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581회 |
보스톤코리아 2017-01-30, 14:45:22 |
옛말에 '베갯머리 송사'가 있다. 이의 속뜻은 부부가 함께 자는 잠자리에서 아내가 남편에게 바라는 바를 속살거리며 청하는 일이라고 한다. 요즘은 남편과 아내가 부모와 자식이 그리고 친구들과 마주한 자리에서 빠지지 않고 이야기의 주제가 되는 것이 미국의 정치와 한국의 정치 얘기다. 물론 우리 집이라고 예외일 순 없다. 우리 집 남편은 '비즈니스 맨'이니 사업에 관한 정치 얘기가 더욱 관심사이며 미국의 정치판에 관한 서로의 대화도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 부부 역시도 공화당의 정책이 옳으냐 민주당의 정책이 옳으냐로 티격태격할 때가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남편은 한국 정치에 관심이 없다기 보다는 잘 모르는 입장이라 아내인 나와 맞서려하지 않는다. 친구 부부들과 만나 한국 정치 얘기를 주고받으면 그저 듣는 편이다. 그래서 조금은 싱겁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큰 녀석이 한 2주 집에 머물다 갔기에 그동안 미국과 한국의 정치 얘기를 서로 주고받을 수 있었다. 서로의 생각은 조금씩 달랐지만, 의견을 존중해주며 나와 다른 또 하나의 생각과 마주할 수 있었던 시간에 감사했었다. 그렇다, 우리는 이렇듯 모두의 생긴 모습만큼이나 서로 생각이 다르다.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상대방이 틀린 것이 아님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다만, 나와 다른 생각이 있구나 받아들이고 그 생각과 더불어 내 생각을 전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무조건적으로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틀렸다고 말한다면 대화는 그 자리에서 마침표를 찍고 마는 것이다. 더 이상 할 얘기가 없을뿐더러 계속하다가는 싸움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 가정의 밥상머리에서의 정치 얘기도 이러한데 한 나라의 정치판의 얘기란 것은 생각만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아니겠는가. 여하튼 요즘은 정치 얘기로 귀가 시끄럽다. 연세 드신 어른들의 생각은 우리 젊은 기성세대와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어르신 몇 분을 뵈면서 느낄 수 있었다. 그 옛날 일제강점기의 압제와 서러움에서 독립을 하고 또다시 참담한 전쟁을 겪은 세대이며, 그 어떤 정치적인 이념을 뛰어넘어 새마을 운동으로 가난함을 극복했고 경제가 살아나는 것을 직접 경험한 세대라 그럴 것이다. 가만히 그분들의 생각을 들어보면 이해는 간다. 하지만 지금 한국의 '국정농단 사태'를 바로미터로 바라보지 못하게 하는 것이 분명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젊은 세대인 나의 생각일까. 한 나라의 대통령이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으로 부정부패의 확연한 물증이 드러난 시점에서도 고개를 설래설래 흔들며 아니라고 나는 아니라고 부인만 거듭하는 태도에 화가 치미는데, 어찌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도 그것을 묵인하며 상대방이 잘못되고 왜곡됐으며 틀렸다고 거듭 강조하는 것일까. 그것은 지금에 겪고 있는 사태 저 너머의 아주 오래 축적된 정치적인 관습의 뿌리가 아닐까 싶다. 물론 서로의 생각이 다를 수는 있지만, 지금 사건들의 여러 증인과 많은 물증이 드러나 있는 시점에서 아니라고 발뺌하는 태도는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우리 오륙십대 세대의 초등학교 교과서를 펼치면 '국민교육헌장'이 있었다. 우리는 무조건 읽고 외우곤 했다. 그때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었다. 그러다 어느새 어른이 되었고, 부모가 되어 있다. 요즘에 다시 내 조국의 역사에 대한 공부를 차근차근 시작해 본다. 어릴 적 자라며 세상의 지식이 부족했던 부모님과 동네 어른들의 말씀에 건성건성 들었던 정치 얘기들은 별 관심거리가 아니었다. 그 세대의 특별히 배움이 없으신 어른들은 나라의 대통령이면 최고였다. 그때는 그랬으리라. 고른 배 채워주고 따뜻하게 먹여주면 최고였으리라. 또 하나의 이슈로 떠오른 '블랙리스트'는 참으로 황당한 모습이지 않던가. 나를 따르지 않으면 '나쁜 사람'이란다. 진보 보수도 아닌 그저 '내 편'이 아니면 '나쁜 사람'이라는 이 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자신에 대한 비판은 수용하지 못하고 무조건 끌어내리라는 그 '망령된 명령'은 도대체 어디에서 시작된 것일까. 이것은 헌법의 위반이며 자유 민주주의 원칙인 언론 자유의 침해이며 예술과 학문의 유린인 것이다. 여전히 변함없는 무책임한 태도에 화가 난다. 국가의 기본 틀을 무너뜨리고 공적 도덕성과 양심의 결여에 개탄하게 되는 것이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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