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미술관(MFA), 미국 첫 노예 예술 환원…후손에게 반환
노예 도예가 데이비드 드레이크 작품 후손에게 반환
??????  2025-10-30, 16:41:01 
(보스톤=보스톤코리아) 한새벽 기자 =  보스턴미술관(MFA)이 19세기 미국 남부에서 노예로 살며 도자기를 만들었던 도예가 데이비드 드레이크(David Drake, ‘데이브 더 포터’로도 알려짐)의 작품 두 점을 그의 후손에게 돌려주기로 했다. 

전쟁 약탈품이나 식민지 시기 약탈 문화재의 환수가 진행돼 왔으나 미국 미술관이 노예 신분 예술가의 작품을 가족에게 되돌려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스톤미술관은 2024년 일제 식민시대에 유출된14세기 고려시대 사리를 한국에 돌려준 바 있다. 

드레이크는 1800년대 초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태어나 평생 도자기 공장에서 일했다. 1834년의 반문해(反文解) 법 하에서 노예가 글을 배우거나 쓰는 것은 법으로 금지돼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항아리에 자신의 이름과 짧은 시를 새겨 넣었다. 목숨을 걸고 남긴 대담한 행동이었다. 

MFA는 29일 보도자료를 통해 드레이크가 1857년에 만든 ‘포엠 자(Poem Jar)’와 ‘사인드 자(Signed Jar)’ 두 점의 소유권을 후손에게 되돌린 뒤, ‘포엠 자’를 가족으로부터 다시 구입키로 했다고 밝혔다. ‘사인드 자’는 가족이 계속 소유하지만, 미술관에 장기 대여하기로 했다.

‘포엠 자’에는 “나는 이 항아리를 돈을 위해 만들었네 / 사람들은 그것을 탐욕의 쓰레기라 부르지만(I made this Jar = for cash / Though its called Lucre trash)”이라는 시가 새겨져 있다. 연구자들은 이 문장을 노예로서 자신이 벌어들인 돈이 주인에게 돌아가는 부당한 현실을 풍자한 것으로 본다.

MFA는 1997년과 2011년에 이 두 작품을 구입해 보관해 왔다. 최근 수년간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시카고미술관, 세인트루이스미술관 등도 드레이크 작품을 잇달아 매입했고, 2021년에는 크리스털 브리지스 미술관이 그의 항아리를 150만 달러 이상에 낙찰받았다.

2023년 보스톤미술관이 ‘Hear Me Now: The Black Potters of Old Edgefield, South Carolina’ 전시를 열며 드레이크의 가족과 처음 만나게 됐고, 그 과정에서 작품의 주인이 누구인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MFA 피에르 테르자니앙 관장은 “드레이크는 자신이 만든 작품을 스스로 지킬 수 없었다”며 “이번 합의는 그의 예술과 용기를 기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드레이크의 가족은 이번 합의를 계기로 ‘데이브 더 포터 레거시 트러스트(Dave the Potter Legacy Trust)’를 세워, 그의 작품과 이름을 지키고 다른 후손들의 권리도 보호할 계획이다.

이번 결정은 미술관이 단순히 작품을 소장하는 곳이 아니라, 역사 속에서 빼앗긴 예술가의 권리를 되돌려주는 첫걸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MFA는 앞으로도 ‘포엠 자’를 계속 전시하며 드레이크의 용기와 예술을 관람객에게 소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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