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아파트 소유한 2만5천가구, 수십년 거주 집 잃을 위기
토지 임대료 현재의 450% 급등…입주민들 사실상 퇴거선고
렌트 상한법 공동발의한 맘다니 시장후보의 급부상 이유 설명
??????  2025-07-24, 16:21:58 
뉴욕의 독특한 제도인 토지임대협동조합 아파트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뉴욕 땅값으로 인해 위기에 처했다. 뉴욕시 주민들과 뉴욕 주 의회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주목된다. 사진은 뉴욕시 거리
뉴욕의 독특한 제도인 토지임대협동조합 아파트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뉴욕 땅값으로 인해 위기에 처했다. 뉴욕시 주민들과 뉴욕 주 의회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주목된다. 사진은 뉴욕시 거리
(보스톤 = 보스톤코리아) 장명술 기자 = 뉴욕 맨해튼 ‘억만장자 거리(Billionaires’ Row)’로 불리는 57번가 인근의 중산층 주거지, 카네기 하우스(Carnegie House)의 토지 임대료가 450% 인상 위기에 놓이면서 수십 년간 이곳에 거주해온 주민들이 퇴거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WSJ 보도에 따르면, 뉴욕만의 독특한 토지임대협동조합(Ground Lease Coop) 제도가 근본적인 원인이며 최근 땅값 상승과 투자자들의 수익 극대화 전략이 맞물리며 아파트 소유자들을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대표적인 토지임대협동조합 소유의 카네기 하우스(Carnegie House)는 건물 자체는 조합원들이 소유하고 있지만, 건물이 들어선 토지는 별도의 제 3의 부동산 투자자 소유이며 장기 임대로 사용하는 구조다.

토지임대협동조합은 과거 중산층의 주거 비용 부담을 낮추기 위해 1950년대부터 활용되어 왔다. 한때 중산층에게 내집마련의 기회를 제공하고 많은 사람들의 주거 공간을 창출하는 좋은 아이디어였다. 그러나 현재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뉴욕 땅값으로 인해 많은 토지임대협동조합 형태의 아파트 거주자들이 위기에 놓이는 뉴욕의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마케팅 컨설턴트이자 카네기 하우스 조합 이사장인 리처드 허쉬(61)는 “우리가 예전에 맺은 토지임대(Ground lease) 계약은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었다”며, “지금 같은 폭발적인 땅값 상승은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990년대 아내 질 스트라우스와 함께 2베드룸 유닛을 약 40만 달러에 구입했다.

지난 7월 18일, 독립 중재위원회는 토지 가치 상승에 기반해 이 건물의 연간 지상권 임대료를 기존 4백36만 달러에서 약 2천400만 달러로 인상을 결정했다. 이는 토지 소유주와 조합 간 협상이 결렬된 후 개시된 중재 절차의 결과로, 아직 법원의 최종 승인을 남겨두고 있다. 이 판정이 확정될 경우, 허쉬 부부의 월 주거 비용은 약 5,000달러에서 1만 3,000달러로 뛰게 된다.

토지 소유주는 부동산 재벌 루빈 슈론 및 데이비드 워너와 관련된 LLC 법인이다. 주민들은 이 법인이 거주민들을 밀어내고 초고층 럭셔리 건물을 새로 지으려 한다는 의심을 품고 있지만, 토지 소유주 측 대변인 제임스 욜레스는 “그런 재개발 계획은 없다”며 부인하고 있다. 

욜레스는 또한 “주민들은 토지임대협동조합 구조로 인해 저렴한 가격에 아파트를 구입했으며, 잠재적 임대료 상승 가능성도 인지하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협상에 대한 진정성 있는 대화에 언제든 열려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주민 다수는 일부 인상은 각오했지만, 과거 땅 소유주였던 샤프(Sharp) 가문이 오랜 기간 안정적인 임대료를 유지해왔기 때문에 극단적인 인상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입을 모은다. 건물 내 상가 및 주차장 세입자들도 임대료 일부를 부담하고 있지만, 이번 인상 규모는 공동체 전체를 위협하는 수준이라는 것이 조합의 입장이다.

카네기 하우스는 뉴욕의 여러 협동조합 아파트 중의 하나로 현재 무려 2만5천여 가구가 이 같은 토지임대건물에 지어진 협동조합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 토지임대협동조합연합(Ground Lease Coop Coalition)에 따르면 상당수의 아파트가 임대기간 만료에 봉착해 있다. 카네기하우스의 문제는 뉴욕시의 대표적인 주택문제일 뿐만 아니라 미 전국적으로 주택가격이 치솟는 가운데 당면한 저렴한 주택공급의 문제이기도 하다. 

많은 협동조합 협상을 맡았던 뉴욕의 변호사 제프리 마젤씨는 “이 같은 협동조합아파트는 시간 폭탄”이라고 지적했다. 

83세 은퇴한 엔지니어 데이비드 조던은 “우리 중 누구도, 그리고 심지어 조언을 준 전문가들조차도 이런 수준의 땅값 상승은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주요 은행들은 2025년 토지임대 계약 갱신을 앞두고 주거 비용 불확실성을 이유로 해당 건물에 대한 모기지 발급을 중단했다.

실제로 이 불확실성은 부동산 가치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19층의 1베드룸 유닛은 최근 18만 9천 달러에 매물로 나왔는데, 이는 2015년 마지막 거래가였던 53만 5천 달러보다 60% 이상 하락한 가격이다.

카네기 하우스의 한 주민인 샌디 델(70)은 1998년 15만 달러에 아파트 유닛을 구입해 지금까지 거주 중이다. 그녀는 “도배도 하고 싶고, 카펫도 새로 바꾸고 싶지만, 이 불확실성 때문에 어떤 수리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2011년 약 78만 달러에 아파트 유닛을 구입한 루와 바브 그루멧 부부는 현재 80대이며 고정 연금으로 생활하고 있다. 그들은 “당연히 어느 정도 임대료 인상은 감수할 생각이었다”고 했지만, 월세가 3,700달러에서 9,000달러로 뛸 것이란 전망에 경악했다. 루는 “이건 상상을 초월한다”고 말했다.

협동조합이 렌트비를 부담하지 못해 지불불능(default) 상태로 토지임대 계약이 파기될 경우, 건물은 다시 임대안정화 법에 따라 일반 임대 아파트로 전환된다. 이 경우 조합원들은 소유권과 지분을 모두 잃게 된다. 남아 있는 모기지는 여전히 각 조합원의 책임이며 월상환금은 계속 납부해야 한다.

카네기 하우스의 협동조합 허쉬 이사장은 이번 렌트비 인상 결정은 “기본적으로 사형선고”라고 표현했다. 
토지임대협동조합은 2차 대전 이후 뉴욕의 땅값이 급등하면서 신규주택 공급이 어려워지자 등장했다. 개발업자들은 거주민 조합 그리고 토지를 소유한 교회나 학교 같은 3자와 타협해 아파트를 건축했다. 아파트를 저렴하게 구입한 조건으로 아파트 소유 조합원들은 관리비와 토지 렌트비를 매달 부담했다. 적어도 당시에는 윈윈 전략이었다. 

대부분의 토지임대 소유주들은 일정기간이 지나면 땅값의 상승분에 맞춰 리스 조건을 갱신해 렌트비를 인상했고 다시 리스 기간인 50년에서 99년이 만료되는 경우 다시 갱신했다. 땅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사모펀드 등 투자자들이 토지를 사들여 더 높은 렌트비를 요구하는 악순환이 시작됐다.  

그도 그럴 것이 1970년대 말 카네기 하우스는 노동조합(Coop)아파트로 전환됐다. 당시 57번가는 기념품 가게가 즐비하던 소박한 거리였다. 그러나 이 거리에 초고층아파트 개발이 시작되면서 아파트들은 수천만달러를 넘어서 거래됐다. 카네기 하우스에서 북쪽으로 2블럭 떨어진 220센트럴파크 사우스의 한 신축 콘도는 2019년 2억4천만달러에 팔리며 미국 최고기록을 세웠다. 

이 같은 사회적인 문제는 정치권의 개입을 유발했다. 토지임대아파트조합연합과 카네기 하우스 조합은 뉴욕주 의회에 입법적 개입을 요청했다. 주상원의원 리즈 크루거와 주하원의원 린다 로젠탈은 2024년 지상권 계약 갱신 시 임대료 상한 등을 두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의회 본회의까지 가지 못했다. 올해에는 임대료 상한 조항을 제외하고 용도변경된 건물에서 적절한 렌트비를 부과토록하는 축소된 법안이 상원과 주택위원회를 통과했으나, 최종 표결에는 실패했다.

이 같은 입법이 실패한 배경에는 뉴욕부동산위원회(REBNY)가 있다. 뉴욕부동산위원회(REBNY)는 이에 강력히 반대하며 “지금 규칙을 바꾸는 것은 경기 9회말에 심판이 룰을 바꾸는 것과 같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단체는 또한 “맨해튼 지상권 공동주택 중 일부는 실제로 매우 부유한 사람들이 거주하거나 고가에 임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크루거 의원은 “이제야 문제가 되기 시작했기 때문에 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지금 개입하지 않으면 앞으로 더 많은 피해자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논란은 뉴욕시 시장 선거와 맞물려 '주거권' 이슈가 핵심 의제인 가운데 부각됐다. 뉴욕 시장 선거에서 임대료 상한법안을 공동발의 했던 조런 맘다니 주하원의원이 민주당 경선에서 당선되며 바람을 일으킨 배경을 이해할 수 있게 한다. 맘다니 후보는 “주거는 인권이며, 현재처럼 무분별한 축출이 계속된다면 도시의 공동체 구조가 붕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샌디 델은 “집 값이 떨어지는 건 오히려 덜 중요하다. 진짜 문제는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다른 집이 없다는 것”이라며 “나는 이곳에서 30년 가까이 살아왔고, 다른 도시는 생각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그녀는 “억만장자 거리라는 이름도 정말 싫다. 여기는 원래 그런 곳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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