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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봉쇄 10주, 세계는 어떻게 석유 대란을 피했나

미국·캐나다·베네수엘라 수출 급증과 중국 수요 감소가 공급 공백 메워

메모리얼 데이 휘발유 5달러 돌파 시, 유가 대란이라는 셈을 치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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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6-05-15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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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
호르무즈 해협

이란 전쟁 발발 10주가 지난 현재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도 불구하고 국제 유가가 예상보다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것과 관련, 이코노미스트가 흥미로운 분석을 제기해 관심을 끌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5월 12일자 기사에서 현재의 이례적인 유가 안정이 미국과 중국의 시간을 벌어주고 있는 결과라고 분석하고, 미국이나 중국 및 세계 각국의 석유재고가 줄어드는 경우 곧 대가를 치룰 날이 가까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로 인해 매일 전 세계 석유 생산량의 14%에 해당하는 약 1,400만 배럴의 원유 공급이 막히고 있다. 그럼에도 국제 유가의 기준이 되는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106달러에 머물러,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기록한 129달러를 한참 밑돌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150달러에서 20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던 분석가들의 예측에도 미치지 못한다.


한 가지 이유는 석유 트레이더들의 외교적 해결에 대한 끈질긴 낙관이다. 글로벌 기준 가격인 근월물(Front Month, 가장 첫번째로 만기가 도래하는 계약) 브렌트유는 약 두 달 뒤 유조선에 실릴 원유의 가격을 미리 고정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 임박을 시사할 때마다 시장은 추가 공급 차질을 가격에 반영하기를 미뤘다. 하지만 최근에는 현물 가격도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며칠 안에 선적될 원유 가격을 추적하는 ‘데이티드 브렌트(dated Brent)’는 4월 초만 해도 근월물보다 25달러 비쌌지만, 이제는 그 격차가 단 몇 달러에 불과하다.


이런 안정세를 가져온 두 가지 힘이 있다. 첫째, 걸프 지역 이외의 산유국들이 수출을 대폭 늘렸다. 선박 추적 회사 보텍사(Vortexa)에 따르면, 5월 10일까지 4주간 캐나다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원유와 정제 제품 합쳐 하루 40만 배럴을 더 수출했다. 베네수엘라와 노르웨이는 각각 하루 20만 배럴, 브라질은 10만 배럴을 추가로 공급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미국이다. 미국은 하루 380만 배럴을 더 내보내며, 이 기간 순 석유 수출량이 하루 약 900만 배럴에 달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의 수출 가동은 몇 주가 걸렸다. 새 계약을 체결하고, 추가로 원유를 생산하거나 비축유에서 빼내야 했으며, 송유관을 예약하고 적절한 원유를 혼합해야 했기 때문이다. 3월에는 대서양에서 아시아와 유럽으로 가는 운임이 급등해 더 많은 유조선을 그 항로로 끌어들였다.구매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미국의 대표 원유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의 할인폭은 브렌트유와 두바이유에 대비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걸프 이외 지역에서 쏟아져 나온 원유 덕분에 공급 공백은 하루 약 800만 배럴 수준으로 좁혀졌다. 여기에 두 번째 힘이 더해진다. 같은 4주 동안 주요 석유 수입 지역들이 작년보다 하루 1,100만 배럴이나 적게 수입한 것이다. 중국의 수입만 하루 660만 배럴이 줄었다. 중국 정유업체들은 서아프리카 등지에서 사기로 약속했던 화물 일부를 다른 아시아 구매자에게 되팔기까지 했다.


수입 감소는 좋은 소식만은 아니다. 일부는 수요 자체가 무너졌음을 보여준다. 원유 부족으로 아시아와 유럽 정유공장들은 가동률을 하루 약 400만 배럴 줄여야 했다. 걸프 지역에서 정제 제품 공급이 하루 440만 배럴 사라지면서 디젤, 휘발유, 항공유 가격이 60%에서 120%까지 올랐다. 부담을 떠안은 소비자들은 소비를 줄였다. 플라스틱 원료인 나프타를 구하지 못한 석유화학 공장들도 가동률을 낮춰 운영 중이다.


그러나 대부분 분석가들은 실제 수요 감소가 하루 500만 배럴에는 못 미친다고 본다. 이는 수입 감소의 상당 부분이 결핍이 아니라 신중함의 결과라는 의미다. 일부 구매자들은 해협이 곧 다시 열릴 것으로 보고 가격이 떨어질 때까지 구매를 미루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그 결과 의외로 원유 시장에는 일종의 ‘미니 공급 과잉’이 생겼고, 이것이 브렌트유 가격을 끌어내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얼마나 오래 갈 수 있을까. 위성 사진에 따르면 중국의 육상 비축 원유는 거의 줄지 않았는데, 이는 정유공장 가동률이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수입 감소 폭이 워낙 커서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의 마틴 라츠(Martijn Rats) 애널리스트는 지하 동굴에 비축돼 있던 원유가 지상으로 이동해 부족분을 메우고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런 비축유 방출은 곧 더 빨라질 전망이다. 중국 정유공장들의 정기 보수 시즌이 끝나가고 있어서다. 정부가 3월에 내렸던 제품 수출 금지를 완화하면서 정유제품 수출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약 12억 배럴에 이르는 원유 재고를 보유해 2026년 상당 기간 수입을 줄여도 버틸 수 있다. 그러나 데이터 분석업체 스파르타 커머디티스(Sparta Commodities)의 닐 크로스비(Neil Crosby)는 “전략적으로 중국이 올해 비축분을 전부 소진하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결국 중국 수입이 늘어날 것이라는 의미다. 


더 큰 문제는 미국일지 모른다. 미국의 수출은 이제 늘어나기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정유공장 보수 시즌이 곧 끝나고, 데이터 업체 케이플러(Kpler)는 현재 수출용으로 배정된 하루 50만 배럴 이상이 국내용으로 돌려질 수 있다고 추산한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차량 연료 재고가 사상 최고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추세가 계속되면 원유 가격이 조금만 올라도 미국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5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 갤런당 5달러는 2022년 마지막으로 돌파했던 선으로, 당시 운전자들의 부담은 물론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에도 타격을 줬다.


이런 이유로 트럼프 행정부는 정유제품 수출 금지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브렌트유가 100달러 부근을 맴돌 때만 해도 한 관계자는 수출 금지 가능성을 35%로 봤다. 지금은 그보다 높아졌고, 5월 25일 메모리얼 데이 전후로 주유소 가격이 급등하면 50%를 넘길 것이라는 관측이 여러 소식통에서 나온다. 만약 이 조치가 시행되면 전 세계 에너지 시장이 출렁이게 된다.


수출 금지가 되든 안 되든, 어디에서나 석유 재고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세계에 시간을 벌어줬을 뿐이다. 호르무즈가 계속 닫혀 있다면 세계 경제가 결국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라는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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