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과거 시장 충격과 비교해보니…역대 최대 원유 공급 차질
유가 80% 급등·주가 급락·국채 수익률 상승...걸프전·우크라이나전 능가하는 에너지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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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보스톤 작성일 26-03-27 12:49본문
(보스턴=보스톤코리아) 장명술 기자 = 이란 전쟁이 글로벌 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과거 주요 지정학적 위기와 비교해도 역대급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과의 평화 협상을 추진하면서도 인근 지역에 추가 병력을 배치하고 있는 가운데, 트레이더들은 분쟁이 하루하루 지속될수록 에너지 충격이 심화되고 글로벌 경제는 물론 주식과 채권 시장까지 더 큰 위험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현재 물리적 원유 공급 차질 규모는 역사상 최대 수준이다. 전 세계 하루 1억 배럴 원유 시장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유조선 통행이 사실상 중단 상태에 이르렀다. 사우디아라비아가 기존 송유관을 통해 일부 물량을 다른 수출 터미널로 우회시키고 있지만, 라피단 에너지 그룹(Rapidan Energy Group) 등 분석기관에 따르면 하루 1,000만 배럴 이상의 석유가 여전히 공급 차단 상태에 있다.
유조선에 대한 위협과 주요 생산시설 가동 중단은 분쟁 종료 이후에도 원유와 천연가스에 대한 영향을 장기화시킬 수 있다.
WSJ는 이번 충격이 수에즈 위기, 아랍권 석유 금수조치, 이란 혁명, 1990년 걸프전보다도 더 큰 물리적 공급 차질을 일으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 수개월 이상 지속됐던 공급 충격과 달리, 이번에는 해협이 사실상 폐쇄된 상태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산유국들이 여유 생산 능력을 늘려 대응할 여력이 제한적이라는 점이 문제다. 주요 생산시설 가동 중단과 해협봉쇄로 인해 분쟁 종료 이후에도 원유와 천연가스 시장에 더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것으로 분석했다.
유가 급등 폭은 과거 전쟁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벤치마크 원유 선물 가격은 올해 약 80% 급등했으며, 워싱턴의 대이란 협상 보도에 따른 급락을 감안하더라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최근 몇 주간 드론과 미사일 공격이 시작된 이후의 유가 상승세는 1990년 걸프전 발발 직후 시기와 유사한 궤적을 그리고 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당시에는 팬데믹 이후 글로벌 경제가 반등하면서 유가가 이미 높은 수준이었다. 당시 예상되었던 원유 공급 차질의 상당 부분은 실제로 현실화되지 않았음에도 유가는 수개월간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고 이 신문은 설명했다.
주식시장 매도세 역시 과거 지정학적 충격에 대한 반응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S&P 500 지수는 이번 전쟁 이전부터 인공지능이 소프트웨어·금융서비스 등 산업을 뒤흔들 수 있다는 우려로 이미 하락세를 보이고 있었고, 투자자들은 미국 주식시장의 고평가가 이후 변동성을 더욱 키웠다고 분석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에는 분쟁 발발 후 이 시점에서 S&P 500이 대략 보합 수준이었으나, 그 충격이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키면서 결국 기업 실적에 타격을 주고 차입 비용을 끌어올려 2022년 상반기에 지수가 21% 하락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국채 수익률(금리)도 2022년과 유사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에는 연준이 팬데믹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낮게 유지하면서 수익률이 낮았다. 이번에는 금리 전망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수익률이 이미 높은 수준이었고, 이후 지난 7월 이래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기준이 되는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19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당시보다 느린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당시에는 미국이 에너지 의존도가 훨씬 높았던 이유다.
전략비축유 방출도 역사적 수준이다. 미국은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국과 함께 사상 최대 규모의 비축유 방출에 나섰으며 이중 약 1억 7천200만 배럴을 부담하기로 했다. 미국 걸프 연안의 암염 동굴 네트워크에 보관된 원유의 이번 방출 규모는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바이든 대통령이 승인한 긴급 방출보다 약간 적은 수준이다.
WSJ는 두 차례 방출 모두 역사적 기준으로 대규모이며, 이는 가격 급등이나 경제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비축유 활용에서 워싱턴이 점점 더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