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파라 가고파 |
보스톤코리아 2014-03-31, 13:34:06 |
지난 겨울 추위는 날카로웠다. 추위는 날카로운만큼 깊었고 길었다. 일월과 이월을 거쳐 거침없이 훑고 지나갔던 터다. 이제 삼월말인데, 꽃샘추위도 한풀 꺾였나? 하지만 아직도 방심하긴 이르다. 한국은 봄이 한창일게다. 무슨 때든지 무슨 일이든지, 고국과 고향에 연결된다. 심각한 증세이고 병이 깊다. 향수병인가. 향수병은 사시사철 계절을 가리지 않는다. 겨울이면 겨울, 여름이면 여름, 항상 병病이다. 미당선생이 말했던가. ‘아무것도 할 수없으면 고향이 생각난다.’ 고 말이다. 겨우내 마음도 몸도 웅크리고 있었더니, 향수병이 깊어 간다. 봄볓이 병을 치유 할수 있을까. 이은상선생 시조다. ‘가고파’에 곡을 붙였다. 음악시간에 따라 부르던 그 노랫말이다. 어려서는 그냥 저냥 따라 불렀는데, 나잇살 먹고 보니 가사와 곡이 새삼스럽다. 노산선생 고향인 마산은 한반도 남쪽에 바다를 끼고 있다. 물좋은 곳이니 몽고간장이 나온다. 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 물이 눈에 보이네 꿈엔들 잊으리오 그 잔잔한 고향 바다 지금도 그 물새들 날으리 가고파라 가고파. …. 그 물새 그 동무들 고향에 다 있는데 나는 왜 어이타가 떠나 살게 되었는고 온갖 것 다 뿌리치고 돌아갈까 돌아가. (이은상, 가고파 중에서) 내게 인도공항에선 카레냄새가 난다. 일본공항에선, 옛날 일본식 다다미 방 냄새가 내코를 건들이는 듯싶다. 중국공항에선 아마 기름져 느끼한 냄새가 날지도 모르겠다. 기억 하는지 모르겠다. 김포공항일 적이다. 공항에 내리고 출구로 나서면 훅하니 끼치는 냄새가 있었다. 매연냄새인 거다. 그 냄새를 맡고는, 내 뇌는 저장돼 있는 기억 화일을 스캔하고 즉각 반응하곤 했다. 아아, 그래 이건 고향의 냄새야. 뭐 그리 향기로운 냄새일까만, 매연의 냄새도 오히려 정겨웠던 거다. 고무 타는 냄새 같기도 하고, 로간공항에서 맡는 매연냄새와 또 다른 냄새였다. 그 냄새도 그리울 때가 있다. 지금이야, 인천공항에 내리면 바닷내음이 엷게 스치는 것 처럼 느낀다. 차라리 갯벌내음일 것인데, 환각인가? 마산이나 진해 앞바다 남해 냄새와는 같지는 않을게다. 참, 동해는 동해로 늠름하게 여전히 푸르다. 일본해는 뭔 일본해. 독도는 동해에 있다. 이은상 선생의 호가 재미있다. 노산鷺山이다. 백로는 물가에 살아야 하는데, 산으로 갔단다. 하지만 시인은 이 호를 즐겼다고 했다. 양주동 선생과 절친이었다 했는데, 무애 선생이 지었다 했다. 대시인의 호를 입에 올려 웃고자 하는 망발은 없다. ‘주께서 전에 내게 명하시기를 네 고향, 내 족속에게로 돌아가라.’ (창세기 32:9)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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