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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전쟁 6개월…승자는 투자자, 패자는 소비자

3월 저점 이후 나스닥 27% 상승…유가는 개전 전보다 약 20% 높아

항공료·식량 비용 상승, 트럼프 일가 방산사업 수혜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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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지 6개월이 지나면서 전쟁의 경제적 부담이 계층과 산업에 따라 뚜렷하게 엇갈리고 있다. 우려했던 세계적 경기침체는 현실화하지 않았고 증시는 반등했지만, 소비자들은 연료비와 항공료, 식료품 가격 상승을 감내해야 했다. 가난한 국가에서는 비료와 운송비 상승이 식량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


AP통신은 8월 30일 보도에서 이란전쟁이 세계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쳤지만, 투자자와 소비자, 에너지 산업과 빈곤층에 남긴 결과는 크게 달랐다며 승자와 패자를 나눴다.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자 국제유가는 급등했고 미국 증시는 5주 연속 하락했다. 다우존스와 나스닥 지수는 조정 국면에 들어갔으며, S&P500 지수는 2022년 이후 최악의 월간 성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3월 말 저점을 찍은 뒤 흐름은 바뀌었다. 이후 다우지수는 약 19%, S&P500은 약 22%, 나스닥은 27% 상승했다. 이는 3월 저점과 비교한 상승률이다. 연말까지 상승세가 유지되면 세 지수는 나란히 4년 연속 연간 상승을 기록할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nternational Monetary Fund·IMF)은 7월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는 두 힘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쟁이 성장을 끌어내리고 있지만 인공지능(AI)에 대한 기대가 그 충격을 상쇄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식시장이 회복되는 동안 소비자의 생활비 부담은 계속됐다.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원유 공급 차질이다.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는 유조선의 이동이 크게 줄면서 국제유가의 기준인 브렌트유는 개전 직전 배럴당 약 72달러에서 한때 120달러에 육박했다. 이후 가격이 내려왔지만 여전히 전쟁 이전보다 약 20% 높은 수준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nternational Air Transport Association·IATA)에 따르면 올해 항공유 평균 가격은 지난해보다 70%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사들은 항공권 가격과 수하물 요금을 올리고 유류할증료를 부과하는 한편, 운항편을 줄이거나 신규 노선 확대 계획을 축소했다. 루프트한자그룹은 단거리 항공편 2만 편을 감축했다.


컬럼비아대 경제학자인 브렛 하우스는 앞으로 몇 달 안에 유류할증료가 철회되거나 항공료가 내려갈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내다봤다. 운항 축소로 소비자의 선택지가 줄고 항공사 간 경쟁도 약해져 요금 인상을 억제할 압력이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반면 화석연료 수입에 대한 불안은 전기차와 재생에너지 투자를 촉진하고 있다. 원유 공급이 막히거나 가격이 급등할 때마다 경제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에너지원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IEA)는 올해 세계 자동차 판매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29%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25%에서 4%포인트 높아지는 수치다. 미국과 중국에서는 전기차 수요가 감소했지만 일부 다른 시장에서는 판매가 크게 늘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재생에너지 활용을 확대하고 원자력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자국 내 정유시설 확충과 태양광 설비 설치를 서두르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기업 운영정보 분석업체 스페라(Sphera)의 공급망 전문가 스콧 레먼은 전쟁에 대응해 청정에너지와 전기화 정책을 발표한 국가와 지역이 26곳에 이른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위기가 정책만으로는 결코 이뤄내지 못할 빠른 속도로 투자를 촉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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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저소득 국가와 취약계층에 전쟁은 생계와 식량의 문제를 부담지웠다. 걸프 지역은 원유뿐 아니라 비료의 주요 공급지여서 수출 차질이 농업 생산비 상승으로 이어졌다.


세계은행 가격지수에 따르면 비료 가격은 지난 4월 개전 전보다 44%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 작물 재배를 결정해야 하는 시기에 비용이 급등하자 일부 농민들은 비료 사용량을 줄였다. 이는 향후 수확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orld Food Programme·WFP)은 수천만 명이 추가로 기아에 내몰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칼 스카우 사무총장 대행은 최근 증언에서 비료 수출 차질이 아시아와 아프리카에 큰 타격을 줬으며, 운송비 상승은 세계식량계획의 구호활동까지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스카우 대행은 호르무즈해협에 멈춰 선 유조선 한 척이 수단 어린이의 하루 식사가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유가 상승이 밀가루와 쌀, 채소 가격까지 끌어올린다고 설명했다.


전쟁의 경제적 수혜를 둘러싸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일가의 사업도 주목받고 있다.


AP에 따르면 에릭 트럼프와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상장을 추진하는 방산업체 파워러스(Powerus)는 이란 드론을 격추할 요격체를 공급하는 최대 9,000만달러 규모의 미 공군 계약을 따냈다.


트럼프 주니어가 아버지의 재선 직후 합류한 사모투자회사 1789캐피털(1789 Capital Management)도 전쟁과 관련한 사업을 수행하는 여러 방산업체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분을 보유한 방산업체 안두릴(Anduril)은 쿠웨이트에 최대 20억달러 규모의 드론 요격체를 판매할 수 있도록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았다. 스페이스X(SpaceX)는 이란을 상대로 운용되는 미국 드론에 위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파이어호크디펜스(Firehawk Defense)는 줄어든 미국의 군수품 재고를 보충하기 위한 추진제와 탄두 관련 국방부 계약을 확보했다.


1789캐피털의 알렉사 헤닝 대변인은 트럼프 주니어가 해당 기업들에 대한 투자 결정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부당한 연관성이 있다는 시각을 부인했다.


AP는 외부 운용사가 관리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투자 포트폴리오에도 록히드마틴과 제너럴다이내믹스, 노스럽그러먼 등 전쟁의 수혜를 받는 방산기업 주식이 편입됐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최근 보고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석유·가스 관련 주식 보유 규모가 최대 1,550만달러 늘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애나 켈리 백악관 대변인은 이해충돌은 없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국민의 이익만을 위해 행동한다고 밝혔다.


AP는 전쟁으로 미국이 이미 수백억달러를 지출했고 세계 경제의 예상 생산 규모도 수천억달러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증시 반등과 일부 기업의 사업 확대가 전쟁의 경제적 비용 자체를 없앤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전쟁에 대한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생활비 부담이 지속될 경우,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AP는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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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한새벽 기자
한새벽은 보스톤코리아 기자다. 2012년부터 14년째 뉴잉글랜드 지역 뉴스와 보스턴 한인사회를 취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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