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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사 부른 중국계 후원망, 한인사회 정치력 공백 드러내

힐리 주지사, 레버렛 윙 주최 아시안계 기금모금 행사 참석

한인사회, 주지사 선거에서의 존재감, 현재까지는 미세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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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6-04-30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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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화요일 오후 다운타운 한 중국계 스시식당이 위치한 빌딩에서 개최된 주지사 선거자금 모금 행사. 셀프 카메라를 찍고 있는 아시안 정치계 인사 레버렛 윙이 이 행사를 주최했다
지난 28일 화요일 오후 다운타운 한 중국계 스시식당이 위치한 빌딩에서 개최된 주지사 선거자금 모금 행사. 셀프 카메라를 찍고 있는 아시안 정치계 인사 레버렛 윙이 이 행사를 주최했다

매사추세츠 모라 힐리 주지사가 28일 보스턴 다운타운에서 열린 아시안계 중심 기금모금 행사에 참석해 재선 지지를 호소했다. 행사는 한인사회에 잘 알려진 아시안 정치계 인사인 레버렛 윙이 주최했다.  현장에는 린다 챔피언 등 소수 한인이 참석했으나 행사의 중심은 상당수 중국계 아시안 후원자들과 백인 후원자들이었다.


행사장소는 주청사에서 도보로 5분 이내에 있는 한 중국계 스시 레스토랑이었다. 주지사의 동선을 충분히 고려한 장소였다. 행사가 시작되자 주최측 위원회 인사들과 주지사의 간단한 대화 및 사진 촬영이 진행됐고, 곧바로 주지사의 재선을 위한 연설이 이어졌다. 


힐리 주지사는 이날 연설에서 2026년 선거를 단순한 주지사 선거가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와 MAGA 세력에 맞서 매사추세츠의 가치와 이민자 공동체를 지키는 선거로 규정했다. 


그는 “많은 매사추세츠 주민들이 식료품비, 전기요금, 가스요금, 렌트, 주택 구입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주지사로서 나의 초점은 바로 그런 사람들에게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자신의 행정부가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주거비와 에너지 비용을 낮추며, 교육과 직업훈련 기회를 확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힐리 주지사는 연방정부가 관세 정책으로 생활비를 끌어올리고, 이민세관단속국(ICE)을 지역사회에 투입해 이민자 가정에 공포를 주고 있으며, 건강보험 예산을 삭감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매사추세츠가 이민자 공동체, 유학생, 연구자, 혁신 산업을 기반으로 성장해 온 주라는 점을 강조하며, 트럼프식 정책은 매사추세츠의 경제와 가치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말했다.


힐리 주지사는 공화당 후보들을 겨냥해 “매사추세츠 공화당 안의 가장 극단적인 MAGA 세력”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들이 트럼프의 관세, ICE 단속, 건강보험 축소, 낙태권 후퇴, 이민자 공동체 공격을 지지하고 있다며 “이런 것들은 매사추세츠에 설 자리가 없다”고 말했다.


또한 공화당 후보가 5천만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선거자금을 쓸 가능성도 있다고 공격하고 “그들에게는 돈이 있지만, 나에게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참석자들에게 11월 선거에서 투표하고, 주변에 선거의 중요성을 알려 달라고 호소했다.


행사 말미에 주최자인 레버렛 윙은 힐리 주지사가 “매우 자금력이 큰 상대들”과 맞서고 있다며 가능한 한 적극적으로 후원에 참여해 달라고 말했다. 그는 개인이 2026년 힐리 캠페인에 최대 1천 달러까지 기부할 수 있으며, 이미 그 한도까지 기부한 사람들은 매사추세츠 민주당 주 위원회에 기부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한인사회에 입장에서도 이번 행사는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었다. 가장 최근 서폭 지검장에 출마한 린다 챔피언을 위한 모금을 제외하고 한인사회가 주요 정치인들을 위한 기금모금행사를 했던 것이 기억에 가물가물할 정도다. 


정기적으로 열리던 미셸 우 시장을 위한 선거자금 모금행사는 팬데믹 이후 자취를 감췄다. 올해 들어 댄 고 후보가 연방 하원의원에 출마했으나 그를 위한 선거자금 모금행사조차 열리지 않았다. 지난 2018년 출마 당시에는 남궁연 전 재관위원장 자택에서 기금모금행사를 개최한 것이 한인사회가 단체로 선거기금모금 행사를 가졌던 마지막 사례였다. 


한인사회는 잃어버리거나 잊어버린 게 많다. 정치력 신장을 목표로 출범했던 시민협회가 비영리단체로 전환하며 더 이상 공식적인 정치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점은 이 같은 측면에서 마이너스 요인이다. 한동안 한인사회의 주축이었던 세탁협회의 퇴장도 한 몫을 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과거 한인사회에 뜻을 모으던 주축들은 이미 은퇴시기에서도 한참을 지난 시점이 있고, 상당수는 타지역으로 이주했다. 


한인회의 활동의 축소도 그 한 축을 담당한다. 실제적으로 한인사회의 다수를 차지하는 과학 기술 계의 인사들의 모임인 과기협도 한인사회에 발걸음이 뜸한지 오래다. 


이처럼 기존 한인사회의 조직이 위축되면서 가장 먼저 약해진 것은 한인사회의 정치 근육이다. 과거 웰드 주지사, 미트 롬니 주지사, 드벌 패트릭 주지사 등을 위한 선거모금행사를 주최하면 단련됐던 근육은 말랑말랑해진 상태다. 


미국 정치에서 선거기금모금 행사는 단순히 돈을 걷는 자리가 아니다. 후보와 커뮤니티가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자리이다. 커뮤니티가 “우리는 표도 있고 후원자금도 있으며 조직도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무대다. 정치인은 초청장만 보고 움직이지 않는다. 그 자리에 누가 모이는지, 얼마를 모을 수 있는지, 그 커뮤니티가 선거 때 실제로 표로 연결될 수 있는지를 보고 결정한다. 


노련한 레버렛 윙 주최의 이번 행사는 그런 점에서 교과서에 가까웠다. 행사장은 주청사에서 가까웠고, 주지사가 업무를 마치고 바로 참석할 수 있도록 동선을 고려했다. 주지사는 짧은 시간 안에 인사, 사진 촬영, 연설을 마치고 다음 일정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행사 말미에는 후원 요청도 분명하게 이뤄졌다. 


한인사회가 약한 부분은 바로 이 지점이다. 한인들은 개인적으로 성공했고, 전문직과 비즈니스, 학계, 과학기술계에서는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들 개인의 힘은 커뮤니티 정치적 역량으로 묶어내지 못하고 있다. 선거 때 후보를 초청하고 후원자를 모으고, 정책 요구를 전달하고 이후에도 관계를 유지하는 조직적 장치가 부족하다. 인구는 늘었지만 한인사회의 정치적 역향력이 결코 성장하지 못한 이유다. 


한인사회가 지금까지 주지사급 정치인을 초청한 본격적인 선거자금 모금 행사를 열지 못한 것은 돈이 없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돈과 사람은 흩어져 있으며, 이를 묶는 정치적 리더십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과거 원로 인사들이 담당하던 연결 역할은 점차 사라졌다. 그러나 그 자리를 대신할 새로운 세대의 정치 네트워크는 아직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다.


이번 힐리 주지사 기금모금 행사는 그런 점에서 한인사회에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중국계 아시안 후원자들은 주지사를 부르는 행사를 만들었다. 한인 인사들은 그 자리에 참석했다. 이 차이는 작아 보이지만 정치적으로는 크다. 한쪽은 행사를 주최했고, 다른 한쪽은 참석했다. 정치권에서 주최자와 참석자의 무게는 다르다.


힐리 주지사 캠프는 이미 막대한 선거자금을 확보하고 있다. 힐리-드리스콜 재선팀은 2026년 1분기에만 230만 달러 이상을 모았고, 힐리 후보위원회 단독으로도 3월 말 현재 533만 달러가 넘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힐리 캠프가 아시안계 후원자들을 상대로 별도의 기금모금 행사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은, 선거자금 모금이 단순한 돈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조직력의 문제임을 보여준다.


중국계는 주지사를 불렀다. 한인사회는 이제 우리가 부르지 못하는 이유를 물어야 한다. 우리에게 없는 것이 조직인지 아니면 정치적 이해도의 결핍인지 솔직하게 자문해 볼 순간이다. 주지사뿐만 아니다. 한인사회에는 댄 고도 있고 린다 챔피언도 있다. 정치의 계절에서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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