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르고의 영어잡설 34 ] 사르코지와 아킬레스 장군
보스톤코리아  2018-10-22, 11:22:17 
니콜라 사르코지는 헝가리 출신의 이민자로 일약 프랑스의 대통령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로 유명했지만 나폴레옹처럼 작은 키로도 유명했다. 신문의 해외토픽란에 실린 한 장의 사진이 한반도에까지 전해질 정도였다. 작은 키를 커버하려고 연단 뒤에 작은 상자를 놓고 그 위에 서서 연설하는 장면이 사진기자들에게 찍힌 것이다. 그가 밟고 올라선 작은 상자를 영어로 podium이라 한다.

podium(연단)은 라틴어이고 이 단어의 영어번역이 platform이다. 번역이라고 하니까 이상한 생각이 드는데, platform 자체는 프랑스어 plateau(평평한 땅)와 form(형태)에서 온 단어이다. 아무튼 podium의 pod-는 그리스어 pos와 더불어 '발'을 의미하는 인구어 어근 ped-에서 유래한다. pod-와 pos-에서 보듯이 많은 언어에서 /d/와 /s/는 자유로이 교체될 수 있다. 

라틴어 /p/는 게르만어에서 흔히 /f/로 바뀐다. 예를 들면, pod가 foot로 바뀌었다. 뿐만 아니라 pater(아버지)는 father가 되고, pischi(물고기)는 fish가 되었다. 필자가 이 놀라운 음운법칙을 발견하려고 했는데, 아쉽게도 이미 2백여 년 전에 누군가가 발견해버렸다. 동화작가로 유명한 그림 형제의 한 사람인 그림이 바로 그 사람이다. 이 법칙을 학계에서는 그의 이름을 따 Grimm's Law(그림의 법칙)이라 부른다. 

영어가 게르만어에 속하지만, 라틴어에서 어휘를 받아들였기 때문에 pod-나 pus-가 들어가는 단어들은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전에 다룬 적이 있는 octopus(문어)를 비롯해서 모음이 조금 바뀌긴 했지만 pedicure(발 치료의사), tripod(삼각대) 등이 있다.

자전거의 페달은 발을 올려놓는 곳이니까 pedal이고, 걸어다니면서 물건을 파는 행상을 peddler, 보행인을 pedestrian이라 한다. 지네는 발이 백 개나 된다고 해서 centipede라 불린다. 

ped-는 '발'이란 뜻도 있지만 '아이'란 뜻도 있다. pedagogy는 아이를 가리키는 학문, 즉 '교육학'이고 pediatrician은 '소아과 의사'이다. 영국영어에서는 '발'을 의미하는 ped-와 구별하기 위해 '아이'를 가리키는 어근은 pae-로 쓰기도 한다. 라틴어 puer(소년), 산스크리트어 putrah에서도 이 어근을 볼 수 있다. Rajputrah와 같은 인도나 인도네시아의 성씨에 있는 -putrah는 Raj의 아들임을 나타낸다. 이는 마치 유럽어들에서 Anderson이 Anders의 아들인 것과 같다. 

 물론 -pus로 끝난 단어들이 모두 '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라틴어의 남성명사 어미도 -us이기 때문이다. opus는 '일'을 의미하는 어근 op-에 명사어미가 붙어서 만들어진 단어이고, 이 단어의 복수형이 opera이다. 둘 다 음악과 관련된 용어로 자주 쓰인다. corpus는 '몸'을 의미하고, 복수형은 corpora이다.

그리스신화에는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한 극악무도한 인물이 등장한다. 오이디푸스 말이다. Oedipus는 '부어오른 발'이란 뜻이다. 아마도 태어날 때부터 범상치 않았음이 분명하다. 영국 작가 셜리는 소포클레스의 작품을 기반으로 해서 <Swellfoot the Tyrant> 즉 '부어오른 발을 가진 독재자'란 연극을 쓰기도 했다. 물론 오이디푸스가 그런 운명을 타고난 것이 어디 발 때문이겠느냐마는, 발 때문에 역사가 바뀐 적도 있다. 트로이 전쟁에서 납치된 여인을 구하러 간 그리스의 젊은 장군 아킬레스는 트로이의 영웅 헥토르를 죽이고 승승장구하다가 그만 발뒤꿈치에 화살을 맞고 전사함으로써 전세가 뒤집히게 된다. 그의 죽음으로 사전에는 Archilles' tendon 즉 '아킬레스건' 이란 전문용어가 남게 되었다.    

'가계도'란 뜻의 pedigree도 재미있는 단어이다. 어원적으로는 '두루미의 발'이란 뜻인데, 가계도의 모양이 마치 학의 발과 같다고 해서 만들어진 단어이다. 이순진 장군이 사용했다는 전법의 하나인 학익진(鶴翼陣)도 학의 날개와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니, 아무쪼록 학이란 새가 어휘 증가에 기여한 바가 적지 않아 보인다.


올댓보스톤 교육컨설턴트, orugo4u@gmail.com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의견목록    [의견수 : 0]
등록된 의견이 없습니다.
이메일
비밀번호
중국, 트럼프 통화내용 도청하고 있다 - NYT 2018.10.25
중국의 스파이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내용을 도청하고 있다고 미국의 뉴욕타임스(NYT)가 24일 보도했다.NYT는 정보 소식통을 인용, 중국의 스파이들이..
트럼프, 연준의장이 미 경제 위협금리인상 즐겨 2018.10.2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미국 경제를 위협하며 금리 인상을 즐기고 있다고 비판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월스트리..
오바마 경기 호황, 나 때부터 시작했어, 트럼프 비판 2018.10.25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22일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선거 유세 현장에서 현재의 경기 호황을 누가 시작하도록 했는지 기억하라며 자신의 임기 동안 대..
트럼프, 중간선거용 중산층 10% 감세 카드 뽑았다 2018.10.2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 6일 실시되는 중간선거를 보름 가량 앞두고 '중산층 10% 감세' 카드를 꺼내 들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
[ 오르고의 영어잡설 34 ] 사르코지와 아킬레스 장군 2018.10.22
니콜라 사르코지는 헝가리 출신의 이민자로 일약 프랑스의 대통령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로 유명했지만 나폴레옹처럼 작은 키로도 유명했다. 신문의 해외토픽란에 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