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매년 챙겨 먹던 구충제, 미국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  2025-09-15, 11:36:01 
“선생님, 한국에서는 매년 봄·가을마다 구충제를 챙겨 먹었는데, 미국에서도 먹어야 하나요?”
한국에서 오신 환자분들에게서 자주 듣는 질문입니다. 미국 생활에 익숙해져도, 구충제만큼은 습관처럼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죠. 오늘은 미국에서의 구충제 복용에 대해 깔끔하게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미국에서는 왜 구충제를 정기적으로 먹지 않을까?
미국 질병관리청(CDC)과 관련 기관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한 정기적인 구충제 복용은 권장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기생충 감염 자체가 드물고
감염되더라도 대부분 증상이 있을 때 진단 후 치료하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증상도 없는데 예방적으로 약을 먹는 건 효과도, 필요성도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그럼 한국에서 온 사람은 예외일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한국에서 왔다고 해서 구충제를 무조건 복용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물론 1980~90년대까지만 해도 회충이나 간흡충 감염이 흔했지만,
2000년대 이후 위생 환경과 공공보건이 크게 개선되면서 전체 감염률이 급감했습니다.
최근 건강보험청구 데이터에 따르면 간흡충·요충 등의 감염도 지속적으로 감소 중이고,
특히 젊은 세대에서는 거의 드문 질환이 되었습니다.
즉, “한국에서 왔으니 일단 먹자”는 방식은 이제 맞지 않습니다.

그럼 어떤 경우엔 예방적으로 먹는 게 좋을까요?
다만 아래와 같은 경우에는 1회 복용으로 예방 치료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과거 시골 지역에 살면서 위생 환경이 열악했던 경험이 있다면
해외 체류 중 깨끗하지 않은 물이나 음식을 먹은 적이 있다면
최근 건강검진에서 이유 모를 호산구 증가(eosinophilia)가 발견되었다면
면역 억제 치료(스테로이드 등)를 곧 시작할 계획이라면
이런 경우에는 증상이 없어도 잠재 감염 가능성을 고려해 한 번쯤은 약을 복용해볼 수 있습니다.

어떤 약을, 어떻게 복용할까요?
알벤다졸(albendazole) 600mg 경구 1회 복용
→ 회충, 요충, 십이지장충 등 대부분의 장내 기생충 예방에 효과적입니다.
이버멕틴(ivermectin) 200㎍/kg 경구 1회 복용
→ Strongyloides stercoralis (사상충) 예방에 사용. 면역 억제 치료 전 고려합니다.
※ 단, 감염 위험 노출이 없다면 매년 반복 복용은 권장되지 않습니다.

회를 자주 먹었던 분은?
여기서 한 가지 예외가 있습니다.
“민물 생선회(예: 메기, 붕어, 뱀장어 등)”를 냉동 또는 익히지 않고 먹은 경험이 있다면
간흡충, 폐흡충, 광절열두조충 등에 감염되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냉동 없이 바로 회로 먹은 경우라면 1회 예방 복용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장내 기생충과 달리 간흡충류는 증상이 없더라도 간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 바다 생선(광어, 참치, 연어 등)은 아니사키스(Anisakis) 위험이 있지만,
이 경우는 현재의 구충제(알벤다졸)로는 예방 불가능합니다.

요약하자면
미국에서는 정기적인 구충제 복용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한국에서 오신 분들도 대부분은 복용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아래에 해당된다면 1회 예방 복용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과거 비위생적인 환경 노출
민물회 섭취 경험
호산구 증가
면역억제 치료 계획

정확한 판단은 의료진과의 상담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미국 내과 / 비만 전문의 이용현
Charles River Medical Associates - Obesity Clinic
61 Lincoln Street, Suite 301, Framingham, MA 01702
508-820-8332


의견목록    [의견수 : 0]
등록된 의견이 없습니다.
이메일
비밀번호
한담객설閑談客說: 각角잡고 살다 2025.09.15
각을 잡아라. 한국군대 용어로만 알고 있었다. 오래되어 기억에도 가물거린다. 관물대와 군복 다리미질도 더불어 떠올랐다. 요즈음 이 말이 빈번히 사용되는 모양이다...
알레르기성 결막염, 예방법은? 2025.09.15
이번 주 휴람 의료정보에서는 환절기에 급증하는 알레르기성 결막염에 대해 휴람 의료네트워크 강남스마일안과 염 동주 원장의 도움을 받아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삶의..
한국에서 매년 챙겨 먹던 구충제, 미국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2025.09.15
“선생님, 한국에서는 매년 봄·가을마다 구충제를 챙겨 먹었는데, 미국에서도 먹어야 하나요?”한국에서 오신 환자분들에게서 자주 듣..
고용 둔화가 가져온 기회, 지금이 재융자 적기일 수 있습니다 2025.09.15
주택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 중 하나는 바로 금리입니다. 그런데 금리는 단순히 은행이 정하는 숫자가 아니라, 미국 경제의여러 지표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미국 부차관보, 조지아 한국인 노동자 구금 사태에 “유감”…“재입국 불이익 없다” 2025.09.14
크리스토퍼 랜도 미 국무부 부차관보가 최근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한국인 노동자 대규모 구금과 관련해 유감을 표명했다고 블룸버그가 14일 전했다. 랜도 부차관보는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