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연재] 라마단과 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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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보스톤 작성일 26-04-02 16:36본문
Iftar : 이슬람교도의 단식 월인 라마단 기간 중 해가 진 이후에 하루의 단식을 마무리하며 먹는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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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6시 52분. 아랍어로 된 기도와 이름 모를 현악기의 음률이 눈에 띄지 않는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온다. 그 소리는 남편 직장 동료인 나다의 집안을 빈틈없이 구석구석 싸고돈다. 몇 주 전 일찍이 나다에게 초대장을 받은 친구, 동료와 이웃이 지금 이 집 부엌과 거실에 자리 잡고 앉아 있다. 그들 곁으로 나다의 남편이 천천히 걸어지나 간다.
그는 양손에 각각 대접과 쟁반을 받쳐 들고 있다. 사람들은 그 안에 수북이 담긴 야자 대추와 열 맞춰 놓인 플라스틱 물 잔을 골라 두 손에 하나씩 쥔다. 어디선가 우릴 둘러보고 있었을 나다가 거실 티브이 앞으로 나와 홀로 선다. 그 순간 말소리와 음악이 멈추고 단 한 번의 종소리가 온 집안에 울려 퍼진다. 담배 연기처럼 점점 사라져 가는 종소리를 배경으로 나다가 손님들에게 먹고 마시기를 다소곳이 권한다. 야자 대추에서는 곶감맛이 난다.
식탁 위에 뷔페식으로 차려진 가지각색의 요리를 숨으로 먼저 음미한다. 콧속을 할퀴는 듯한 매운 향신료 기운에 입맛이 돈다. 선뜻 손이 가지 않는 빛깔의 음식도 목격한다. 그러나 이 저녁 식사가 내게 오늘 첫끼라 접시 한가득 욕심을 부려본다. ‘이런 식으로 금식과 식사를 빛과 어둠에 맞추어 한 달을 살아내는 건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연분홍 벚꽃빛 히잡을 두른 나다에게 물어볼 수도 있겠지만 “앗, 짜이다, 두바이 초콜릿이다.” 나는 이제 말을 배우기 시작한 애처럼 아는 이름만 겨우 외쳐볼 뿐이었다. 나다는 내가 현관 벽에 걸린 액자 속 아랍어를 유심히 들여다볼 때 내 등 뒤에 서서 궁금한 점이 있으면 무엇이든 다 물어보라고 그랬는데. 나는 라마단에 대해, 이슬람 문화에 관해 무엇을 모르는지 조차 모르는 채로 생각나는 대로 막 떠들다 나다에게 저지를 무례가 걱정된다. 그렇다면 아무래도 짜이와 두바이 초콜릿 뒤를 이을 대화의 주인공으로는 아직 어려 히잡을 두르지 않은 이 집 딸이 안전하겠지.
“저기 네 딸 운동 뭐 해?” “안 해.” “축구시켜, 축구. 동네 축구 4월 초에 시작해. 등록 기간 아직 안 끝났을 걸.” “아, 진짜 등록해 볼까?” “애가 승부욕은 좀 있어?” 애들 동네 축구로 가능할 일시적인 세계 평화를 마음속에 그리며 위 아 더 월드, 힐 더 월드. “나, 동네 축구 협회 집행부야. 등록 링크 보내줄게.” 남편 목소리가 우리 사이를 가로지른다. 하지만 나다는 내게서 눈을 떼지 않는다. “아, 어쩐지 네 남편 학교에서 무슨 발표할 때 축구 규칙을 예로 들면서 막 열정적으로 설명하더라.” 나다의 말끝마다 웃음이 번진다. 서서히 온 집안을 뛰어 돌아다니는 아이들의 발소리가 우리의 말문을 가로막는다.
헤어질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이혜준(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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