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연재] 트와이스와 최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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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보스톤 작성일 26-04-16 15:36본문
트와이스 콘서트에 다녀왔다. 열 살 아들은 한동안 축구장 가는 차 안에서, 화장실에서 샤워하는 중에 트와이스 노래를 줄기차게 들어왔다. 그러니 남편이 작년에 트와이스 보스턴 공연 소식을 듣자마자 티켓을 사들여 애들한테 생색을 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음악 취향이 변해버린 소년은 이제 케이팝 자체를 아예 듣지 않는다. 어쩌면 이번 트와이스 콘서트는 우리에게 마지막 한국 가요 축제가 될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트와이스 멤버들 얼굴에서 눈 코 입이 제대로 보일 듯 말 듯한 거리의 좌석에 앉았다. 공연 내내 눈부신 무대 조명보다 조도 높은 광적인 기운에 휩싸여 몸과 마음이 들떴다. 온갖 굿즈로 무장한 팬들이 우리 주변 자리에서 일어나 공연자 못지않게 목소리 높여 같이 노래를 불렀기 때문이다. 무대 위 트와이스를 거울삼아 그 안무를 따라 춤을 추기도 하고. 이것이야말로 히트송이 여럿인 걸그룹 콘서트 관람의 묘미였다. 음악에 맞춰 공연자가 다양한 난이도의 안무를 선보이는 가운데 관객들이 도저히 몸을 따라 움직이지 않고서는 못 배길 순간들이 끊임없이 이어지니 말이다.
이토록 다채로운 얼굴과 연령의 비한국인들이 한국말로 된 노래를 목청껏 따라 부르는 광경은 여전히, 아니 영원히 내게 신기할 것이다. 이 열기 속에 우리는 가만히 앉아 트와이스가 직업적으로 철저히 가꾸어왔을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에 반했다. 가늘고 마른 몸이 더욱 두드러져 보이는 고강도 안무와 의상에 넋을 놓았다. 공연 막바지에 다다를수록 무대 위 숨 찬 예술가가 운동선수처럼 변해가는 모습을 목격했다.
준비한 모든 공연을 마친 트와이스 멤버들은 서로 돌아가며 순서대로 무대 모서리에 섰다. 공연장 멀리까지 최대한 팔을 뻗어 관객들에게 애교 섞인 작별인사를 건넸다. 이 자리에 모인 팬들은 이런 찰나의 친밀함에 비명과도 같은 환호와 박수로 반응했다. 그 순간 공연자와 관객 사이에 서로 오롯이 조건 없는 사랑을 주고, 판단 없이 사랑받고 싶은 마음뿐인 공동체가 탄생했다. 그러나 그 감격의 한복판에 섞여 서 있어도 한평생 변함없을 나의 최애, 우리 딸과 아들에게 내 눈길은 가고 마는 걸.
아이들 옆모습을 훔쳐보았다. 그와 동시에 내 안에 두서없는 말들이 들끓기 시작했다. ‘아이들을 화려한 무대 위에 올려놓고 전 세계를 우리 애들 팬덤으로 조직하고 싶어’. ‘애들이 원한다면 무엇이든 다 해주고 싶어’. ‘애들이 원하지 않는 것마저 모두 갖다 바치고 싶어’. 콘서트의 여운으로 나의 모성은 ‘거절을 거절하는’* 광기 어린 팬심과 다름 없어졌다. 어쨌거나 앞으로 우리에게 예정된 애들 입학식, 졸업식, 결혼식? 우리 장례식이 트와이스 공연처럼 무탈하게 흥행하길 바라보았다.
이윽고 텅 빈 무대를 마주하자 내 마음속 독백이 잦아든다. 그제야 눈에 띄는 콘서트 스태프들. 무대 위 공연자 한 사람 뒤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수고하는지 잠시나마 헤아려 볼 수 있었다. 아이들 기억에 무대에 선 주인공만 남겨지지 않게 ‘저기 좀 봐' 크게 외친 후 공연장을 빠져나왔다.
*트와이스 Yes or Yes 가사 중에서
이혜준(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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