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spora의 이방인 6편 : 영인(令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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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보스톤 작성일 26-07-30 12:33본문
새로운 질서의 설계자
없는 걸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 놓고, 맞네 틀리네 다툰다. 단체니, 회칙이니 하는 것은 처음부터 있었던 게 아니다. 더 발전하자고 힘들게 만들어 놓은 것을 내부 논쟁의 주 의제가 되어 다투면 단체를 왜 결성했으며 약속(회칙)을 왜 만든 것인가? 근원적인 물음을 던지는 이유는 단체와 회칙은 자연과 같은 균형과 조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생각이 말을 붙잡고 행동으로 옮긴다. 지극한 궁극은 이와 같아서 사람이든 물질이든 명예든 모두 그렇다. 잡고 보면 착각이요. 놓으면 허무하다. 모두 대비에서 오는 것이다. 행이나 불행도 마찬가지다. 비교하지 말라. 나는 이것으로 충분하다. 더 가지려 들고 더 높이 오르면 더 힘들고 더 위태롭다. 가진 후에는 또 다른 목적이 생겨난다. 그 목적이나 결과가 우리 삶을 행복이나 궁극으로 이끄는가? 코끼리와 고래가 더 행복한가 아니면 박테리아나 세균도 행복한가? 경계를 허물어 무한으로 보면 이것과 저것은 다르지 않다. 동종이어서가 아니다. 최상의 것이란 있으나 없는 것 같고, 자유롭지만, 모두가 어긋나지 않는 것. 그것이 자연이며 자유다. 회칙은 조문이나 구조가 복잡하고 많을수록 일은 복잡하고 다툼도 많아진다. 사람은 영악한지라 더 교묘한 방법으로 비유하고 행동한다. 결국, 법령이 많을수록 다수가 누리는 자유는 제한되며, 다툼은 많아진다. 따라서 가진 권한(법령)을 줄이면 누리는 자가 더 많은 자유를 얻는다. 이는 한 나라의 군주가 백성을 살피는 일과 다름 아니다. 법을 강하게 하면 통치자의 권위는 높아지고 아첨하는 자는 늘어난다. 그 결과로 백성은 고통에 시달리게 된다. 평정은 자연에 답이 있다.
도선 이후 조선 최고의 풍수론자 최창조 교수는 인간과 자연은 한 몸이라 하여 바르게 산 사람은 패철로 좌향 잡지 아니하고 거적에 싸서 아무 곳에 묻어도 땅의 기운이 그 선업을 알아 발복하며, 그 자리는 명당이 된다는 논리다. 세상을 줄자로 다 잴 수 없다. 필자가 아는 자연 천하의 명당은 사슴이 새끼 낳고, 산 꿩이 알을 품는 7부 능선이다. 이곳은 늘 햇살이 머물고 부드러운 바람이 지나는 곳이다. 눈이 와도 그곳은 빨리 녹는다. 못 짐승도 이러한데 사람은 오죽할까? 너무 많이 분류하고 정론처럼 만들어 놓은 함정에 빠지면 물도 그물에 걸린다. 자연의 이치를 살피고 사물의 원리를 파악하면 문제는 쉽게 풀린다. 문을 닫고 내 생각이 아니면 동의하지 않는다. 권한으로 통치하려 하면 그 단체는 삐걱거린다. 모난 것도 시간 속에서 둥글어진다. 둥근 것이 궁극은 아니지만, 자연의 이치는 그러하다. 따라서 단체가 더 강하게 뭉치고 편리 하자고 만든 회칙이 오히려 다툼으로 변하면, 본래 목적인 어젠다는 몸들 바를 모른다. 세상은 두 번 다시 재현되지 않는다. 마셜 플랜처럼 때려 부수고 재건하는 일은 없다. 이는 마치 논에서 일하다가 참으로 구첩반상을 차려오라는 의미이다. 한 번으로 족하다.
대표자의 대표들
미국의 한인회 이야기를 하면서 왜 2,500년 전 중원의 춘추전국시대를 예시하느냐 하면, 이 시기가 한 나라 집단의 형성과 소멸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힘을 앞세운 무력과 현자들의 술수가 난무한 시기다. 그 결과로 500년간 계속된 전쟁을 시황이 마무리 짓고 중원을 통일하는 최초의 황제이기 때문이다. 당시 춘추전국은 자고 나면 나라 하나가 사라지고 새로운 나라가 생기는 일이 반복되고 있었다. 이 틈새에서 군주와 현신의 영웅호걸이 등장하고 간웅과 협잡이 난무했다. 이들의 재량은 천하에 비견될 만큼 출중했으며, 현자들의 논리는 하늘과 땅을 재단했고, 간교함은 귀신을 능멸했다. 백가쟁명 철학과 사상이 염치없이 꽃피던 시대. 나라 하나를 흥정하는 거간꾼들, 모두 뛰어난 책사였다. 하여, 수천 년이 흐른 지금도 그들이 남긴 글은 세계로 번역되며, 치세의 교과서로 삼는다. 이들의 사상은 국가 통치권과 국방, 사법제도, 교육, 인재 육성 등 사회와 개인 전 분야에서 기틀이되어 구전으로 전한다. 수많은 영웅호걸이 하늘과 땅의 기운을 머금고 태어났다 사라졋다. 한 나라의 흥망성쇠가 장기와 바둑판 같았다. 위,촉,오 결국 전국칠웅만 살아 남았지만, 크고 작은 제후국이 170개가 넘었다고 전한다. 축의 시대였다. 한민족도 중원의 말발굽에서 나는 흙먼지를 비껴갈 수 없었다. 따라서 군집에서 보여주는 국가의 탄생 소멸이 자율 단체인 한인회와 다르지 않았다. 삼국지에 등장인물은 국가나 단체에 다 포진되어 있다. 이합집산은 지상의 변방 어디든 조직체에서 일어나고 통용된다. 이들은 강상의 법도(도리)를 논했고, 탁월한 촉과 지감으로 백성에서 나와 무리를 대표하는 자리로 직행했다. 지금 생각하면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나 싶을 만치 기상천외하게 뛰어났고, 그들의 몰골은 신선에서 산짐승에 가까웠다. 협천자의령제후의 동탁 같은 이도 있었다. 현묘불가식(玄妙不可識)이었다. 그런 현덕들도 현재 살아남은 자가 아무도 없다. 창이나 칼로 싸우던 전쟁을 이제는 말로 싸운다. 명리에서 만세불역이란 있을 수 없다. 그들의 메타포(metaphor)는 화이부동(和而不同) 이다. 설전하는 정치! 혁면(革面)의 시대다.
더디 가도 사람 생각하라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면, 감정이 인간을 못살게 군다. 사람 없는 단체가 늘어나고 있다. 사람 모으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단체장을 해 본 분들은 다 안다. 이제는 플랫폼(platform)이다. 미디어나 SNS가 대신한다. 본래 영웅호걸은 혼자다. 천만 명이 같은 생각을 하면 집단지성이다. 혼자서 만인을 상대할 지략이면, 그는 뛰어난 사람이다. 그러나 작금의 시류는 평범한 속에서 평온하게 시비 가리는 분들이다. 이제는 대리자가 아닌 다수가 주인인 주권자 시대다. 광장의 여론을 밀어 올리면 위정자나 최고 권력자도 함부로 하지 못한다. 거미줄처럼 촘촘한 통제 시스템으로 아무리 견고한 철옹성 만들어도 물과 바람은 드나든다. 육감(sense)이다.
조직에서 사무총장은 모든 정보의 중추다. 조석으로 총회장 이하 고위 수뇌부와 소통하며, 행사, 회합, 방문, 회원 관리 등 헤아리기 어려운 많은 일을 소화해 낸다. 총연에 직함 받는 백여 분 회장 중에 제일 바쁜 분이 사무총장이다. 김유진 회장과 현 장대현 두 사무총장이 그랬다. 초절한 두 분이다. 제일 어려운 시기에 일도 가장 많이 했고, 욕도 많이 먹은 두 분이다. 김유진 회장은 사무를 잘 관장하였을 뿐 아니라 뛰어난 순발력과 언변, 친화력이 대단한 분이다. 총연에서 사무총장이 감당해야 할 업무는 무급의 CEO다. 방대한 업무뿐 아니라 싸움꾼에 기질 또한 달라야 했다. 만남을 약속하고 동석하지 못함이 못내 아쉬운 분이다. 또 장대현 사무총장은 나와는 대척에 섰던 분이다. 충분히 친해질 수 있었으나, 한 번의 설전으로 틀어졌다. 그러나 들려온 바에 의하면 대단한 노력가였고 충직한 능력자였다. 그의 오퍼레이터 재능은 필자도 인정했다. 책임감과 노력은 그의 PC가 알 것이다. 밤을 새워서라도 해 놓는 일 처리와 사명감은 대단했다고 들었다. 그런 그도 전력이 있던 터라 공과가 반반인 게 흠이다. 오랜 붙박이로 전직 영구제명자다. 이제는 싸울 일도 없으나 각자 총연을 위해 고뇌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존경을 보낸다. 이런 분들이 있었기에 미주 총연이 삐걱대면서도 굴러올 수 있었다. 통념(通念)
한인회를 하는 목적
시간의 변천으로 인해 한인회를 무슨 율사 출신이 법률에 기반해서 세팅하고 회칙도 영어로 번역하는 단체가 있다고 들었다. 아니, 될 일이다. 한인회를 하는 목적은 모국인 대한민국의 유구한 역사와 전통 말과 언어로 우리의 정체성을 이어가자는 취지이다. 우리가 서구의 시스템을 몰라 한국어로 회의하고 말하는 게 아니다. 새로운 세대가 한국어를 모르면 가르치고 배워야지. 한인회를 서구의 방식으로 세팅하면 한인회를 할 필요가 없다. 비교적 근대에 속하는 고려를 거쳐 조선 대한민국으로 이어지는 모든 흐름은 전통 위에서 변화하고 발전했다. 유교와 불교 봉건왕조 그리고 오늘에 이른 대한민국은 열강의 도가니 속에서도 그들에 속하지 않고 굶주리고 능욕당하면서도 독립된 나라를 지켜낸 자랑스러운 민족이다. 이런 민족이기에 세계 곳곳에 흩어져 살면서 그 나라의 시민권자라 할지라도 한인회를 유지하는 이유다.
에필로그
diaspora의 이방인 「영인(令人)」을 마지막으로 미주 한인회총연합회와 관련한 글을 마치려 한다. 시작하면서는 7부를 마지막으로 생각했는데, 의도한 바와는 좀 빗나갔다. 왜냐하면 이미 끝내고 돌아보는 회고를 하면서 안 좋은 기억을 들추기가 껄끄러웠다. 그리고 언급할 분들의 공과도 다양하고 컸지만, 공개 면박이나 칭찬처럼 들릴 수 있어 당사자의 입장을 고려했다. 또 미주 총연의 미래를 위한 충정으로 시작한 의도가 본의 아니게 단체에 누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자제했다. 그러나 조직은 다양한 분들의 의견이 물처럼 격류로 굽이쳐 흘러야 맑게 정화되는 원리로 글을 맺는다. 미주한인회총연합회의 무궁한 발전을 위해 총연과 미연방이 이른 시일 안에 합류하기를 소원한다.
※ 첨언/ 본 칼럼은 필자가 민간 자율 단체인 미주한인회 언저리에서 활동하며 격은 느낌을 옴니버스(Omnibus) 형식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메인 타이틀 「diaspora의 이방인」 아래 각 편의 소제목을 붙여 시리즈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참고 하시길 바랍니다.
서 천
미주한인회총연합회 29대 기획조정실장
미연방총한인회 기획수석
미주현직한인회장협의회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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