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쉐린 후보로 거론되는 스시 상리, 최고의 스시 한점과 인생
글로스터의 숨겨진 오마카세 식당, Sushi Sang Lee – 이상현 셰프
작은 해안 도시에서 정제된 파인 다이닝 스시 맛에 모두 놀라
??????  2025-06-26, 17:22:40 
글러스터에 위치한 파인 다이닝 스시 레스토랑 스시 상리의 오너이자 셰프인 이상현씨.오마카세 전문인 이 레스토랑은 구글의 평점 4.9를 받고 있으며 미쉐린의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사진 = 스시상리 웹사이트)
글러스터에 위치한 파인 다이닝 스시 레스토랑 스시 상리의 오너이자 셰프인 이상현씨.오마카세 전문인 이 레스토랑은 구글의 평점 4.9를 받고 있으며 미쉐린의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사진 = 스시상리 웹사이트)
(보스톤 = 보스톤코리아) 김유림 기자 = 10년 동안 불안정한 미국생활에 지쳐 한국으로 귀국을 결심한 이상현씨는 친구의 소개로 글러스터에서 잠시 일하게 됐다. 보스톤에서 50여 마일 떨어진 바닷가 타운, 글러스터는 그의 삶의 궤적을 송두리째 바꿨다.

글러스터의 숨은 진주, 스시 상리는 이렇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됐다. 한때 와인스토어였던 오래된 건물을 개조해 예약을 받은 손님들만 위한 코스 요리를 선보이는 스시 레스토랑이다. 한인이 운영하는 식당으로 새로이 보스톤에 진출한 미쉐린의 후보로 꼽히는 곳이다.  뉴욕도, 도쿄도 아닌 작은 해안 도시에서 이토록 정제된 파인 다이닝 오마카세(Omakase) 스시를 맛볼 수 있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놀란다. 

이상현 셰프는 에도마에 스타일의 전통 기술과 글로스터의 로컬 생선을 결합해 어디에도 없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최고의 한 점’을 빚어낸다.

2001년 22살이든 그는 보스턴으로 가기 위해 뉴욕행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기 창밖으로 내다본 뉴욕 JFK 공항에선 연기가 피어오르고, 승무원들이 소리를 지르며 당황하는 모습 속에서 그는 첫 미국 생활이 시작되었다. 예상치 못한 비행기 결항, 캔슬된 연결편, 그러나 우연히 만난 하버드 학생과 그녀의 아버지를 통해 보스턴으로 함께 이동할 기회를 얻으며 그의 미국 생활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미국 땅을 밞은 첫 시작부터 9/11테러의 현장을 겪었고, 불안정한 신분 속에서 10년을 살아오는 동안 보스턴, 뉴욕, 글로스터의 유명 셰프 밑에서, 때로는 스시바가 있는 곳 어디서든 일했던 열정과 다양한 곳에서 쌓은 경험을 발판으로 2021년 부터 4년째 오마카세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 1인당 $200의 18코스의 오마카세를 선보이는 이곳은 구글평점 4.9를 기록 중이다. 

그 여정의 시작은 보스톤 지역구인 올스턴에 위치한 한의원 “일선당”에서 시작되었다. 어찌 보면 운명 같았다. 어렸을 적 제사 때 밤을 손질하던 솜씨에 가족들은 모두 칭찬 일색이었고, 어느정도 그가 칼질에 능숙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일선당에서 ‘가츠라무끼’ (오이나 무를 얆게 돌려깎는 전통기법)를 배우는 중에 재능을 본 일선당 ‘닥터 왕’은 일본에서 스시를 배운 적이 있는 분이었다. 그를 통해 한의원 뒤쪽 주방과 침을 놓는 침대에서 스시 기술을 전수받으며 훈련을 받게 된다. 

이후 첫 공식적인 스시바 경력은 케임브리지의 ‘코리아나’에서 시작됐다. 어머니의 찬모 인터뷰를 따라갔다가 자신도 무보수로 배우게 된 것이다. 점심시간에 하루 몇 시간씩 일본 셰프 밑에서 기술을 익히며 점점 자리를 넓혔다. 거기서 만난 한 한국 셰프와의 인연으로 뉴욕에서 일을 하게 됐다. 

이후 다시 보스턴으로 돌아와 서드버리의 ‘오이시’에 취직하면서 2년 만에 스시 기술 대부분을 마스터한 그는 헤드 셰프로 발탁됐다. 이후 메드필드에Zebra’s Bistro 스시바 헤드셰프로 이직해 1년 일했고, 진저 엑스체인지, 렉싱턴에 위치한 루이, 네틱의 다미 등 메사추세츠 지역의 주요 식당에서 경험을 쌓으며 커리어를 발전시켰다. 그후 오스시, 오가스시 등 실력있는 셰프밑에서 탄탄하게 경험을 쌓아갔다. 

단순한 유학생의 미국 적응기가 아닌, 우연과 도전, 그리고 새로운 만남이 모인 진짜 이민자의 이야기다. 그의 24년간 미국에서의 삶은 힘들고 불안정했지만, 그 속에서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으로 결국 새로운 길을 열었다. 요리에 대한 감각, 일에 대한 성실함으로 지금의 자리까지 온 이상현 셰프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6월 16일 월요일, 글로스터에 위치한 Sushi Sang Lee에서 진행한 인터뷰 내용이다.


Q: 셰프님은 서울에서 태어나셨고 2001년에 보스턴으로 이주하셨다고 들었다. 미국에 오게 된 특별한 계기나 동기가 있었는지?
저는 서울에서 태어나 자랐고, 2001년에 22살의 나이로 미국 보스턴으로 이주했다. 원래는 요리를 하려고 온 건 아니었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싶었던 시기였다. 마침 친구가 보스턴에 있어서 공부를 위해 자연스럽게 이곳으로 오게 됐다. 사실 그때는 요리사가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Q: 왜 스시로 시작하게 됐나? 
처음에는 보스턴에 살고 싶어 생계와 신분을 위해 시작했다. 그런데 처음 배우면서 소질이 있다는 것을 느꼈고, 일식당에서 일하면서 더욱 스시에 흥미를 갖게 됐으며, 특히 스시가 주는 그 디테일과 절제된 미학에 매료됐다. 

Q: 본인이 좋아하는 일본의 스시 스타일은?
에도마에 스타일을 가장 좋아하고, 또 요리의 중심에 두고 있다. 에도마에는 도쿄의 옛 지명인 ‘에도’에서 유래된 스타일로, 도쿄만에서 잡히는 생선을 숙성시키거나 절이는 기법이 특징이다. 생선의 장점은 극대화하고 단점은 없애는 데에 아주 잘 맞는 전통적인 방식이다. 특히 붉은 식초 (적초) 아카수를 사용한 밥은 깊은 풍미를 주며, 값이 나가지만 스시 상 리에서도 사용하고 있다. 그 전통성과 디테일에 대한 철학의 기반으로 모든 메뉴를 준비하고 있다.

Q: 뉴욕과 보스턴에서 다양한 셰프들과 함께 일했는데, 각각의 경험이 셰프님께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여러 셰프들과 함께 일하면서 그들의 장단점을 모두 배울 수 있었다. 보스턴에서는 기본기와 고객 응대 중심의 경험을 쌓았고, 뉴욕에서는 디테일과 정교함, 셰프로서 가져야 할 태도를 배울 수 있었다. 그 안에서 나는 전통과 창의성 모두 경험할 수 있었다. 그 경험은 지금 내가 오마카세를 구성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Q: 전통 에도마에 스시를 글로스터산 해산물과 결합한 ‘Gloucester/Edomae’ 스타일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나?
글로스터는 바닷가 마을이다. 처음에 이곳에서 팝업으로 스시를 시작했을 때, ‘왜 굳이 멀리서 재료를 가져와야 하지?’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가능한 한 이 지역 해산물을 사용하면서도 전통적인 에도마에 방식으로 접근하려고 했다. 에도마에 스시의 핵심은 단순히 신선한 생선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식초 숙성, 절임, 간장조림, 굽기 등 ‘숙성’과 ‘균형’에 있다. 나는 그런 전통적인 기술로 로컬 생선의 풍미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그렇게 해서 Gloucester/Edomae라는 나만의 스타일이 생기게 되었다.

Q: 일본 도쿄만과 글로스터 항의 해산물은 어떤 점에서 다르며, 요리할 때 어떤 접근 방식의 차이가 있나요?
도쿄만의 생선은 비교적 작고 섬세하다. 반면 글로스터는 대서양에 인접해 있어 생선이 크고 풍미가 강하다.예를 들어 도쿄 스타일에는 하늘하늘한 도미나 고등어 같은 생선이 많다면, 글로스터에는 참치, 대구, 광어, 가리비처럼 굵직한 재료들이 많다.그런 재료에 맞춰 에도마에의 전통 기술도 조정이 필요했다. 예를 들어 지방이 많은 참치는 너무 오래 숙성하면 맛이 무거워지기 때문에, 숙성 기간을 줄이고 대신 적초로 밥의 산미를 높여 균형을 맞추고 있다. 지역성이 다르더라도 전통 방식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재료에 맞춰 유연하게 응용하는 것이 핵심이라 생각한다.

Q: 뉴잉글랜드 해산물의 매력은 무엇인지? 특히 좋아하는 재료가 있는지?
뉴잉글랜드는 랍스터로 유명해서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먹으러 오지만, 사실 가장 유명한 건 로컬 참치이다. 글로스터는 ‘참치타운’이라고 불릴 만큼 참치로 잘 알려진 지역이고, 참치 시즌이 되면 현지 어부들이 직접 잡은 참치가 식당에 들어온다. 그 참치는 일본에서 먹는 참치와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또한 이 지역의 가리비는 정말 훌륭하다. 글로스터산 가리비는 단맛이 강하고 탄력이 살아 있어서 날로 먹었을 때의 질감과 향이 깊다. 무엇보다 이 지역 해산물의 가장 큰 장점은 생산자와의 거리가 짧다는 점이다. 그만큼 신선도가 뛰어나고, 어부들과의 커넥션을 통해 재료에 대한 이해도와 접근성이 높아지는 점에서 큰 장점이 있다.

Q: 지역 어부들과의 협업이나 공급망에 있어서 특별한 스토리가 있다면 공유해달라.
사용하는 재료 중 하나인 아귀간은 이 지역에서 나만 사용하는 시그니처 재료다.미국 사람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부위라, 수요가 거의 없기 때문에 가장 신선한 상태로 공급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일반적으로는 잘 사용되지 않는 재료지만, 지역 어부들과의 협업을 통해 꾸준히 확보하고 있다. 그 덕분에 글로스터에서만 맛볼 수 있는 차별화된 메뉴를 선보일 수 있게 되었다.

Q: 스시 상 리와 함께 하는 BEX는 어떤 비즈니스 인가요?
코로나 19팬더믹 당시, 많은 식당들이 문을 닫았던 2021년 초 글러스터로 돌아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을수는 없었다. 그래서 직접 스시를 만들어 이웃들에게 팔기 시작했다. 그는 동네 이탈리안 식당 ‘토노’를 한 달간 통째로 빌려 오마카세 투고, 프라이빗 케이터링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 경험을 토대로 현재 BEX라는 세컨드 브랜드가 탄생했다. BEX는 벤토박스 스타일의 지라시 보울을 중심으로, 저렴한 가격에 고급스러운 경험을 전한다. 스시 상 리와 함께 운영하며, 팬데믹을 계기로 자연스럽게 확장된 나만의 또 다른 도전이기도 하다.  

Q: 스시 상 리가 현재 미쉐린 가이드의 평가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을 의식하고 있는지?
올해 말에 발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고 있고, 개인적으로도 기대하고 있다.

Q: 글로스터에서 가족과 함께 살아가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이 도시가 셰프님께 어떤 의미인가요?
10년동안의 불안정한 신분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가려던 찰나에, 와이프를 만나게 됐다. 친구의 소개로 함께 글로스터의 한 레스토랑에서 여름 시즌 스시바에서 일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물 위에 지어진 바와 무대, 라이브 음악, 바닷바람이 어우러진 글로스터 자체에 반했고, 지금의 아내도 그곳에서 만나게 됐다. 두 달간의 짧은 연애 끝에 짐을 싸는 대신, 그녀와 함께하게 됐다. 
글로스터는 다양하고 신선한 해산물들을 직접 공수해올 수 있는 지리적 이점이 있어 큰 도움을 주지만, 바다와 함께 살아가는 도시자체의 낭만과 내 아내를 처음 만난 특별한 장소이기에 더 의미있고 가장 좋아하는 도시다. 

Q: 마지막으로, 셰프님의 요리를 처음 접하는 손님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뉴잉글랜드의 생선으로 만든 뉴잉글랜드의 맛을 제대로 경험해보고 싶다면,그리고 그것을 조금 더 특별한 오마카세 스타일로 즐기고 싶다면, 한 번쯤 스시 상 리에 방문해보셨으면 한다.

Sushi Sang Lee
76 Prospect St, Gloucester, MA 0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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