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교 50주년, 26년 재임한 남일 교장에게 듣는다
“딸과 아들에게 쓸 시간 쪼개 수천명 2세들에게 나눴다”
50주년 맞은 뉴잉글랜드 한국학교, 최장수 남일 교장
??????  2025-11-26, 18:03:38 
2025년 50주년을 맞은 뉴잉글랜드 한국학교 남일 교장이 뉴튼 오크힐 미들스쿨 교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2025년 50주년을 맞은 뉴잉글랜드 한국학교 남일 교장이 뉴튼 오크힐 미들스쿨 교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보스톤 = 보스톤코리아) 장명술 기자 = 50년, 어린아이가 장년이 되는 시간이다. 50주년을 맞은 뉴잉글랜드 한국학교는 이제 완숙기에 접어들었다. 50년에 걸쳐 다양한 시대와 장소, 인물들이 학교라는 공간을 통해 하나의 이야기로 어우러져 이민 역사의 주요 이정표가 된 곳이다. 

미주의 한국학교들은 대부분 70년대에 자생적으로 만들어졌다. 미국의 이민 디아스포라 사회가 체계화 된 시기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워싱턴 한국학교(70), 뉴욕 한국학교(73), 실리콘벨리 한국학교 (74)등에 이어 뉴잉글랜드 한국학교는 75년 창립됐다. 

시작은 뉴튼의 커뮤니티센터였다. 뉴튼 루터란 교회, 렉싱턴 성요한 교회, 그리고 렉싱턴 클라크 미들스쿨 등을 전전하다 2000년 지금의 오크힐 미들스쿨에 정착했다. 모든 이전은 타의에 의한 어쩔 수 없는 것들이었다. 이곳에서 역사의 절반에 달하는 25년째 주말에는 뉴잉글랜드 한국학교로 사용되고 있다. 돌아보니 여기가 한국학교의 정착기였다는 의미다. 

남일 5대 뉴잉글랜드 한국학교 교장은 오크힐 미들스쿨에 정착하기 한 해전인 1999년에 취임했다. 4대 황성미 교장에 이어 26년째 모든 풍파를 거치며 한국학교를 지켜왔다. 남일 교장 시대라 할 수 있는 오크힐 미들스쿨의 뉴잉글랜드 한국학교는 가장 큰 성장을 기록했던 시기다. 

한 때 한국학교가 미국 한인 부모들에게 선택사항이었다면, 2000년대 접어들며 필수적 이중언어 교육의 장이 됐다. 한인 이민자 수의 증가와 부모들의 의식 변화는 등록학생 500여명, 교사 70여명 그리고 40이 넘는 학급수까지 대형 학교로 성장하게 만들었다. 지금은K -문화로 인해 한인 2세 들뿐만 아니라 타 민족, 타 문화 학생들에게까지 확장할 수 있는 확장기에 놓여 있다. 

외부환경적 요인은 분명히 순풍이었지만 한국학교는 스스로 성장하지 않았다. 한국학교의 50주년이란 화려한 조명의 뒤에는 많은 헌신이 손들이 있다. 그중 26년간 최장기 교장직을 맡아 성장을 이끈 남일 교장은 가장 드러난 조명 뒤 그늘이었다. 늘 한국학교, 2세 학생들이 먼저였기 때문이다.  

22일 한국학교 기념식에서 80명의 교사들이 서명을 모아 선물과 공로패를 전달한 것은 그의 역할에 대한 상징적 조명이었다. 한국학교 성장기의 주역이자 오크힐 미들스클 시대의 산 증인 남일 교장, 50주년에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지 않을 수 없다. 

1975년 9월 설립된 한국학교가 50살이 됐는데, 한국학교로서 50주년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남 교장: 우리 학교의 50주년은 단순히 오래되었다는 의미가 아니라 동포 사회가 그 반세기 동안 꾸준히 한글과 문화를 지켜온 결과라고 생각을 한다. 긴 반세기 동안 수많은 분들의 손길과 헌신이 모여서 한국학교라는 공간이 될 수 있었다. 그래서 50주년은 여기까지 정말 손에 손을 잡고 역경을 헤치고 함께 걸어온 그 여러분들에 대한 감사이자, 앞으로 또 더 잘해야 한다는 조용한 다짐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순간이었다. 

1999년 취임 이후 올해로 26년째이신데, 가장 오래 재직한 교장으로서 이 50주년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남 교장: 다른 분들한테도 50년이 굉장히 큰 의미이겠지만 저한테는 이 50주년은 참 특별한 시간이다. 돌아보면 학교와 함께한 시간이 제 인생의 반 이상으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저는 항상 선생님들이나 다른 분들한테 ‘하나님이 저한테는 24시간이 아니라 하루에 48시간을 주셨다’라고 농담 삼아 얘기를 하곤 했다. 그만큼 시간을 아껴써야 했다. 
한국학교에 많이 신경을 쓰고 준비도 해야 됐다.… 그래서 가장 미안한 건 사실 저희 아이들, 딸과 아들이다.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데 최선을 다했지만 그래도 아쉬운 부분이 있다. 
그래도 그 시간을 그 마음들을 수천 명의 다른 2세대를 위해서 같이 나누었던 것 같다. 후회는 하지 않는다.


한국학교 운영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
남 교장: 두가지다. 우리 학교는 계속 임대를 하다 보니까 매년 렌트비가 올라가고 사용 조건이 달라지고… 그런 부분이 있어서 안정적인 공간을 확보하지 못한다는 점이 늘 마음에 남아 있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어려웠던 점이라면 교육의 질을 지키면서도 학교의 지속 가능성을 고려해서 유능한 교사를 발굴하고 교육시키는 일이었다. 한 교사가 다음 세대에 그 선생님으로 인해서 어떤 영향을 줄지를 늘 생각해야 했다. 교사를 채용할 때 결코 가볍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는데, 때로는 현실이 앞서 어쩔 수 없는 선택도 있었다. 

한국학교 성장의 가장 큰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
남 교장: 누가물어봐도 100번이면 100번 다 선생님이라고 먼저 얘기를 한다. 하지만 학교는 학생, 학부모의 역할도 중요하다. 학생과 학부모와 교사가 같이 삼위일체를 이루어서 나가는 그러한 협력관계에서 나오는 그게 바로 성장의 원동력이라고 본다. 

한국학교는 2세들에게 어떤 역할을 하는가?
한국학교는 당연히 한국학교이기 때문에 한글 교육, 역사·문화 교육이 바탕이 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아무래도 우리 2세들에게 정체성을 굳건하게 해주는, 그리고 그들의 뿌리를 정확하게 확인시켜주는 그런 공간이 되어야 한다. 
미국이란 다문화 환경에서 자라는 2세 아이들에게 한국어나 한국 문화는 단순한 지식이라기보다는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기 자신이 누구인가를 이해하는 중요한 기반을 한국학교에서 알을 키워주고, 아이들이 정체성에 혼란을 일으키지 않고 잘 성장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한국학교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한국학교가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중요한 것은 교사 양성 시스템이다.  좀 더 보편화된 교사 양성 시스템을 선생님들이 거쳐서 이 세대를 가르치는 데 도움을 많이 받았으면 좋겠다. 특히 기술발전에 맞춰 역량을 개발 할 수 있는 장기적인 프로그램으로 있어야 된다. 
시대에 맞춰 디지털 교재나 온라인 콘텐츠 개발하면 교사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이 같은 준비가 필요하다. 

50주년 행사에서 여러 인사들이 ‘건물 구입’을 강조했는데, 오랜 경험과 현실적인 시각을 가지고 계신 교장선생님의 생각은 어떤가?
한국학교의 건물을 마련하는 현실적인 장벽은 어마어마하다고 본다. 
현재의 학급 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교실만 40개는 있어야 하고, 강당도 500~700명 규모, 카페테리아, 체육관도 구비되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보면 천만 달러로도 어렵고 2천만달러 정도이 규모가 모여야 한다. 그외에 교육이 아닌 관리 등 수많은 문제가 산적할 수 있다. 필요성은 인정하되 서두르지 말고 현실적인 기반부터 천천히 마련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일단 학교 사무실부터 먼저 구해놓고, 선생님들이 자료 열람하고 모여서 미팅할 수 있는 장소가 하나 있으면 참 좋겠다. 저는 그런 소박한 실질적인 꿈을 꿔본다.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은?
학교 선생님들의 헌신이 늘 사회적으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사들에 대한 한국정부의 표창을 늘 요청하고 있다. 
앞으로 바라는 것은 우리 2세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정체성을 올곧게 가져서 린다 챔피언 회장님이 얘기했듯이 최초의 한인 대통령이 나왔으면 좋겠다. 우리 졸업생 중에서 그런 인물이 나온다면 정말 좋겠다. 뉴잉글랜드 한국학교 출신 학생들이 글로벌 사회에서 리더가 되는 초석을 맡고 싶다.       

뉴잉글랜드 한국학교 교사 80여명은 서명을 담은 공로패와 선물을 남일 교장에게 22일 50주년 기념식에서 전달했다. 





의견목록    [의견수 : 0]
등록된 의견이 없습니다.
이메일
비밀번호
푸틴 "美 계획, 협정 기반 가능…우크라 철군해야 종결" 2025.11.27
(모스크바·자카르타=연합뉴스) 최인영 손현규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해결하기 위한 미국의 평화 계획을 진지하..
검찰 "백악관 인근 총격범, 차 몰고 대륙 횡단해 권총 범행" 2025.11.27
(워싱턴=연합뉴스) 홍정규 특파원 = 미국 워싱턴DC의 백악관 인근에서 26일(현지시간) 발생한 주(州)방위군 대상 총격 사건의 범인은 범행을 위해 미 서북부 워..
한국학교 50주년, 26년 재임한 남일 교장에게 듣는다 2025.11.26
50년, 어린아이가 장년이 되는 시간이다. 50주년을 맞은 뉴잉글랜드 한국학교는 이제 완숙기에 접어들었다. 50년에 걸쳐 다양한 시대와 장소, 인물들이 학교라는..
굶주린 MA 대학생 늘고 있다 … 식량 불안정 5년 새 두 배로 급증 2025.11.26
매사추세츠 공립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들의 식량 불안정이 지난 5년 새 두 배 이상 치솟으며, 굶주리는 학생들이 급증하고 있다고 보스톤비지니스저널이 25일 보도했다..
민주평통 보스톤지역 협의회 제 22기 출범식 가져 2025.11.26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보스턴협의회가 11월 21일 뉴튼 메리어트 호텔에서 제22기 출범식을 행사를 갖고 새로운 지도부와 자문위원단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음을 선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