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spora의 이방인 5편 : 문정지대소경중(問鼎之大小輕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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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보스톤 작성일 26-07-23 17:25본문
법의 자유를 묻다
레닌은 그의 저서 국가와 혁명(The State and Revolution)에서 “국가가 존재하는 이상 완전한 자유는 있을 수 없다”라고 했다. 우리가 누리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자유는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의 자유다. 개인의 기본적 자유를 국가 권력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권리장전이다. Bill of Right는 이로쿼이 연맹(Iroquois Confederacy, 미국 뉴욕주와 캐나다 일대에 거주하던 아메리카 원주민 부족 연합체)을 인용했을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한인회의 풀뿌리 시스템이 바로 이로쿼이 연맹의 확장형 육족연맹이다. 자치 부족 형태가 협의체(연합체)로 발전했다. 총연의 조직과 회칙 또한 여기에 포함된다. 상식을 벗어난 회칙이란 있을 수 없다. 문제는 늘 사람이다.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거나 단순히 다수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유를 제한할 수는 없다. 여기에 인간 자유의 복잡한 함수 관계가 망라되어 있다. 모두의 자유. 그러나 부조리한 것은 배제된다. 자유를 저만의 자유처럼 외치는 부류들이 한심한 이유다. 가만있어도 자유는 뺏어가거나 침해할 수 없다. 왜냐하면 침해하는 국가나 기관은 그 즉시 부조리한 집단으로 매도 낙인되어 국제사회에서 왕따 되기 때문이다. 18세기의 자유를 19세기로 가져왔고, 지금은 21세기다. 국가와 단체의 영속성은 여기에 살아있다. 시간은 인위적으로 단절할 수 없다. 혁파는 개인보다 단체나 국가가 늘 한발 늦다. 따라서 미주 총연의 회칙은 근원부터 그 뿌리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주 총연의 역사적 맥은 잘 짚었는가? 조문 해석에 오류는 없는가? 미주 총연 분쟁의 첫 불씨는 2011년 제24대 총회장 선거 불복 사태다. 총회장에 출마한 김재권 회장과 유진철 측이 대립하며 미주 총연이 최초로 양분되었다. 이유 불문하고 두 분이 미주 총연에 끼친 해악이 크다.
유람
“너희는 먼지이니 먼지로 돌아가리라.” 창세기의 말이다. 또 도연명은 “인생은 들길에 흩날리는 먼지와 같다” 하였다. 각자 다르게 살아도 모두 같은 운명으로 귀결된다. 잠시 공익에 봉사하고 동포를 위해 헌신한 한인회를 삶의 한 토막으로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상대를 비방해서 유리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잘한다고 마냥 칭찬할 수도 없다. 지난 시간에서 배울 수는 있지만, 다시 할 수는 없다. 미래를 현재로 가져올 수도 없다. 누가 보고 들어도 상식이 통하는 조직의 일 처리여야 하고 행동이어야 한다.
계절이 옷 갈아입을 즈음, 필자도 의관 정제하고 길을 나섰다. 저녁 약속이 되어 있었다. 근황을 묻자, 인생 뭐 특별한가란 말이 돌아왔다. 그랬다. 각자 본인의 시각으로 보면 누구나 동일한 일상이다.
현직한인회장협의회
가죽을 벗겨낸다는 개혁을 함부로 발설하면 안 된다.
현직 회장들이 모인 것은 로라전 의장의 혜안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당시 총연은 왈패들의 놀이터 같았다. 세 대결에서 지면 소송으로 이어지는 총연의 지루한 힘겨루기를 지켜보다 못한 현직 회장들이 뜻을 같이해서 모였다. 자연 발생적인 공감이었다. 총연을 대신하거나 새로운 단체 결성의 뜻으로 뭉쳤다면 상황은 많이 달랐을 것이다. 단지, 총연이 정상화되기를 바라는 지극히 단출한 생각으로 모인 터라 초기에는 구체적인 조직 구성도 생각지 않았던 듯하다. 누가 보아도 박수를 보낼 일이었다. 그 후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로라전 의장의 재등장으로 현직 회장 협의회는 줌 미팅을 통해 매월 운영위와 집행부가 얼굴을 맞댔다. 이렇게 몇 년을 보내면서 친분과 신뢰가 쌓였고, 그 여파로 단합 대회가 시카고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 총연과의 합체를 위해 국승구 총회장도 참여했으나 총연 내부 조율이 어려워지면서 결론에 이르지는 못했다. 현직한인회장협의회의 숙원이던 총연과의 관계가 평형성을 달리자 안타까움이 컸다.
그러나 현직은 좌절하거나 절망하지 않았다. 더 분발했고 허심탄회한 회의로 이어져 3기가 4기로 바통을 넘겼다. 4기 출범 때는 집행부와 운영위원 27명이 선출되어 조직의 면모를 갖출 정도로 미 전역의 현직 회장 100여 명이 참여하고 있었다. 모든 집단의 주체인 현직 회장의 힘이 실려있어 자긍심은 높았지만, 결속에 어려움을 겪으며 지도부의 균열로 이어졌다. 그 와중에도 정 테레사 의장은 포기하지 않고 의장에게 주어진 책임 감당하며 현직 회장 협의회를 이끌어 5기로 넘겼다.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사명으로 버틴 것으로 기억한다.
문정경중
미주 총연 분란의 배경은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와 회칙이다. 출마자의 자격 시비부터 선거 과정의 공정한 투명성이 결여되면, 그 선거는 이미 실패한 것일 뿐 아니라 분란의 불씨를 뿌리게 된다. 과도한 논쟁은 조직을 편 가르는 순간이다. 이런 문제는 선관위가 얼마든지 바로잡을 수 있는 문제였다. 그러나 정작 문제의 근원은 다른 데 있었다. 선관위 구성 출범부터 기울어져 공명정대함이란 애초에 없었다. 출마자 곁에 붙박이 원로와 파수꾼이 포진하면 공정성은 이미 익사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말 그대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이다.
총연을 저해하는 가장 큰 이유다. 인간 궁극 지성의 산물인 이성과 토론이 비교 검토 없이 눈금 없는 저울이 되면, 경중 가리는 일은 요원하다. 지도자의 선택은 양질의 후보자가 나와 출마 이유와 공약으로 차별화를 내세우며 겨루는 것이 정상이다. 상대 비방하는 토론은 의미 없다. 입후보자가 토론하다 보면 지도자의 철학이나 인성과 소양이 들어난다. 총회장의 인품은 미주 250만 동포를 대변하므로 동포가 보고 들어서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 깜깜이 선거로 이기기만 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언행이다. 말과 행동이 당당하면서 자연스러운 인품이 배어 있어야 한다. 지성과 품위는 순간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퍼레이터(Operator)는 아무리 뛰어나도 생산자가 아니다.
제왕의 권위는 아닐지라도 격은 갖추어야 한다. 조선 왕조도 임금을 보좌하고 품행을 교육하던 기관이 있었다. 세자시강원 서연(書筵)이다. 서연은 미래 국왕의 인격과 통치 철학을 형성하는 핵심 기관으로 후일 임금이 되었을 때를 대비했다. 왕세자에게 학문과 인성을 가르치고 정치적 소양을 훈육한 공식 기구였다. 치세 전체의 시뮬레이션을 학습한 후에야 왕이 될 수 있었다. 대물림되는 왕가의 법도도 이러한데, 동포 전체를 총괄하는 미주 총연의 총회장이 그러지는 못하더라도 지역 한인회장과는 달라야 한다.
특히 미주한인회총연합회는 해방 맞을 때까지 대한민국 외교사와 정치의 중심축이었다. 이런 역사성을 망각한 채 무능하게 자리 차지하기에 급급한 미주 총연의 선거풍토는 다시 살펴야 한다. 운영자금 몇 푼에 총회장을 파는 일은 동포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내는 일이다. 총회장의 소양과 인성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군인 한 사람도 아무나 할 수 있으면 결코 해병이 되지 않았다고 하는데, 미주 총연의 총회장 선출을 그동안 너무 경시했다. 민간 대통령의 위상 되찾아야 한다.
따라서, 불특정 다수인 250만 동포의 지도자 50개 주 한인회장의 총수인 총회장은 누구나 출마할 수 있으나, 아무나 될 수 없는 이유다. 총회장의 주 관심사는 권한 행사가 아니라 총연의 화합과 통합이며, 미 주류사회에서 동포의 위상이다. 계파나 지역 안배 등 일체의 기득권 없는 전체 회원 한분 한분을 유권자로 보아야 한다. 역대 전체 한인회장은 투표권 주어야 한다. 선거는 조금만 신경 써도 투명하게 모든 잡음을 잠재울 수 있다. 또 모든 행사를 크게 해야 하는 것이 능사 아니다. 위의 과정을 거쳐 탄생한 총회장은 미주 동포뿐 아니라 한국 정부나 미 조야에서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존재로 격이 높아질 것임은 자명하다. 250만 대표하는 단체의 수장을 2-3백명이 뽑는 것이 말이 되나? 미국에서 지방 계(契)놀이 하나? 천조국에서 적어도 천명은 넘어야 한다. 간장 종지와 장독은 분명히 다르다. 그런 자격으로 인격과 소양가진 당당한 총회장 보고 싶다.
미연방총한인
가랑비 내리는 날. 매실 한 잔 기울이며 끊어질 듯 이어지는 샤미센의 엔카를 들으니 창밖 댓잎에 떨어지는 빗소리 감미롭다. 중국에서 일본으로 건너가 자리 잡은 악기 샤미센(三味線)은 세 줄의 현(三絃)으로 애간장 다 녹인다는 현악기다. 가부키의 배경음으로 대서사를 장식하기도 하는 샤미센은 손으로 퉁기는 기타나 비파와 다른 감이 경쾌하다. 어쩌면 이 악기는 디아스포라의 이방인 우리를 닮은 것 같아 아득한 꿈속 고향을 조그만 술잔에 담는다. 천차만별의 개성과 변화무상한 인간의 감정을 다 아우르는 것 같다. 둥글고 각지고 납작하고 길고 짧으며 부드럽고 여문 것. 만물은 있는 그대로도 아름답고 또, 이 악기처럼 재창조된 것 역시 다른 촉으로 다가와 감미롭다. 모두 인간의 감각을 깨우는 귀한 재료다.
연합체인 미연방총한인회의 탄생 배경은 미주총연과의 법정 다툼이 그 원인이다. 미연방총연의 비젼은 대한민국의 역사와 문화, 언어와 전통을 계승하며, 한인사회의 권익과 공동체 자산을 보호한다. 더 나아가 역경 속에서도 미래세대를 위해 헌신하며, 한미동맹과 양국의 공동 번영에 이바지한다. 요지는 대한민국의 역사와 정체성을 보존하고, 미국 내 한인사회의 권익을 보호하며, 미래세대를 위한 강한 공동체를 세운다는 사명감으로 점철되어 있다. 위 내용으로 족하다. 일체의 군더더기 없는 강단으로 뭉친 단체의 구현이다. 문제는 확장성이다. 동포를 아우러기 위한 한인회장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어떻게 이끌어 낼 것인가? 그 답은 대통합이다.
<다음호에 계속>
※ 첨언/ 본 칼럼은 필자가 민간 자율 단체인 미주한인회 언저리에서 활동하며 격은 느낌을 옴니버스(Omnibus) 형식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메인 타이틀 「diaspora의 이방인」 아래 각 편의 소제목을 붙여 시리즈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참고 하시길 바랍니다.
서 천
미주한인회총연합회 29대 기획조정실장
미연방총한인회 기획수석
미주현직한인회장협의회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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