이나 어른이나 모두 시를 외고 있으니 말이다. 연암 박지원선생은 열하일기에서 이유를 쉽게 설명했다. 한문은 읽고 쓰기에 어렵다. 그러니 먼저 귀로 듣고 외울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모두 줄줄 외고 있다는 거다. 눈은 까막눈인지 몰라도 듣는이에게는 모두 문자깨나 읽은 듯 싶다는 말이다. 역시 연암선생의 혜안이다. 하긴 제 나라글을 제대로 읽고 쓰지 못한다면 그건 불행이다. 같이 일하는 중국 친구가 있다. 족자를 그의 데스크옆에 걸었다. 한시漢詩이므로 얼핏 보기에 반갑다만, 겁이 났다. 제대로 읽어낼 수 있을까 걱정했던 거다. 하지만 곧 눈에 익은 글귀라는 걸 알았다. 마지막 절만 눈과 귀에 익었던 거다. 그 중국친구도 이 시詩를 읽어낼 수 있는지 그건 알 수 없다. 읽을 수 있으니 족자를 걸었겠지. 백일의산진白日依山盡 , 황하입해류黃河入海流 욕궁천리목欲窮千里目, 갱상일층루更上一層樓 낮의 해는 뉘엿뉘엿 산넘어 지고, 황하는 바다로 흘러드는 구나 천리를 바라보고 싶은 마음에, 누각의 한 계단을 더 오른다네. 박대통령에게 중국 시진핑 주석이 선물했다는 시詩이다. 글은 좋은데, 뜻에 이런저런 말들을 붙였던 모양이다. 글쎄, 내게는 큰 감동은 없다. 봉황의 큰 뜻을 내가 어찌 알겠는가. 고수끼리 주고 받는 글귀에 말귀는 알아 들을 수 없다. 깊은 뜻을 이해할 수 없는터, 알고자 하지도 않는다. 차라리 가을인지라 이 시는 어떨까 모르겠다. 몇자 첨엄했다. 오동닢이 떨어지면 더욱 가을이 깊어가는 줄안다. 봉황의 깊은 뜻은 몰라도, 오동잎이 지는 뜻은 안다는 말이다. "산승山僧은 날짜를 꼽을 줄은 몰라도, (오동닢) 한 잎 지면 천하에 가을이 온 줄 안다네’ ‘하나님의 일도 하나님의 영 외에는 아무도 알지 못하느니라’ (고린도전서 2:11)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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