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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연재] 캠핑과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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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보스톤 작성일 26-08-17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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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마트에 가서 냉동 삼겹살 두 팩과 컵라면 다섯 박스, 세일 중인 꼬북칩을 맛별로 다 사왔다. 장본 걸 부엌 카운터에 올려놓고 며칠 전부터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텐트, 침낭, 에어 매트리스를 내려다 본다. 캠핑장에서 보낼 주말이 집안을 무질서하게 점령하고 있다. 부엌 한 구석, 텅 빈 채로 뚜껑이 열려 있는 쿨러 속으로 나나 들어가 버릴까. 숲으로 잠시 이사간다. 그런 기분으로 부엌을 서성이다 모기약이 떠올라 온갖 서랍을 뒤졌다.


메인주 캠핑장에 도착했을 때 윤새 친구 가족들은 저녁을 준비하고 있었다. 우리까지 여섯 가족이 함께 간 캠핑이었다. 나와 남편은 트렁크 문이 겨우 닫힐 만큼 실어온 짐을 내리기 전에 다른 사람들이 캠핑장 흙바닥에 꾸려놓은 살림살이와 텐트부터 산책하듯 둘러보았다. 남편이 몇 달동안 아마존에서 살까 말까 고민하다 사지 않은 텐트가 거기 다 모여 있었다. 한밤중 캠핑장을 가를 텐트 지퍼 여닫는 소리는 대부분 같은 브랜드에서 나올 것이다. 어느샌가 비어버린 우리 차 트렁크 뒤로 아이가 그린 집 모양 텐트가 세워졌다. 물을 마시며 한숨 돌리자 소시지 굽는 냄새가 우리 자리로 넘어왔다. 


우리는 에릭네 캠프사이트에서 접이식 의자를 펼쳐놓고 모여 앉아 치킨윙과 소시지, 컵라면을 먹었다. 의자가 모자라 쿨러에 앉아 있던 제냐 엄마는 누군가 음료수를 꺼내러 올 때마다 몸을 일으켜야 했다. 그 자리에 모인 어른 열 둘은 애들끼리 친구가 아니었더라면 어디서도 서로 스쳐 지나갈 일이 없었을 것이다. 


남편이 자리에서 일어나 모닥불을 뒤적인다. 그의 머리 위로 반딧불처럼 불티가 날린다. 밥 먹다 말고 애들이 불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스모어는 내일 저녁에 만들어 먹을 거라고 그가 애들한테 말했다. 사람들이 배를 채우고 텐트로 하나둘 돌아가기 시작하자 에릭 아빠는 캠프 사이트를 모기약 연기로 뿌옇게 둘렀다.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사람들은 손으로 입과 코를 감싸쥔 채로 의자를 접고 불을 껐다. 우리는 서로에게 굿나잇을 외쳤다. 곧이어 사방에서 지퍼 여닫는 소리가 어둠을 갈랐다. 


“누구야, 밤새 코 곤 사람?” 필네 캠프사이트에서 사람들과 함께 서서 커피를 기다리면서 내가 물었다. 코를 곤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에릭 아빠는 팔뚝을 긁으며 아침부터 모기약을 뿜고 지나갔다. 필 엄마가 내게 커피잔을 건넸다. 벌써 놀이터로 몰려나간 애들이 느닷없이 소리를 질러 우린 서로 눈을 마주치며 웃었다. 커피에서 모기약 냄새가 나는 것 같다고는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이혜준(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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