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교의 달라진 보조교사들, 덕분에 학교도 달라져
교사같은 학생들, 한국학교를 더 나은 학교로 만들고 있는 원동력
후배들 가르치며 미리 사회 경험, 자신의 영향력에 뿌듯함 느껴
이제는 보조교사 기다리는 어린 학생들 점차 많아져
??????  2025-06-05, 17:07:51 
뉴잉글랜드 한국학교 보조교사회 학생들이 뉴튼 소재 한국학교(오크힐 미들스쿨)에서 박현아 교사(두번째줄 왼쪽에서 5번째)와 함께 사진을 촬영했다. 보조교사회는 한국학교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뉴잉글랜드 한국학교 보조교사회 학생들이 뉴튼 소재 한국학교(오크힐 미들스쿨)에서 박현아 교사(두번째줄 왼쪽에서 5번째)와 함께 사진을 촬영했다. 보조교사회는 한국학교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뉴튼=보스톤코리아) 문서연 인턴, 장명술 기자 = 토요일 아침 8시 30분 보조교사들은 뉴튼에 위치한 뉴잉글랜드 한국학교(오크힐미들스쿨)에 거의 누구보다 먼저 도착한다. 보조교사들의 전용 공간1층 126호를 찾아드는 학생들은 아침임에도 미소를 띤다. 모처럼 늦잠을 청할 수 있는 토요일 아침, 늦잠의 달콤한 유혹을 떨쳐버리고 한국학교를 찾는 것이 즐겁다. 이같은 보조교사들이 무려 30명에 가깝다. 

이들의 공식 직함은 보조교사다. 즉 교사를 보조하는 선생님이자 학생들이다. 선생님과 학생이란 이중성을 모두 간직하기도 하지만 선택에 따라 선생님이 될 수도, 아니면 학생이 될 수도 있다. 또한 같은 2세로서 학생들의 사정에 밝고 공감하며 학생들과 담임 교사를 잇는 연결고리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반면 양쪽에서 압력을 받는 샌드위치 같은 처지이기도 하다. 그래서 ‘시키는 것만 하는’ 수동적 보조교사이기 쉽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보조교사의 역할은 제한적이었다. 담임 교사의 수업준비를 돕고, 프린트물을 챙겨 나눠주고, 숙제검사를 하며, 교사의 요청이 있을 때 학생들의 화장실 안내 등의 일을 진행했다. 여전히 이들이 하는 일에 이 같은 일이 없지는 않지만 지금의 보조교사들은 한국학교의 분위기를 바꾸는 핵심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뉴잉글랜드 한국학교 남일 교장은 “우리 보조교사회가 거의 30년 넘게 있었는데 최근 들어서는 대부분이 일단 학교에 오면서부터 ‘나는 오늘 뭘 해야 된다’, ‘뭘 할 것이다’, ‘어떻게 할 것이다’라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온다.”라고 말한다. 

흥부반 담임을 18년째 맡고 있는 이성희 교사는 보조교사들의 달라진 인식을 현장에서 경험하고 있다. 
이성희 교사는 “그전에는 반에서 보조하는 느낌이었다. 숙제검사하고 선생님으로부터 부탁받는 일만 했다면 지금은 스스로 생각하고 노력하고 만들어가는 것들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그것들을 수업 중에 적용해보고 싶어하고 좀 더 적극적으로 바뀌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토요일이면 학생들에게 집중하게 되는데 보조교사들이 적극적으로 임하면 교사들의 부담이 덜어져 좋고 학생들도 좋아해서 수업 분위기도 훨씬 좋아진다. 당연히 아이들이 배우는 것이 풍부해지며 보조교사들도 이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이렇게 적극적인 자세의 보조교사들은 점차 담임 교사는 물론 어린 학생들에게도 신뢰를 얻고 있다. 남 교장은 “아이들이 늘 담임 선생님 얼굴도 보고 싶어 하지만 자기 반에 배정된 보조선생님을 더 기다리는 아이들이 많아졌다”고 대견스러워 했다. 

어린 학생들은 어느새 보조교사들에게 유대감과 선생님으로서의 존중을 느끼게 되면서 끈끈한 연결고리를 갖게 된다. 미국학교가 없는 토요일, 또 학교를 나가야 된다는 사실에 한국 학교가 싫다던 학생들도 학교를 가고 싶다고 변하게 되는 계기가 되고 있다. 

토요일 한국학교를 기다리는 것은 비단 어린 학생들뿐만 아니라 보조교사들도 마찬가지다. 자신들이 한국학교를 바꾸고 있다는 것을 몸으로 실감하면서, 또 같은 또래와 교감하는 시간을 갖게 되면서 학교에 소속감과 애착감이 강해졌다. 

보조교사들은 뉴잉글랜드 한국학교 졸업생들에게 역할이 주어지지만 현재는 입소문에 다른 한국학교를 졸업했거나 관심있는 학생들도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보조교사회에 가입하고 있다. 매년 보조교사들의 수가 더 증가하는 이유다. 

보조교사들 중 일부는 차세대 교사 양성프로그램을 이수하고 교사로서의 경험을 쌓기도 하고 학생들이 발간하는 한영학교신문을 발간하는 편집부에서 활동하기도 한다. 

교무실에서 일하고 있는 뉴잉글랜드 한국학교 남일 교장 

보조교사는 선생님인가 학생인가
보조교사들이 토요일 학교에 등교하면 9시부터 보조교사회 미팅을 갖는다. 보조교사를 이끄는 박현아 교사는 이들이 비록 학생들로 구성된 보조교사이지만 결코 학생에 그치는 것으로 만족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박현아 교사는 “나에게는 학생이지만 각자 배정받은 교실에 들어갔을 때는 선생님”이라고 말한다. “학생들과의 관계에서는 여러분이 선생님이다. 그러니 선생님으로서 꼭 본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당부한다. 

또 하나의 당부는 ‘자신에게 뿌듯한 시간을 만들고 가라’는 것이다. 박 교사는 “어린 학생들에게 선생님으로서 역할을 하든, 보조교사회 내에서 친구를 만들든지 뭔가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갔으면 좋겠다”고 권했다. 이후 “보조교사 학생들간의 분위기도 좋아졌고, 많은 학교 선생님들에게서 좋은 피드백을 받고 있다.”고 박 교사는 전했다.   

남일 교장은 “그 수동적에서 이제 능동적이 된 이들이 역할의 중요성 과 어떤 역할을 해야 되는지, 이런 것들에 굉장히 성숙해져 있다.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성희 교사도 너무도 바쁜 고교시절에 한국학교에 자신의 시간을 헌신하는 학생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남일 교장은 “사실 여러 가지 재정적이나 이런 부분이 충분하면 아이들 한테 좀 더 맛있는 것도 사주고, 좀 더 많이 해주고 싶은데 해주지 못하는 게 아쉽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뉴잉글랜드 한국학교는 차세대 교사 양성프로그램, 각종 장학금, 보조교사 경험 에세이 등을 통해 가능하면 많은 지원을 하려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보조교사들 스스로의 레벨업 
보조교사들이 달라진 것은 보조교사들 스스로도 자신의 역할과 자신이 만드는 영향력에 대해 깊은 고민과 성찰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차세대 교사 양성프로그램을 통해 세종과정 자두반 담임을 맡았던 노진 보조교사(12학년)는 “한국학교 보조교사는 정말 보조 “교사” 잖아요. 그러니까 선생님이라는 거죠. 선생으로서 한 아이한테라도 전할 수 있는 그 임펙트가 정말 큰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윤준호 보조교사(12학년)도 “나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 수 있고 나의 행동이 어떻게 학생을 도와줄 수 있으며, 나의 행동들로 인해서 어떻게 사람들이 영향을 받거나 배울 수 있는지 알게 돼서 책임감을 배우게 됐다”고 말했다. 

영향력은 물론 자신의 책임감까지 즐기는 이들은 이미 교사 같은 학생들이었다. 사회 생활 초년병을 넘어 소위 ‘일머리’까지 갖추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해 사회생활에 있어 중요한 문제제기 및 해결능력도 습득하고 있다. 

차세대 교사양성 프로그램을 통해 흥부놀부반 종이접기 교사로 일하는 최유나 보조교사(12학년)는 “정말 즐기면서 하는 일이 아니라면 가르치고 있는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그 느낌을 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그래서 항상 보조교사의 일을 즐긴다”고 답했다. 

차세대 교사양성 프로그램으로 세종과정 문화수업 교사였던 최서경 보조교사(12학년)는 학생들로부터 존중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당부를 했다. “보조교사가 아이들과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 않을 때가 있어서 교사로써 존중을 받기 어려울 때가 있어요. 그런 부분에서 담임 선생님께서 도와주시면 보조교사가 하는 일이 더 의미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보조교사 활동은 대학입시에서 절실한 과외활동(Extracurricular) 요건을 충족시켜주기도 한다. 한국학교 수업 참여, 한영신문 편집부 활동, 각종 한국학교 관련행사 도우미 자원봉사 활동을 통해 미국 대통령 봉사상을 받는 도움을 받기도 한다. 

고등학교 그 빠듯한 시간에서 토요일을 몽땅 한국학교에 털어 넣은 보조교사들, 이들은 한국학교를 더 나은 학교로 만들고 있는 원동력이다. 주는 게 있으면 당연히 반대급부로 받는 게 있다.  교육 및 사회 경험과 소통능력 그리고 네트워킹이 종합선물세트로 주어진다. 이를 노진 보조교사는“덕분에 저도 정말 많이 레벨업 했습니다” 라고 표현했다. 

“조그마한 목소리로 좀 자세를 낮추고 학생 옆으로 다가가라. 먼저 무엇을 도울지 물어라” 박현아 지도교사의 말을 담고 보조교사들은 매주 토요일 여전히 교실을 향해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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