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對話) 의 묘 (妙)
보스톤코리아  2012-07-30, 11:50:01 
어느 사이에 70대 초반에 들어 섰다. 경험 없이 시작한 인생을 오래 살다 보니 잘못도 많이 했고 실수도 많았다. 마찬가지로 "대화"에서도 실수가 많았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남의 마음을 상하게 해 주었을 것이다. "제 눈 속의 들보는 못 보고 남의 눈 속의 티는 보인다" 듯이, 남의 실수도 그동안 제법 보아 왔다. 이 모두가 기본 상식에 속하는 것들이다. 그런데 아직도 계속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 앞으로 더 바람직한 대화를 하기 위하여 독자 여러분과 함께 대화의 예의와 기술을 반추하고자 한다.

대화는 즐겁다. 대화를 통해서 배우는 것도 많다. 상대방을 더 이해하게 되고 더 친해진다. 정신적 치료도 된다. 그래서 정신병 의사는 환자의 넋두리를 들어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야기를 주고 받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헤어져야 할 때가 되면 아쉬움이 많다.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남편이 이야기를 시작한다. 여편과 같이 경험한 사건에 관해서이다. 여편이 옆에서 듣고 있다가, ‘이 대목은 내가 더 잘아는데, 내가 더 재미있게 말할 수 있는데’ 또는 ‘남편이 한마디를 빠트렸는데’ 하는 생각이 들자, 입을 연다. 남편이 여편에게 바톤을 넘겨 주지 않고 이야기를 계속한다. 여편은 여편대로 내가 질까보냐 하고 자기 옆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계속한다. 중앙 방송에서 두 지방 방송으로 변한다. 청중이 둘로 갈라진다. 이 부부 바로 맞은 편에 있는 분들은 누구 말을 들어야 할지 곤혹을 느낀다.

말을 가로채는 것도 여러가지다. 모처럼 준비해 온 과제를 가지고 갑순이가 이야기를 시작한다. "어제 TV에서 보았는데 ..." 로 말문을 여는데, 을순이가 "나도 보았지 ..." 하면서 갑순이가 하려고 하던 이야기를 가로챈다.
어떤 경우에는 갑돌이가 이야기하는 도중에 을돌이가 "그거는 말이지 ..." 하면서 말을 가로챈다. 좀 심한 경우에는 "그게 아니고 ..." 하면서 말을 가로챈다.
말을 가로 채이고 보면 김이 빠진다. 되찾으려고 기회를 엿보다 보면, 상대방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귀에 들어 오지 않는다.

듣기 보다는 말하기가 더 신이 나는 것이다. 한정된 시간에 할 말들이 너무 많은 것이 탈이다. 이럴 수록 "타임 쉐어링"이 필요하다. 네 사람이 모이면 각자가 1/4 정도만 이야기하면 될 것이다. 1/5 이면 더 좋다. 1/6 이면 더 더욱 좋다. 입은 하나인데 귀는 왜 둘이냐 하면, 입으로 말은 적게하고 귀로는 두배로 잘 들으라는 농담도 있다.

카나이 히데유키에 의하면 듣고 있을 때의 시간은 이야기 하고 있을 때의 시간 보다 두배 정도로 길게 느낀다고 한다. 그래서 상대방에게 70 퍼센트를 이야기하게 해도 상대방은 정작 50대 50으로 이야기하고 이야기 들은 것 같이 느낀다는 것이다. 때문에, 자신이 말하기 보다는 상대방이 더 이야기하도록 권유하고 경청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 귀한 시간을 독점하기가 쉽다. 모이기 시작해서부터 헤어질 때까지 남에게 말할 기회를 주지 않고, 자신도 쉬지 않고 이야기를 계속한다. 전영우 교수에 의하면 자신이 시간을 독점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지 못 한다고 한다.

이 귀한 시간을 유용게 쓰려면 간단명료하게 이야기를 하여야겠다. 그런데 말은 길어지게 마련이다.
방황을 하다 보면 길어진다. 포도주 만드는 방법을 설명하다가 포도주 마시던 여행 이야기로 바뀐다. 여행 이야기하다가 여행 도중에 들린 박물관 이야기로, 거기서 본 그림의 화가이야기로, 그러다가 동 시대의 음악가 이야기로, 끝없이 탈바꿈한다. 그러다 보면 포도주 만드는 법은 초반부터 도중 하차가 되고 만다.

또,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시시콜콜히 다 이야기하다 보면 길어지기 마련이다. 최근에 자동차 사고가 났다던가, 투병을 했다던가, 무슨 사연이 있었을 경우에 특히 길어진다. 본인에게는 하나하나가 너무나 생생하기 때문에 무엇 하나 빠트릴 수가 없는 것이다. 이야기는 질서정연하지만 길어지고, 결과로는 재미가 없고 지루해진다.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말이 많아지고 길어진다. 경험과 지식이 축적되기 때문에 말이 많아지고, 요약하는 능력이 줄어들기 때문에 말이 길어진다.

어디서 읽은 기억에 의하면 이야기를 일분 이상을 계속하지 말라고 한다. 40초로 일단 마감을 하는 것이 더 좋다고 한다. 말이 길어지면 자연히 진부해지기 때문이기도 하고, 남에게 말할 기회를 될수 있는 한 빨리 주라는 뜻이기도 하겠고, 말을 계속하더래도 숨 좀 쉬면서 말하고 들으라는 뜻인가보다. 마치 노래할 때 네 소절 끝날 때마다 심호흡 하듯이.

장용복
보스톤코리아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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