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對話) 의 묘 (妙) 4
보스톤코리아  2012-10-15, 12:41:37 
지난 삼 주일 동안은, "말하기 보다는 듣기를 더 하고, 험담과 자랑은 그만두고 대신 칭찬을 하며, 모두에게 흥미가 있는 공동의 화제를 찾고 유머를 곁들이자" 로 시간을 보냈는데, 오늘은 단편적인 것을 이것저것 기술해 보겠다.

첫째로 남의 이야기를 차단하지 말자.
입은 다물 수 있는데 귀는 항상 열려 있는 이유는 남의 말을 차단하지 말고 항상 잘 들으라는 뜻이다. 대개 한마디가 나오면 계속해서 할 말이 있는 것이다. 흥미롭게 듣고 싶다는 뜻을 보여주어야 하겠다. 질문을 던져 준다든지 "그래서" 라는 말로 격려하며 본론으로 들어가게 하여야겠다.

남의 말을 차단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이야기가 길고 재미 없거나, 듣기 거북하거나, 내가 좀 이야기 하고 싶다거나 할 때 차단한다. 어쨌든 말하던 분이 기분이 상할 것은 명약관화하다. 또는 고정 관념이나 선입관 때문에 뻔한 이야기라고 지레 짐작하고 말을 차단하거나 건성건성 듣는다. 이럴 때는 듣는 분이 실수할 수도 있고 손해를 볼 수가 있다.

예를 들면, 유치원 다니는 딸이 어머니한테, "엄마, 엄마가 장보러 갔을 때, 아빠가 순이 언니하고 이층에 올라가더니 ..." 까지 이야기했을 때, 엄마가 "그만 해라. 이따가 아버지 들어 오신 다음에 듣자." 하고 딸의 말을 끊었다. 아버지와 같이 저녁 식사 하는 중에 엄마가 "얘야, 그 이야기 좀 해 봐라." 그러자 딸이, ".... 아빠가 순이 언니하고 이층에 올라가더니, 엄마가 이웃 아저씨하고 하던 것과 똑 같은 일 했다." 무슨 말이든 끝까지 들어야겠다.

예를 하나 더 든다. 오래 전 일이다. 한 분이 골프를 가르쳐 주겠다고 나를 픽업해서 연습장으로 데리고 갔다. 머리를 좀 들고 스윙을 하라고 하자, 나는 새 안경에 적응이 안되어 있던 때라 머리를 들면 공이 안 보인다고 대답했다. 그분은 꾹 참고 나서, 허리를 펴고 스윙을 하라고 했다. 허리를 좀 다쳐 고생을 하던 때라, 허리를 펴기가 힘들다고 대답했다. 스윙 레슨은 여기서 끝날 수 밖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분이 부동산에 투자해 보는 것이 어떻겠는가 하고 말문을 열었다. 돈이 없어 허덕이던 때라 들어보지도 않고 생각이 없다고 했다. 계속 그분의 말문을 막고 마음을 상하게 해 주고 말았다. 그때, 말을 차단하지 않고 잘 들었더라면, 돈 없이도 부동산을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았겠고 지금 쯤 렌트 비 수금하면서 풍족하게 살만도 했는데.

이야기하면서 흥분하면 안 되겠다.
코메디언들은 우스운 이야기를 할 때 웃지를 않는다. 이야기가 끝나고 청중이 웃기 시작하면 그때서야 미소를 짓는다. 그런데 이야기가 클라이막스에 도달해서 모두 알아 듣기도 전에, 자신이 먼저 웃는다. 심한 경우에는 말 시작하면서 부터 웃는다. 알지도 못하면서 따라 웃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안 웃을 수도 없는 난감한 처지가 된다.

또 흥분하게 되면 한 말을 반복하는 경향도 있다. 같은 말을 두번 세번 반복 해야 시원하다. 그 부분을 이야기 하는 것이 재미있기 때문일 수도 있고, 듣는 분 한테 확실히 알아 듣게 하려는 의도일 수도 있다.
그리고, 흥분하게 되면 자기 이야기에 본인이 도취되어, 이야기하는 도중에 질문이 들어와도 이를 무시하고 자기 이야기만 계속할 수 있다. 질문한 분은 무시당한 기분이 들고 옆엣 분들한테 무안하기 짝이 없다.
마지막으로, 동문서답도 자주 나온다. 대답하기 보다는 하고 싶은 말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는 서론부터 시작해야 직성이 풀리기 때문이다.

침묵 일관도 좋지 않다.
옛날부터 웅변은 은이고 침묵은 금이라고 했다. 그러나 침묵 일관도 좋지 않다. 조선 중기의 신흠 (申欽)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마땅히 말해야 할 때 침묵하는 것은 잘못이다. 의당 침묵해야 할 자리에서 말하는 것도 잘못이다. 반드시 말해야 할 때 말하고, 침묵해야 할 때 침묵해야만 군자일 것이다." 꿀 먹은 벙어리로 있다가, 밖에 나와서 이러쿵 저러쿵 말이 많으면 소인이 아닐 수 없다.

권위자 같이 이야기하기도 쉽다.
"이러 저러 하다" 보다는 "이러 저러 하다고 한다" 가 더 바람직한 표현이다. "무슨 말인지 아시겠어요?" 는 피해야 할 말이다. 영어의 "(두) 유 노우? 아이 민" 과는 뜻이 다르게 들린다. 잘 알려지지 않은 전문용어 쓰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적절한 우리 단어가 있는데 영어를 쓰는 것 좋지 않고, "... 스테레오 타잎 즉 고정관념 ..." 같이 영어에 우리 단어까지 곁들여 쓰면 더 좋지 않다. 남의 말끝마다 주를 달어 보충 설명 하는 것 피해야 하겠다.

회의를 하다 보면 논쟁으로 변하기 쉽다.
논쟁을 하다 보면 감정이 상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내 의견만이 옳고 내 방법만이 최선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생각하게 되면, 상대방과 상대방의 의견을 이해하기 쉽고 존중할 수 있게 된다. 심리학의 말을 빌리면, 상대방의 입장을 동정 (sympathy) 까지야 할 수 없다 하더라도, 공감 즉 감정이입 (empathy) 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내 제안이 채택되지 못할 경우에도 실망이나 패배감을 덜 느끼게 된다고 한다. (계속)


장 용 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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