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연재] 새해와 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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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June Lee 칼럼니스트 작성일본문
2026년 이민생활을 담담하게 다룰 새로운 칼럼을 소개합니다. 매사추세츠에서 거주하는 필자는 이민생활에서 겪는 일상과 애환을 수필형식으로 독자여러분을 만나게 됩니다. 독자여러분의 많은 사랑을 당부드립니다. [편집자주]
몬트리올에 다녀왔다. 오래 전 남동생과 함께 한국을 떠나 맨 처음 외국 생활을 시작한 도시다. 털모자와 두꺼운 외투, 장갑으로 무장해도 현관문을 열면 찬 공기가 맨살을 할퀴듯이 눈 코 입을 파고드는 겨울. 그 날카로운 온도를 한숨에 들이켰다 새하얗게 내쉬면, 단숨에 콧속을 다 얼려버리는 몬트리올이... 어느 하루 푹 풀리더니 언 빗방울이 온 동네를 탁탁 쳐대는 소리로 소란했다. 우리가 지내던 집 앞 도로는 그야말로 빙판길이 되었다.
그 길로 옆 집 아이들이 스케이트를 신고 아이스하키를 하기까지 이르렀다. 거실 창가에 서서 바라본 만화 같은 풍경 속에 서둘러 우리 애들을 끼워 넣자. 이런 몬트리올은 또 처음이다. 이렇게 한 계절의 경이와 아름다움으로 우리 네 식구는 무리했다. 그 탓에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우린 서로 비슷한 증상의 감기를 앓게 되었다. 얼마 남지 않은 휴일 내내 마치 돌림 노래처럼 나눠 앓았다.
언제나 바라왔다. 12월의 마지막 날에는 술에 취해, 그게 아니라면 그 무엇에라도 취해 다가오는 새해를 개망나니인 채로 외면하고 싶다고. 거의 망한 상태로 한 해를 시작해 점점 나아지는 나날만을 새로 맞이하겠다는 장난 같은 이 소원을 올해는 온 식구가 타이레놀과 모트린을 교차 투약하는 가운데 정신없이 이루었다. 엄마, 목 아파. 콜록, 배 아파. 나, 머리, 콜록콜록, 아파, 엄마…엄마. 아이들의 열띤 호소로 빈틈없던 하루가 저물었다. 몸져누운 방 안에선 코가 막힌 남편의 숨소리가 한밤중 낭떠러지 같은 잠 속을 흠칫거리며 자주 가로질렀다. 그래도 우리는 감기약과 수면 부족에 만취한 몸으로 제 시간 안에 텔레비전 앞에 겨우 모여 앉아, 아니 누운채로 2025년이 2026년으로 그 이름을 무탈히 바꾸는 장면을 구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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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부디 감기는 조심하시고요.
이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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