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 참깨
보스톤코리아  2014-11-05, 10:58:39 
2014-09-12  


 하늘은 높아 간다. 그리고 푸르러 간다. 하지만 잔서殘暑는 남아있다. 한낮은 아직도 덥다. 그래도 설익었다만 도토리가 떨어진다. 후두득 떨어져 땅에 닿는 소리가 제법 크다. 우리집 앞마당 나무는 벌써 낙엽을 만들기 시작했다. 어제 내린 천둥번개에 애꿎게 도토리도 낙엽도 또 떨어졌다. 
  
 추석에 송편은 드셨는지...

  아내는 깨를 길렀다. 뭐 대단한 농장을 가졌다는 건 아니다. 텃밭에서 농사짓는 것도 아니다. 그냥 화분에 한두 그루 깨를 심었다. 대신 열심을 다하고 정성을 바쳐 키웠다. 저녁이면 물을 주고, 양지를 찾아 화분을 이리저리 옮겼다. 나야, 그저 푸른 식물이 자라나 보나 했다. 무덤덤히 관심도 없었다. 대신 아내가 출타 중엔 내가 물을 줘야 했다. 아내의 명령이므로 잊어서는 안되는 막중한 책무인 게다. 올해에도 아내는 깨를 기른다.

  작년 이맘 때다. 아내가 저녁상을 보더니, 문 밖으로 나갔다. 잠시 후에 아내 손엔 깻잎 몇 장이 들려 들어왔다. 엄지손가락 만한 것 서너 장 이었다. 차마 깻잎이라기엔 작아 너무 어려 보였다. 하지만, 표정 밝아진 아내는 몇 번 물에 헹궈 식탁에 놓았고, 고기 한점 올려 입에 넣었다. 사뭇 맛있다는 표정이고, 너무 부드러워 입맛이 더욱 동한다는 얼굴이었다. 차마 그 깻잎에 내 손은 가지 않았다. 입맛이 당기지 않은 거다. 법정스님은 육고기를 아구아구 먹어대는 모습을 언짢아 하셨다. 아내가 그 작은 깻잎을 입에 넣을때 엉뚱한 억하심정이  솟아났다.

  독자들아, 아내에게 내가 그러더라고 고자질 하지 마시라. 아내는 아직 모른다. 
 ‘열려라’ 하면 ‘참깨’라고 대답한다면 그리 나쁘지 않을듯 하다. 한국 군대 암호처럼 말이다.  그런데 ‘열려라 참깨’는 패스워드로 하기엔 너무 길다. 한참 오래전에 읽었던 간추린 ‘아리바바와 사십인의 도적’인가 동화에 나오는 비밀주문이다.  이 말은 아마 최초의 패스워드가 아니던가. 이걸 잊지 않고 있으니 가상하다. 

 헌데 이것 말고도 외우고 있는게 있다. 주민등록증 번호와 군번이다. 셀폰 번호와 집 전화번호는 외우지 못해도, 이 번호는 확실히 기억하고 있다. 더 이상 쓸모 없는 번호인데도 말이다. 헌데, 한국 무슨 싸이트에 들어 갈라 치면, 주민번호를 요구한다. 내게는 그 번호가 더 이상 유효 하지 않으매, 들어갈 방법은 없다. 번호는 무효되어, 더 이상 내가 나임을 증명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패스워드는 ‘열려라 참깨’라고 정하려 했는데 말이다.  문門이건 웹사이트건 들어가기 위해서는 패스워드가 필요하다.  하긴 요새는 무슨 유저아이디에 패스워드에 별것별것 다 물어 본다. 세상이 복잡해졌다. 자유한 세상이여, 열릴지어다. 참깨.

 ‘좁은 문으로 들어가기를 힘쓰라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들어가기를 구하여도 못하는 자가 많으리라’ (누가 13:24)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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