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도(花郞徒)와 성(性) 그리고 태권도(跆拳道)
화랑세기花郞世紀, 원화源花 미실美室(18)
보스톤코리아  2024-03-04, 11:34:12 
8세 풍월주 문노는 미실과 세종부부의 중매로 마침내 윤궁을 아내로 맞이하게 되었다. 윤궁이 염려하였던 다섯가지의 문제점은 그다지 큰 장애물이 되지않았다. 나이 예순이 넘은 진종은 곧 사망하였고, 윤궁을 원하였던 사륜태자는 왕(진지왕)이 되어 많은 후궁들과 정사情事에 빠져 정사政事를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아마도 그 대표적인 일례가 삼국유사에 전하는 ‘도화녀와 비형랑’에 대한 설화일 것이다). 그리고 윤궁의 아버지 거칠부는 문노와의 결혼을 반대하지 않았다. 문노가 비록 위품은 없었지만 그가 닦은 문무의 기량과 학덕이 단연코 으뜸이었기에 사윗감으로 놓치고 싶지 않았으리라…. 결과적으로 문노는 윤궁과의 결혼으로 골품을 얻었으니 윤실(윤궁이 동륜태자와 낳은 딸)을 비롯한 친척과 친지들과의 관계도 말끔히 해결되었다. 
문노는 미실을 좋아하지 않았다. 뚜렷한 연유는 기록되어 있지 않지만 화랑세기에 등장하는 문맥들을 연결해보면, 그는 남편을 두고 ‘다채로운’ 색공色供과 색사色事를 한 미실이 못마땅했다. 그러자 윤궁은 간언諫言하였다. 그 내용을 요약해 보면(8세 풍월주 문노조 인용), “군君(문노)은 세종전군의 신臣인데 미실궁주를 반대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전군이 궁주을 자기 목숨처럼 여기는 것은 군君이 나를 목숨처럼 여기는 것과 같습니다. 군君의 낭도가 만약 군은 옳다고 하고 나를 그르다고 하면 군은 어떻겠습니까?” 이에 문노는 “선모仙母(화랑도의 어머니로 풍월주의 부인이 맡는다. 윤궁을 의미한다)는 미실궁주와 같이 잘못한 일이 없으니 낭도들이 어찌 비난하겠습니까?” 라고 했다. 그러나 윤궁은 다시 힘써 미실의 잘못을 감싸며 말했다. “사람이 모두 장단과 과실이 있는 것은 형세가 부득이한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군君은 장기간 곧은 무도정신과 전장에서 군법을 철석같이 삼고 살았기에 처자(가족)와의 즐거움이 없는 것은 세상과 통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지금 군君의 아들을 가졌는데, 군이 일념으로 뜻을 굳게 지키고 미실궁주의 뜻에 거스른다면, 이 뱃속의 아이는 장차 어떤 처지에 있겠습니까? 아이의 좋은 아버지로서 나의 말을 들어야 합니다”. 문노가 탄식하며 말하기를 “나와 모든 낭도들은 의지와 기개로 선모를 받드는데, 선모는 세상일로 나를 감싸는 손은 다정하지만 사사로움입니다. 정이 사사로이 행해지게 되면 의가 사라지고 무리는 흩어지게 됩니다. 그렇지만 나의 선모가 신臣에게 허락한 뜻은 가히 죽음으로써 맹세한 것입니다(진골 신분의 윤궁이 여러가지 불이익을 무릅쓰고 위품이 없는 문노와 결혼한 것을 말한다). 차라리 따르는 무리를 절연할지언정 선모를 거스를 수는 없습니다. 결국 내가 사사로운 인정에 끌려야 하겠소?” 라고 물으니, 윤궁이 웃으면서 말했다. “정情이 아니면 군과 내가 어찌 색사色事로서 서로 합할 수 있겠습니까. 무릇 의義는 정情에서 나오고, 정은 지志에서 나오니, 세 가지는 서로 반대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큰 정大情은 의가 되고 큰 사사로움大私은 공公이 된다고 했습니다. 만약 무리에게 사사롭지 않으면 무리를 거둘 방법이 없습니다. 군은 어찌 일찍이 사사로움이 없었겠습니까? 군과 동침한 밤에 나는 대철우大鐵牛 꿈을 꾸었는데, 반드시 호랑이 새끼를 낳을 것입니다. 그대의 영웅스러움으로 어찌 ‘호걸豪傑’을 낳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무리들 또한 사람의 자식입니다. 남의 자식은 소중하게 여기고 사랑하는 아들을 중하게 여기지 않음은 의義가 아닙니다. 군과 더불어 내가 사랑하는 것은 정情의 순수함입니다. 아울러 무리들이 군에게 의지하는 것은 정情에 얽힌 때문입니다. 청컨대 내 말을 들어 내 아이의 좋은 아버지가 되어 주십시오.”
문노는 윤궁의 말에 크게 깨달았다. 선모(윤궁)는 성인이고 자신은 어리석다며 서로의 정을 더욱 무르익혔다. 결국 문노는 미실을 섬기고 설원랑도 상선(전임 풍월주)으로 받아드려 주었다.
대철우 태몽으로 태어난 그들의 장남은 대강大剛이다. 후일 제상을 지냈다는 기록이 화랑세기에 전하는데,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에는 그의 벼슬에 관한 기록이 없다. 대적할 자가 없었던 신기의 격검술을 보유했던 문노는 마흔이 되어서 결혼한 후 ‘공처가’ 수위를 넘어 ‘팔불출’의 경지에 이르렀다. 술과 여색을 멀리하며 무도정신과 군율로만 살았던 문노는 부인 윤궁의 설득과 간청으로 정情에도 얽메이는 부드러운 남자로 변신하였다. 만사를 번번이 윤궁에게 물어서 처리했으니, 낭도들은 그를 ‘초년의 기상이 없어졌다’ 라고 말했지만, 그는 “나도 지난날 세종전군이 미실궁주의 말을 듣고 따르는 것을 보고 흉을 보았는데, 나도 결혼해 보니까 알겠더라, 너희들 또한 결혼하면 다 알 것이다” 라고 했다. 
그래서 당시 사람들은 ‘남편을 택한다면 문선화文仙花, 처를 취한다면 윤궁낭주’ 라는 말이 돌았다. 
문노와 윤궁의 결혼식은 성대하게 치루어졌다. 중매장이 미실이 진평왕에게 청하여 왕의 허락을 받아 부부가 되는 형식을 취했으며, 왕과 세종전군, 미실 등 진평왕을 옹립한 정권의 실세들이 모두 포석사鮑石祠에서 치루어진 그들의 결혼식에 참석하였다(화랑세기의 기록으로 보아 그들의 결혼식은 679년 이후에 치루어졌다). 

참고문헌: 삼국사기, 삼국유사, 화랑세기 – 신라인 그들의 이야기(김대문 저, 이종욱 역주해, 소나무), 화랑세기 – 또 하나의 신라(김태식, 김영사), 한국사데이터베이스(db.history.go.kr)


박선우 (박선우태권도장 관장)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의견목록    [의견수 : 0]
등록된 의견이 없습니다.
이메일
비밀번호
아메리칸항공 여객기 260대 신규 주문…"좌석 고급화" 2024.03.04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미국 아메리칸항공은 국내선 및 단거리 국제선 항공편 좌석의 고급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여객기 260대를 신규 주문했다고 4일..
주식투자의 첫걸음 2024.03.04
미국에 이민 와서 아이들 키우며 정신없이 생활하다 보니 세월이 훌쩍 지나갔다. 머리도 희끗희끗해지고 몸과 마음도 옛날 같지 않다. 노후대책으로 투자를 생각해 보지..
화랑도(花郞徒)와 성(性) 그리고 태권도(跆拳道) 2024.03.04
8세 풍월주 문노는 미실과 세종부부의 중매로 마침내 윤궁을 아내로 맞이하게 되었다. 윤궁이 염려하였던 다섯가지의 문제점은 그다지 큰 장애물이 되지않았다. 나이 예..
여행이 주는 삶의 또 다른 선택 2024.03.04
우리는 생활이라는 틀 안에서 날마다 허덕이다 내일을 맞는다. 내일의 오늘도 어제와 별다를 것이 없는 비슷한 또 하루를 지내기가 쉽다. 하지만 어찌 어제와 오늘이..
한담객설閑談客說: 관찰의 길 2024.03.04
과학자는 실험과 실측을 기초로 한다. 실험없는 결론은 헛되다. 가설을 세우고, 예측하고 실험하며, 결과에 따라 결론을 맺는 거다. 이런 과정을 연구라 하는데,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