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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연재] 달리기와 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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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6-05-14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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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오월이면 동네 호숫가에서 달리기 대회가 열린다. 이건 이제 이 세상에 없는 아이를 추모하기 위해 남은 가족들이 주최하는 행사이기도 하다. 올해로 어느덧 다섯 살이 된 'Emma's Run'. 달리기 대회 첫해엔 엠마 아빠가 호숫가에 모인 사람들 앞에 서서 마이크를 쥔 두 손을 끊임없이 떨었다. 그 바람에 그의 온몸이 다 휘청였다. 그렇게 흔들리는 내내 울먹이는 목소리로 죽은 엠마를 추억하며 우리에게 감사하다 인사했다. 하지만 올해 그는 살아있는 동안 그림 그리기와 달리기를 좋아한 딸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다만 운동복 차림의 사람들을 향해 와줘서 고맙다며 웃었다. 


남편과 같이 아들을 구슬려 이번 달리기 대회에 셋이 참가했다. 대회를 앞둔 밤 초등학생 아들한테 질까 봐 초조하다고 침대에 누운 남편이 말을 꺼냈다. 겨울을 지나오는 동안 거의 매일 추위에 벌 받듯이 달려왔지만 달리는 거리는 차마 늘리지 못해 뛰는 속도가 예전보다 느려졌단다. 그러나 또 다른 한편으로 남편은 아들한테 처참히 패배하기를 기대했다. 아이가 제대로 최선을 다해 달리는 모습을 우리가 아직 본 적이 없다면서 말이다. 아무려나, 나는 남편 목소릴 배경음 삼아 두 사람의 등짝만을 바라보며 달리다 결승선을 코 앞에 두고 맹렬한 속도로 모두를 추월할 내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아들을 남편과 나 사이에 세워 두고 출발 신호를 기다린다. 그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출발선에 모여 선 여러 달리기 클럽 회원들의 유니폼과 수많은 개인들의 형형색색 운동화를 구경한다. 앞으로 이 사람들은 5마일만큼의 거리와 시간을 달려 부재로 존재하는 엠마의 영원을 세어볼 것이다. 그러고 보니 지난밤 집안에서의 우리는 엄마, 아빠, 아들이 다 같이 달릴 수 있는 우리 생의 활기에 몰두해 이 대회가 왜 생겨났는지를 잠시 잊고 말았다. 출발을 알리는 엠마 아빠의 웃는 목소리가 사이렌과 함께 메가폰을 울린다. 그와 동시에 사람들이 아스팔트길에 두 발을 구른다. 


어떤 추모는 규칙적인 발자국 소리와 거친 숨소리를 낸다. 완주의 환희까지 동반한다. 


남편은 아들의 페이서가 되어 달린 뒤 결승선 안으로 아들을 먼저 들여보냈다. 나는 일찍이 두 사람의 뒷모습과 멀어져 천천히 홀로 완주했다. 


집으로 가는 차 안 조수석에 앉아 땀에 젖은 머리칼을 손가락으로 빗는다. 엠마 아빠의 웃는 모습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그 웃음은 영영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일에도 시간이 약이라 그렇다기 보다 우리가 사랑하는 이의 부재를 존재로 여기며 살아갈 방법을 어떻게든 터득할 수 있어서라고 믿게 한다. 



이혜준(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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