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숨어있는 향기 |
?????? 2025-05-12, 11:33:25 |
꽃을 구별하지 못한다. 어릴적엔 선생님들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들었어도 곧 잊었다. 그 꽃이 이건가 저건가. 구별할수 없었던 거다. 관심도 없었고, 그게 그닥 중요치 않았기 때문이다. 선친께 물을적도 있었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간명했다. 너는 몰라도 된다. 당신도 알수 없으셨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목련이 피기를 기다렸다. 아니나 다를까 활짝 피었다. 4월 중순이었는데, 우리동네 어느 집 앞마당에서 발견했다. 우리집 강아지 송이를 산책시킬적에 눈에 띄였던 거다. 다른 꽃들도 필동말동 하더니, 더불어 팡 터졌다. 몇주전 한국신문에 나온 기사이다. 꽃소식인데, 선암사 매화와 벚꽂을 말했고, 목련의 소식이었다. 기사 몇줄을 날것으로 옮겨 놓는다. ‘매화는 봄을 연다. 벚꽃은 봄을 닫는다. 매화·목련·개나리·진달래·벚꽃 순. 대체로 이러한데, 도대체 올해는 좀 엇나가는 분위기.’ ‘봄보다’ 마음이 앞서 매화를 찾았던 사람들은 탄식했다. “아쉽다.” 꽃은 가까이에서 꽃향내와 함께 보는 것도 좋다. 그러나 멀찍이 바라다 보며 즐기는 것도 만만치는 않다. 그렇다고 내가 꽃에 대해 매니아나 덕후에까지 이르렀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아마추어 수준에서 근처를 어슬렁거린다. 그러나 아마추어라고 해서 꽃을 기다리고 즐기는데 자격이 없다는 건 아닐 터. 기다린 보람이 있었던 모양이다. 우리집 마당에도 드디어 피어 올라섰다. 개나리를 필두로 철쭉도 한번에 팡 터져 나왔던 거다. 덩치 큰 나무에 달린 벚꽃도 활짝 만개했더랬다. 어둡고 칙칙하던 집 마당이 환하게 밝아 졌던 거다. (부끄러운데, 실은 그나무가 매화나무인지 벚꽃(이화梨花)나무인지 확인 할수는 없다.) 이른 새벽에 올려다 보는 흰꽃덩이들은 더욱 그윽하더랬다. 매화라면 암향暗香이라 한다. 암향이란 낱말은 뜻도 어렵다만 말처럼 숨어있는 향기란다. 그윽한 향기라 할 수도 있겠고 시인 정철의 사미인곡에도 나온다고 했다. 동풍이 문득 불어 쌓은 눈을 헤쳐 내니창밖에 심은 매화 두세 가지 피였구나가뜩이나 쌀쌀하고 적막한데 그윽한 향기(암향暗香)는 무슨 일인고 봄은 짧고, 해가 길어 지는 계절이다. 보스톤의 봄은 느지막히 왔다가 일찍 간다. 짦은 봄이 못내 아쉽다. 떨어져 바람에 흩어지던 벚꽃은 심란케 하는 바. 꽃이 피고 새가 노래할 때가 이르렀는데 (아가 2:12)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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