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타타 들풀, "켜켜히 쌓인 역사, 페이지 사이 애환들 담았다"
광복 80주년 기념음악회, 2부 김택수 교수 칸타타 처음 연주
세계 초연 칸타타 <들풀>, 보스톤 관객들이 가장 먼저 만난다
뉴욕한인교회와 밀접한 연관 <미스터선샤인>서 제목 영감얻어
??????  2025-09-18, 17:30:02 
작곡가 김택수 샌디에이고 주립대 교수. 그의 칸타타 '들풀'이 10월 3일 조던홀에서 초연된다
작곡가 김택수 샌디에이고 주립대 교수. 그의 칸타타 '들풀'이 10월 3일 조던홀에서 초연된다
(보스톤 = 보스톤코리아) 우상원 객원기자, 편집부 = 작곡가 김택수 샌디에이고 주립대 교수의 신작 칸타타 ‘들풀 The Grass Still Grows’이 보스톤의 뉴잉글랜드음악원(NEC) 조던홀에서 10월 3일 세계 최초로 연주된다. 보스톤의 관객들은 이 작품을 세계에서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특권을 갖게 된다. 

보스턴한미예술협회가 주최하는 광복80주년 기념 음악회 2부에 연주되는 김택수 교수의 칸타타에는 성악가 홍혜란, 김효나, 최원회, 최기돈 씨등이 출연한다. 앞선 1부에서는 뉴욕 클래시컬플레이어즈, 김동민 지휘자, 백혜선씨가 출연해 베토벤의 코리올란 서곡과 피아노협주곡 5번 <황제>를 협연한다.

김택수 교수의 칸타타 ‘들풀’은 처음 동부 최초의 한인교회인 뉴욕한인교회 100주년 기념하기 위한 작품으로 출발했다. 그로부터 이 교회가 한국독립운동에 기여한 바를 고려해 건설되는 ‘뉴욕 독립기념관’의 9월 23일 개관을 기념하는 작품으로 논의됐으나 팬데믹으로 멈췄었다. 이후 지난해 봄부터 다시 진행돼 지금에 이르렀다. 

유머와 위트를 음악에 녹여내지만 과장하는 수사는 좋아하지 않는다는 김 교수는 이번 작품에 대해 “워낙 큰 규모의 작품을 진행하다 보니 수명을 깎아가면서 작업을 한다는 말이 처음으로 와 닿았다. 작품의 의의도 사실 한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벅찬 것이었다”며 심혈을 기울여 매진했음을 밝혔다. 

사실 14개 악장에 사용된 가사만 살펴봐도 그 작업의 방대함이 한눈에 읽힌다. 시편 126편, 예배전례, 임종순 목사 연설문, 미국독립선언문, 변영로 시 ‘논개’, 신사임당의 시, 미국 시인 엠마 라자루스의 ‘The New Colossus’, 미국 흑인 문학계의 거장인 랭스턴 휴스의 ‘I, too’, 장철우 목사의 ‘아우네 장터’ 등이다. 가사에 대한 설명도 무척 흥미로워 작품에 대한 호기심이 더해진다. 

김 교수의 기존 작품들은 뉴욕 필하모니, LA 필,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미국 유수의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비롯 한국에서도 널리 연주됐다. 버를로우 작곡상 등 수많은 상도 수상했다. 

이번 인터뷰는 보스턴 한미예술협회 음악위원이자 본지 객원기자인 소프라노 우상원 씨가 김택수 교수와 이메일로 진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우: 광복 80주년과 뉴욕한인교회 독립기념관 개관을 맞아 위촉을 받은 신작 칸타타 <들풀 The Grass Still Grows>의 초연이 다가오고 있다. 준비 기간은 얼마나 되었으며, 완성하기까지 그 과정은 어떠했나? 

김: 처음 이 작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 것이 2019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원래는 2021년 뉴욕한인교회 100주년을 위한 작품으로 출발했고, 뉴욕한인교회가 한국 독립운동에 기여한 바를 고려해서, 이 작품이 독립운동을 기념하는 작품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가 되었다. 그런데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이것이 무기한 연기가 되었다가, 작년 봄부터 다시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했다. 첫 악상이 떠오른 것은 작년 여름이었는데,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테마는 ‘억압과 회복 suppression & resilience’이었다. 그 사이에 틈틈이 다른 위촉 작품들을 쓰면서 작업을 병행했는데, 특히 텍스트를 고르는 데 아주 오래 걸렸다.

개인적으로 과장하는 수사법을 좋아하지는 않는데, 워낙 큰 규모의 작품을 진행하다 보니 수명을 깎아가면서 작업을 한다는 말이 처음으로 와 닿았다. 작품의 의의도 사실 한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벅찬 것이었고, 또 훌륭한 연주자들과 함께 작업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작품의 퀄리티를 유지해야 한다는 책임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작품의 편성도 합창, 국악, 피아노 등 여러 버전의 아이디어가 나타났다 사라졌다. 곡을 써도 써도 끝이 나지 않고, 또 쓰면서 수정 및 편집해야 하는 양도 어마어마했다! 미리 알았으면 아마 시간 안배를 다르게 했을 것 같다.

우: 총 14개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시대적·문화적·언어적으로 다양한 가사를 사용하신 것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어디서 어떻게 영감을 얻고 이러한 구성을 하시게 되었나?

김: 작품 구상 단계에서 가장 먼저 떠올랐던 가사가 ‘Miserere nobis’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였다. 이미 당연히 주어졌던 ‘대한독립 만세’를 제외한 나머지에 대한 이야기다. 그 다음에는, 꼭 한국 사람이 아니더라도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 더 생명력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서 착안했던 것이 한글과영어, 라틴어로 된 작품이었고, 또 성서 ‘출애굽기’였다. ‘탈맥락’을 통해서 깊이를 확보하고 싶었다고나 할까? 그래서 이 주제와 연관된 시편 126편을 영어로 더하자고 생각했다.

작품을 발전시키는 과정 중에, 백혜선 선생님께서는 고 장철우 원로목사님께서 쓰신 시들을 공유해 주셨고, 김동민 지휘자님께서 뉴욕한인교회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미스터 션샤인’을 보라고 강력히 추천해 주셨다. 지금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데, ‘미스터 션샤인’에서 ‘독립 운동은 나라님들의 것이 아니라 민초들의 것이다’는 골자의 대사가 마음 속에 확 들어왔다. 거기서 ‘들풀’이라는 제목 아이디어를 생각하게 되었다. 제가 워낙 풀뿌리 운동을 좋아하기도 한다(하하).

거기에 진작부터 제가 담고 싶어했던 ‘이민 생활의 애환’을 더하기로 결정했다. 그 과정에서, 더 광범위한 설득력을 얻기 위해 미국의 다른 이민자들의 이야기들을 조망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엠마 라자루스(Emma Lazarus)의 라는 시에서는 이민을 올 때 사람들이 갖는 희망이, 랭스턴 휴즈(Langston Hughes)의 라는 시에서는 다른 인종의 미국 살이와 그 애환과 극복이 눈에 들어왔다. 신사임당의 시는 집에 있던 엽서에서 우연히 발견했는데, 이민자의 마음을 아주 잘 대변할 수 있겠다 싶었다.

독립 운동과 관련해서도, 보다 포괄적인 접근을 위해 한국 독립 선언문이 아닌 미국 독립 선언문을 사용했고, 또 독립 운동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지만, 한-일 관계에서 눈에 띄는 인물인 ‘논개’를 쓰기로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문위원회와 만났을 때, 뉴욕한인교회의 역사를 담은 ‘강변에 앉아 울었노라’ 책자를 선물받았는데, 글과 음악 사이의 구체적인 연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책자에서 두 구절을 발췌 및 편집했다.
거의 수도쿠 같은 퍼즐이다 (하하). 워낙 고려해야 할 상황들이 많았다.

우: 음악적으로는 어떤 특징이 있는 작품인가? 

김: 가사처럼 역시 다양한 문화와 장르를 반영하는 작품을 쓰고 싶었다. 그래서 천주교나 성공회 등에서 볼 수 있는 시편송, 국악 판소리, 그리고 각종 서양음악을 섞었다. 오페라나 오라토리오처럼 레치타티보와 아리아, 그리고 중창이 다 들어가기도 했다. 전체적인 통일성을 위해서 몇 가지 주선율들을 반복하면서 사용했다.

우: 또한 특정 성악가를 염두에 두고 쓰셨는지, 이번 연주자들은 어떻게 섭외되었는지 궁금하다.

김: 연주자 섭외는 백혜선 선생님께서 특별히 뉴욕한인교회를 거쳐간 성악인들 위주로 진행해 주셨다. 소프라도, 앨토, 테너, 베이스의 네 성부가 모두 필요했는데, 각 영역에서 독보적인 분들이다. 소프라노 홍혜란 님과 테너 최원휘 님은 부부인데, 그 전에 홍혜란 님의 음반 ‘희망가’에 제가 편곡 및 작곡(아리랑 연가)으로 참여한 경험이 있어서, 두 분의 역량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었다. 메조 소프라노 김효나 님 그리고 바리톤 최기돈 님과는 작품을 쓰는 과정 중에 이 분들의 동영상을 이것 저것 보고, 대화도 직접 해보면서 이 분들의 역량을 최대한 집약적으로 보여 줄 수 있는 작품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결국 약간 맞춤형으로 쓰게 되었다.

우: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나 계획은 어떤 것이 있는지 말씀해달라.

김: 이번 작품과 경험을 바탕으로 관현악 작품, 오페라 등 꾸준히 큰 규모의 작품들을 쓰게 되지 않을까 싶다. 제 작품에 대해서 워낙 ‘일상’으로부터의 음악, ‘유머’있는 현대음악 등의 수식어들이 붙었었는데, 그 기저에는 사실 우리 인생의 있는 그대로를 담는 음악을 쓰고자 하는 제 의지가 반영되어 있지 않나 싶다. 앞으로도 사람들이 미처 주제로 삼지 않은 보편적이고 작은 것들을 담도록 하겠다.

우: 보스턴에서 연주되는 이번 작품은 특별하거나 어떤 의미가 있는가?

김: 미국의 역사와 문화의 정점에 있는 보스턴은 저에게는 뭐라고 할까… 꿈의 도시이다. 또 칸타타 ‘들풀’은 제가 이제까지 썼던 작품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작품이라서 감회가 새롭다. 또 아름답고 음향이 뛰어난 조던 홀에서 연주되는 것은 처음이라서, 그 부분도 기대하고 있다.

이민 온 지 14년 밖에 안 된 나름 새내기 이민자로서, 미국 한인 사회, 또 한국 독립운동사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기관을 위한 작품을 썼다는 것 자체도 뜻깊은 일이 될 것 같다. 켜켜이 쌓인 역사와 그 페이지 사이사이에 있는 우리들의 애환을 40분 이내에 다 담을 수는 없지만, 영광스러운 자리에 초청받은 만큼, 최선을 다해서 꾹꾹 눌러 담기 위해 애썼다. 이민 생활의 기간과 상관없이, 또 심지어 한국인이 아니더라도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 되길 소망한다.

<공연 정보>
광복 80주년 기념 음악회 자유의 울림
장소: 뉴잉글랜드 음악원 조던 홀(290 Huntington Ave. Boston, MA)
일시: 2025년 10월 3일(금) 오후 7:30
입장료:  무료 (사전등록 필수)
상세 정보: www.kcsbosto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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