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사회적 거리두기
보스톤코리아  2020-05-25, 11:28:13 
철길에 관한 시 이다. 나란한 철길이 만난다면 더이상 철길이 아니다. 철길처럼 만나서는 안되는 것들도 있다. 

철길 같은 사람들이 있다
만나고 싶지만 만나서는 안 되는
그런 사람들이 있다
슬프지만 철길처럼
힘겹게 사는 사람들이 있다
(윤수천, 철길)

기차선로의 정해진 간격은 4피트 9인치라 했다. 기차가 달리려면 선로는 일정한 간격을 유지해야만 하는 거다. 하나마나한 소리인데, 그 위를 기차와 전철과 지하철이 운행한다. 

오래전 늦은 시간 한국전철에서 이다. 언제나 그 시간이면 승객들로 붐볐다. 발디딜 틈도 없다는 말을 실감하곤 했다. 덕분에 등뒤에 선 취객이 뿜어내는 숨결을 맡을 적도 있었다.

유쾌하지 않은 기억에 진저리 친다. 떨어져 있고 싶은 마음은 언감생심이었는데, 실천하는 거리두기가 간절했던 시절이었다. 오죽하면 지하철이 아닌 지옥철이라 했겠는가. 

일본에서는 지하철에 승객을 밀어 넣는 용원傭員도 있다고 들었다. 사진을 보면 쓴웃음이 먼저이다. 일본도 요즈음은 바이러스 덕분에 한산한 전철일 수도 있겠다. 쾌적한 전철과 지하철이 한국이 자랑하는 것중 하나 아닌가. 어디 한국 지하철 뿐이랴.

지난 국회의원 선거때 였다. 투표하는 장면을 신문에서 봤다.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인데, 모두 일정한 거리를 유지 하고 있었다. 모두 이런 저런 노력 덕분인가. 한국은 이미 바이러스로 부터 해방을 맞은 모양이다. 바이러스를 털어버린 데에 박수를 보낸다. 

한편 남녀사이 가장 살가운 거리가 얼마인가? 사회학자의 연구결과란다. 얼굴길이의 2.5배인데, 피차 정을 살피는데 가장 알맞은 거리라는 거다. (손철주, 꽃 피는 삶에 홀리다). 내 얼굴이 길어서 그런가. 아내와의 거리는 이미 멀다. 우린 사회적 거리두기를 솔선해 실천중이다. 마음까지 거리가 생길까 그건 걱정이다. 

그 사이 거리가 이천 큐빗쯤 되게 하고 (여호수아 3:4)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의견목록    [의견수 : 0]
등록된 의견이 없습니다.
이메일
비밀번호
유월의 숲에서 이는 바람처럼... 2020.05.25
화려한 빛깔의 정리된 꽃보다는 흐드러지게 핀 들꽃을 유난히 좋아하는 나는 여전히 시골아이다.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자라며 누렸던 바람의 그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한담객설閑談客說: 사회적 거리두기 2020.05.25
철길에 관한 시 이다. 나란한 철길이 만난다면 더이상 철길이 아니다. 철길처럼 만나서는 안되는 것들도 있다. 철길 같은 사람들이 있다만나고 싶지만 만나서는 안 되..
불황(Recession)과 주식투자 2020.05.25
‘토담집 고치는 소리’가 들리는 봄은 분명 다가왔지만, 프로야구도 없고, 도서관, 전시장, 콘서트, 식당, 등이 문을 닫았다. 모든 것이 멈춰버린 도시에 사람들은..
화랑도(花郞徒)와 성(性) 그리고 태권도(跆拳道) 2020.05.25
삼국사기에 보면 김유신이 655년 왕 김춘추의 딸 지소智炤와 결혼했다는 기록이 있다(왕이 딸 지소를 대각찬 유신에게 시집보냈다 - 신라본기 태종무열왕 겨울 10월..
메모리얼데이 해변 개장, 알아둘 것들…. 화장실 문 당분간 안열어 2020.05.25
메모이리얼데이부터 MA주 해변 방문이 가능해졌다. 해변에 가기 위해서는 선스크린과 타월, 깔개 또는 해변의자 등은 기본이지만 이제는 마스크까지 더해져야 한다.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