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회 리뷰> "자유의 울림" : 디아스포라 기억 속에 울려 퍼진 음악의 힘
??????  2025-10-09, 16:56:01 
지난 10월 3일, 보스턴 뉴잉글랜드 음악원 조던 홀에서 열린 콘서트 “자유의 울림(Resonance of Freedom)”은 단순한 음악회를 넘어, 역사와 공동체, 그리고 정체성을 아우르는 깊은 울림의 장이었다. 한국 광복 80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이번 공연은 뉴욕 클래시컬 플레이어즈(New York Classical Players)의 정교한 해석과 함께 디아스포라 공동체의 문화적 목소리를 음악으로 가시화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닌다. 1층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은 이 공연이 단순한 음악적 감상이 넘어 공감과 연대의 현장이었음을 보여주었다.

공연의 서막을 연 베토벤의 <코리올란 서곡>은 강인한 동기의 대비와 영웅적 주제가 어우러져, 한국 독립 투쟁의 서사와 맞닿은 듯한 극적인 긴장감을 전했다. 김동민 지휘자의 날렵하면서도 단단한 제스처는 오케스트라에 명확한 방향성을 부여했고, 그 안에서 베토벤의 극적 서사가 생생히 펼쳐졌다. 이어 연주된 <피아노 협주곡 제5번 ‘황제’>에서는 피아니스트와 오케스트라가 정교한 호흡으로 장엄하고 품격 있는 하모니를 만들어냈다. 무대에 등장하자마자 관객들의 환호를 받은 피아니스트 백혜선 교수는 환한 미소로 화답하며, 음악과 완벽히 하나 된 듯한 움직임과 깊은 호흡으로 우아하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연주를 선보였다. 그녀의 연주는 곡의 제목처럼 고귀하면서도 내면적인 울림을 지녔으며, 세 번의 커튼콜 끝에 선보인 앙코르곡 쇼팽의 <녹턴 20번>은 슬픔과 회한의 정서를 섬세하게 승화시켜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안겼다. 

2부에서는 작곡가 김택수의 세계 초연작 <칸타타 들풀(The Grass Still Grows)>이 무대에 올랐다. ‘기억, 공동체, 그리고 희망’을 주제로 한 이 작품은 한글, 영어, 라틴어의 다언어적 텍스트를 사용하며, 디아스포라의 다층적인 역사와 정체성을 음악적으로 구현했다. 김 작곡가는 전통음악과 현대음악의 언어를 유기적으로 결합해 “한국적 정서”를 세계적 문맥 속에서 소통할 수 있는 예술로 확장해 온 대표적인 현대 작곡가다. 이번 칸타타에서는 민요 선율과 장단, 미국적 찬송가와 재즈 리듬이 공존하며, 로컬과 글로벌, 전통과 현대, 한국과 미국의 사운드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독창적인 음악 세계를 펼쳐 보였다. 

가사 또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임종순 목사의 설교문, 성경 시편의 구절, 미국 독립선언문, 신사임당의 시, 디아스포라 시인의 고국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뉴욕 한인 교회 시국 선언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대와 장소의 텍스트들이 음악 속에서 하나의 서사로 엮였다. 네 명의 남녀 성악가(홍혜란, 김효나, 최원휘, 최기돈)가 들려준 아리아, 레치타티보, 중창 등은 호소력 있는 울림으로 과거를 회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재와 소통하며 문화의 경계를 넘어 미래를 향한 예술적 메시지를 전달했다. 

철학자 아도르노(T. W. Adorno)는 “진정한 예술이란 사회적 진실을 모방함과 동시에, 외부 세계에 저항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번 공연은 음악이 단순한 미적 경험을 넘어, 사회적·문화적 기억을 소환하고 정체성을 재구성하는 강력한 문화적 실천임을 보여주었다. 특히 디아스포라 공동체가 음악을 통해 집단 기억을 재정의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연대와 희망의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음을 보여준 뜻깊은 무대였다.
한국의 역사와 문화가 담긴 이 음악이 보스턴을 시작으로 더 널리 울려 퍼지기를, 그리고 이를 통해 더 많은 이들이 한국의 역사와 정서를 예술적으로 공감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손민경 (음악학자, 서울대학교 동양음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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