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산 지 얼마나 되었느냐고 물으면 참으로 난감해진다. 벌써 미국에 온 지 25년을 훌쩍 지나 30여 년의 세월 속으로 들어가고 있는데 부족한 것투성이고 특별히 자랑할 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에 와서 지금까지 마음에 와 닿는 단어가 둘이 있다. 트라이(try)와 비욘드(beyond)이다. 무슨 일을 하되 실망하거나 낙심하지 말고 다시 일어서라는 용기를 주는 트라이와 앞이 안개가 낀 듯 보이지 않지만, 저 언덕만 넘으면, 저 산만 오르면, 저 바다만 건너면 꿈과 희망이 있다는 비욘드의 단어는 나의 삶에서 넘어질 때마다 일으켜 세워주고 내게 꿈과 힘과 용기를 준 단어이다.
인생의 긴 여정에서 만나는 수많은 일과 관계와 관계 속에서 때로는 기쁨도 있지만, 견디기 힘들고 앞이 캄캄해 터널을 지나듯 보이지 않는 고통의 시간일 때가 있다. 이렇듯 막막해 앞이 보이지 않을 때 무엇인가 끄나풀이라도 잡고 싶을 때가 있지 않던가. 다른 사람의 진실한 위로조차도 위로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그럴 때 우리는 神을 찾기도 하고 매달리기도 한다. 이렇듯 beyond 속에 있는 뜻은 무한한 힘과 에너지 그리고 가늠할 수 없을 만큼의 삶의 가치를 일깨워준다는 생각을 한다. 이처럼 인간의 나약함을 인정하며 창조주의 위대함과 피조물인 인간임을 고백하는 것이다.
Beyond, 아주 간단한 알파벳으로 이루어진 단어 속 그것은 개인적인 삶의 꿈과 희망이 되기도 하지만, 온 우주 만물을 창조한 神과 그 속에 속한 인간 그리고 언젠가 신과 인간이 함께 만난다는 약속에 대한 내세를 말하기도 한다. 이 단어를 생각하면 참으로 신비하고 경이롭다는 생각을 가끔 해본다. 삶에서 몸이 아프면 약을 찾고 마음이 아프면 가족의 따뜻한 사랑을 찾듯이 영혼이 아플 때 神을 찾기도 한다. 그 神을 찾기 이전에 이 단어를 먼저 꺼내어 주문을 외우듯 희망을 꿈꾸고 소망을 노래하며 긍정적인 에너지로 나 자신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하나의 방법이 되었다.
지난 토요일(2012년 11월 10일)에 뉴햄프셔의 라이(Rye)에 위치한 수례아트 갤러리(Soo Rye Art Gallery)에서 'Winter Salon Show'라는 주제로 다양한 미술작품과 사진작품 그리고 수석작품의 그룹전이 있었다. 모두 서로의 색깔이 다른 작가들의 작품들을 만나며 좋은 시간을 가졌다. 그날 행사에 부족한 모습으로 사진작품 5점을 출품해 이번 그룹전에 함께 참여하였다. 사진작품의 제목을 beyond라고 정하며 작품의 타이틀을 붙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님을 또 깨닫는다. 그 작품과 작가와 함께 호흡할 수 있어야 하며 또한 관람자와 함께 공명하며 그 숨결을 느낄 수 이어야겠기에.
이번 전시회에 출품한 5점의 사진작품은 두 번에 걸쳐 다녀온 Death Valley(죽음의 계곡)에서 담아왔던 것이었다. 그 '죽음의 계곡'에서 느꼈던 메모를 다시 옮겨본다. 화씨 110°F(섭씨 40도)를 웃도는 무더운 열기 속 Death Valley에서그 열기보다 더욱 뛰는 나의 심장 소리, 차마 멈출까 두려울 만큼 흥분의 도가니에서 뛰쳐나올 수가 없었다. 미친 듯이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뜨거운 모래밭을 혼자서 뛰었다. 뒤를 돌아볼 여유도 없이 무작정 뜨겨운 열기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리고 그 열기와 하나가 되어 미친 듯이 뛰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온몸이 흠뻑 젖은 것도 모른 체.
삶은 어떻게 보면 작든 크든 간에 그 어떤 관계 속에서 또한, 어떤 일 속에서 의미부여를 하며 그 속에 있는 나 자신을 바라보는 것은 아닐까 싶다. 그래, 그렇다면 나의 삶에서도 더욱 깊고 높고 넓은 의미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이 세상의 온 우주 만물 속에서 그 무엇하나도 혼자일 수 없음을 알기에 서로의 연결고리를 생각하게 되었다. 그 연결고리가 바로 예술이 아닐까 싶은 그런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바쁘게 사는 현대인들에게서 점점 메말라 가고 무뎌가는 감성을 되찾는 길은 무엇일까 생각하며 그것은 우선 오감을 일깨워 일으켜 세우는 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것은 현대인들의 불안과 강박관념에서 온 스트레스를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을 찾아주는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음악과 그림과 춤과 글과 사진 그 외의 예술로 치유를 하는 치유예술 방법이 될 수도 있지만, 그보다 더 앞서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추스려 균형을 맞춰갈 수 있다면 더 없을 고마운 일이다. 이처럼 개인뿐만 아니라 그 어떤 단체나 종교를 뛰어넘어(beyond) 서로 가슴을 열고 만날 수 있는 '화합의 장'이 예술의 공간이라는 생각이다. 이번 그룹(그림, 사진, 수석)전시회에 귀한 발걸음으로 참석해주신 김 목사님과 도범 스님 그리고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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