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크고 아름다운 법안’, 트럼프노믹스의 허상드러냈다.”
공화당 ‘거대하지만 공허한’ 세금·지출 법안 강행
??????  2025-07-04, 10:34:33 
(보스톤=보스톤코리아) 편집부 =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이하 BBB)’이 미 의회를 통과하자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이 법안이 미국 경제의 미래를 위협할 수 있는 위험한 혼합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경제지는 BBB가 정부 축소를 추구하는 레이거노믹스와 트럼프식 포퓰리즘을 기형적으로 결합한 법안이라고 혹평했다. 여기에 개별 의원들의 이해관계를 만족시키기 위한 갖가지 특혜 조항까지 덧붙여져, 결국 미국 경제에 적지 않은 부담을 남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법안의 골자는 기존의 막대한 적자 재정 기반 세금 감면을 연장하고, 여기에 추가 감세와 국방·이민 단속 예산 확대를 포함하는 것이다. 이를 일부 상쇄하기 위해 그린 에너지 보조금과 저소득층 의료·복지 예산이 삭감됐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 부채는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적으로 앨래스카의 리사 머카우스키 상원의원을 설득하기 위해, 그녀가 지지해온 ‘원주민 포경선 선장에 대한 5만 달러 세금 공제’ 조항이 삽입된 사실이 눈길을 끈다.

얄팍한 트럼프노믹스 2.0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법안을 자신의 두 번째 임기의 최대 성과로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이 법안에는 일관된 경제 철학이나 개혁적 비전이 결여돼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사실 트럼프의 경제정책은 처음부터 허술했다. 2017년 첫 임기 당시 트럼프는 의회의 복잡한 입법 과정을 외면하고, 폴 라이언 하원의장과 미치 매코넬 상원의장에게 전권을 넘겼다. 이들이 주도해 통과시킨 것이 ‘감세 및 고용법(TCJA)’이다.

TCJA는 기업 법인세를 35%에서 21%로 영구 인하하고, 개인 소득세도 한시적으로 인하했다. 당시에도 장기적 비용을 축소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실제로 많은 조항들이 향후 연장될 것이란 전제가 깔려 있었고, 이번 BBB는 그 연장 작업을 담고 있다.

부자 감세, 빈곤층 의료 복지 축소
BBB는 개인 소득세 최고세율을 37%로 유지하고, 부유층을 위한 상속세 공제 확대와 주·지방세 공제(SALT) 상향을 포함한다. 반면, 저소득층을 위한 메디케이드(공공 의료보험)와 식품 지원 프로그램(푸드 스탬프) 예산은 대폭 삭감된다.

의회예산국(CBO) 분석에 따르면, 최종 법안 기준으로 약 1,200만 명이 의료보험을 상실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큰 피해는 소득 하위 30% 계층에 집중되고, 반대로 상위 10%는 세후 소득이 2.3% 증가한다.

일부 트럼프 핵심 지지층조차 이 같은 ‘부자 우대·서민 역차별’ 구조에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메디케이드 삭감은 트럼프를 지지하는 저소득 백인층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의 인기 구호였던 ‘팁과 초과근로수당 비과세’, 자동차 대출 세금 감면, 신생아에게 1,000달러를 지급하는 ‘트럼프 계좌’ 신설 등도 법안에 포함됐지만, 모두 2029년 트럼프 임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지된다.

허구의 성장 전망, 현실은 ‘부채 폭탄’
백악관은 BBB가 경제성장을 가속화해 세수를 확대하고, 오히려 국가부채를 감축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내놨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이를 “현실과 동떨어진 동화”로 평가한다.

민간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법안이 기업 투자 일부를 촉진하더라도 정부의 장밋빛 성장 전망을 뒷받침하기엔 역부족이다. 트럼프식 규제 완화와 관세 정책이 효과를 거둘 것이란 가정도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다.

결국 현실은 ‘부채 폭탄’이다. BBB로 인해 향후 10년간 약 4조 5,000억 달러의 추가 부채가 발생할 전망이다. 의회예산국은 법안이 시행될 경우, 미국의 국가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20%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사회안전망 약화, 기후 대응 후퇴
BBB는 바이든 전 대통령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사실상 폐기한다. 풍력·태양광 발전, 전기차, 고효율 건물 등에 대한 각종 세제 혜택이 사라지고, 신규 그린에너지 프로젝트는 대폭 위축될 전망이다.

반면, 연방 정부 소유지에서의 석유·가스 채굴은 다시 활성화되고, 심지어 석탄 개발까지 허용된다. 프린스턴대 연구팀은 이로 인해 2030년 미국의 탄소 배출량이 5억 톤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메디케이드·푸드 스탬프 축소로 인한 비용 절감분은 국방·이민 단속 강화에 투입된다. 트럼프의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에 500억 달러, 이민 단속 인력 확충과 수용시설 확장에 800억 달러 이상이 책정됐다.

급조된 법안, 혼란만 가중
법안 통과 과정도 혼란스러웠다. 독립기념일을 앞두고 공화당 지도부는 막판까지 의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각종 당근을 제시했지만, 일부는 상원의 규정을 위반해 무산됐다. 엘론 머스크는 법안의 방만함을 비판하며 새로운 정치세력 창당을 예고했고, 반대표를 던진 공화당 상원의원 톰 틸리스는 재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공화당이 무리하게 BBB를 밀어붙인 이유는 올해 말 TCJA 감세 조치가 종료될 경우, 대규모 세금 인상 사태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다 신중한 대안도 있었던 만큼, 이번 법안이 가져올 후폭풍은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의 재정위기는 천천히 다가오다, 어느 순간 급격히 터질 수 있다. BBB는 그 폭발을 앞당기는 ‘위험한 촉매제’로 역사에 기록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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