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알고 있는 A.D.H.D가 과연 옳은 이해인가
NYT, 진단은 역대 최고치.... 그러나지금의 치료 방식에 회의 제기
ADHD, 뇌에 발생한 생물학적 질병이 아인 환경불일치설 대두
??????  2025-05-06, 13:40:07 
(보스톤=보스톤코리아) 한새벽 기자 = 지난 수십 년간 미국에서 주의력결핍과다활동장애(A.D.H.D.)에 대한 진단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 아동의 11.4%가 A.D.H.D. 진단을 받았으며, 이는 1990년대 중반의 두 배를 훌쩍 넘는 수치다. 그러나 과연 지금 우리가 A.D.H.D.를 바라보는 관점, 그리고 이를 치료하는 방식은 과학적 진실과 부합하지도 않을 수 있다는 의문을 뉴욕 타임스가 제기했다. 

1990년대, 캘리포니아대학교 어바인캠퍼스의 제임스 스완슨 박사는 이 분야의 권위자로, A.D.H.D. 치료 효과를 입증하고자 미국국립정신보건연구소(NIMH)의 자금 지원을 받아 ‘다양한 치료방식 비교 연구(M.T.A.)’를 주도했다. 이 대규모 연구는 약물치료(리탈린, Ritalin)와 행동치료, 두 가지를 병행하는 방식, 그리고 비교군을 포함해 장기간 추적한 대표적 임상실험이었다.

초기 결과는 자극제 약물이 확실한 효과를 보이는 듯했다. 치료 14개월 차까지는 리탈린을 복용한 아이들의 행동이 분명히 나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36개월이 지나자 그 효과는 사라졌고, 비교군을 포함한 모든 그룹의 증상 수준이 동일해졌다. 또 하나의 충격적 결과는 장기간 약물치료를 받은 아이들의 키 성장이 평균보다 1인치 이상 낮았다는 점이다. 스완슨은 “장기 효과는 없다. 유일한 장기 효과는 성장 억제”라고 말했다.

이처럼 A.D.H.D. 약물치료는 행동 개선에는 즉각적이지만, 학습 성취도 향상에는 효과가 거의 없다는 연구도 잇따랐다. 예컨대 2022년 플로리다의 여름캠프에서 시행된 연구에서는, 리탈린을 복용한 아동들이 학습시간 동안 더 조용하고 문제를 더 많이 풀었지만, 실제 학습 성과에는 거의 차이가 없었다. 마치 “일을 많이 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진전이 없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과학자들의 의문 제기와 무관하게, A.D.H.D. 진단의 확산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아동의 11.4%가 A.D.H.D. 진단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역대 최고 수치로, 미국 청소년의 15.5%가 포함되며, 특히 14세 남아의 21%, 17세 남아의 23%가 진단을 받은 것으로 보고되었다. 전체적으로 A.D.H.D. 진단을 받은 미국 아동은 약 700만 명으로, 2016년의 600만 명, 1990년대 중반의 200만 명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다.

선호되는 치료법은 여전히 리탈린(Ritalin)이나 애더럴(Adderall)과 같은 자극제 약물이며, 이 약물 시장도 진단 증가세와 함께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2012년부터 2022년까지 A.D.H.D. 치료를 위한 자극제 약물의 처방 건수는 미국 내에서 58% 증가했다. 특히 10세에서 14세 사이의 남아들에게서 처방률이 가장 높지만, 현재 자극제 시장의 주요 성장세는 성인에게서 나타나고 있다. 2012년에는 30대 미국인에게 약 500만 건의 처방이 내려졌지만, 10년 후인 2022년에는 그 수치가 1,800만 건으로 3배 이상 늘어났다.

A.D.H.D.가 ‘뇌의 당뇨병’이라 불릴 정도로 생물학적 질환으로 설명되는 경향도 있으나, 최근 과학자들은 이 진단의 생물학적 기반에 점점 회의를 제기하고 있다. “우리가 찾던 뇌의 구조 차이, 유전자 마커는 생각보다 미미하거나 반복 실험에서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MIT 뇌과학자 존 가브리엘리는 “15년 전에는 낙관적이었지만, 지금은 우리가 얼마나 멀리 있는지 깨달았다”고 말했다. 영국 킹스칼리지의 에드먼드 소누가-바르케, 뉴욕대학교의 F. 자비에 카스텔라노스 등은 A.D.H.D.의 진단 기준과 치료방식이 과학적 이해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A.D.H.D. 증상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는 최근 연구 결과다. M.T.A. 연구의 후속 논문에 따르면, 초기 진단을 받은 아동들 중 지속적으로 같은 증상을 보인 이는 11%에 불과했다. 대다수는 증상이 오르락내리락했고, 한때 A.D.H.D. 증상이 없었던 비교군 아동 중 40%가 청소년기에 진단 기준을 충족하게 되었다. 즉, A.D.H.D.는 일종의 ‘상태’일 수 있다는 관점이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의 신경과학자 에드먼드 소누가-바르케는 이러한 흐름을 반영해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다. 그는 A.D.H.D.를 생물학적 결함이 아닌, 아동의 기질과 환경이 맞지 않아 생기는 불일치(mismatch)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생물학적 뇌의 결핍, 즉 질병을 고치는 대신, 아이들이 기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많은 청소년들이 스스로 약물 복용을 중단하거나, 약 없이도 자신에게 맞는 학습 및 직업 환경을 찾았을 때 증상이 사라졌다고 보고했다. M.T.A. 연구자들은 “이들은 A.D.H.D.를 고정된 질환이 아니라, 자신과 환경 사이의 상호작용에서 비롯된 특징으로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한다.

물론 이 새로운 관점은 불편할 수 있다. 명확한 진단이 주는 안도감을 줄 수도 있고, 교육이나 사회 시스템이 획일화되어 있기에 아이 개개인의 환경을 바꾸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나 이 모델은 아이들에게 “너의 뇌에 결함이 있어서 약을 먹어야 한다”는 메시지 대신, “지금 네가 처한 환경이 너와 맞지 않을 수 있다”는 희망적인 관점을 제시한다. 그리고 내년쯤 환경이 바뀐다면, 그 증상 역시 변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시한다.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아이와 가족은 약물치료가 이익이 단점을 상회하는 타당한 선택인지 보다 주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된다. 동시에 학교나 가정 등 그의 환경을 바꾸는 것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 함께 고려할 수 있다. 만약 그가 수학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문제 외에도 불안, 우울, 외상 후 스트레스와 같은 다른 심리적 문제를 겪고 있다면, 그보다 더 깊이 있는 문제들을 따로 다루는 접근도 가능해진다.

물론 이 같은 A.D.H.D. 모델에는 단점도 있다. 오랜 시간의 좌절과 불확실성 끝에 ‘우리 아이의 문제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기대하던 부모에게는 이 모델이 오히려 실망스러울 수 있다. 또한 환자와 가족, 의사 모두에게 더 많은 유연성과 실험적인 접근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 모델에는 두 가지 중요한 장점이 있다. 첫째, 그것은 A.D.H.D.에 대한 최신 과학적 이해를 보다 정확하게 반영한다는 점. 둘째, 아이들에게 미래에 실제로 상황이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 단지 뇌를 화학적으로 ‘고쳐서’ 세상에 더 잘 적응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아이의 복잡하고 독특한 뇌에 맞춰 세상이 조금 더 잘 맞춰질 수 있다는 관점을 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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