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도 전염된다?...버몬트 호수 물고기에서 세계 첫 확인
호수내 메기 3분의 1이 흑색종, 단일 암세포가 기원
소로가 1858년 매사추세츠 강에서 기록한 검은 반점도 단서
메기를 잡았을 때 먹지 말 것 권유, 신고 후 가능하면 냉동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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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새벽 기자 작성일본문
버몬트주와 캐나다 퀘벡주 경계에 걸쳐 있는 멤프리마고그 호수에서 10년 넘게 이상한 일이 벌어져 왔다.
이 호수에서 2012년 낚시꾼들은 일부 갈색 불헤드 메기의 몸이 벨벳 같은 검은 혹으로 뒤덮여 있는 것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야생동물 생물학자들은 결국 이 물고기들이 피부암에 걸렸다고 판정했다.
자외선이 주원인인 흑색종(melanoma)은 호수 바닥 진흙에서 사는 메기에게 극히 드문 병이다. 그런데 이 호수 불헤드의 3분의 1 이상이 흑색종을 갖고 있었다. 연구진은 그 이유를 알아냈다고 뉴욕타임스는 22일 밝혔다. 전염되는 형태의 암이 호수 안에서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 사태가 메기 한 마리에서 시작됐다고 본다. 그 메기에게 종양이 생겼고, 종양이 암세포를 물속으로 흘려보냈다. 그 세포들이 다른 메기의 몸으로 침입하면서 사실상 역병이 시작됐다.
지금까지 전염되는 종양이 확인된 동물은 개와 주 호주 태즈메이니아섬에 사는 태즈메이니아 데빌, 그리고 몇몇 조개류 등 무작위로 보이는 극소수 종에 그쳤다. 그러나 이 발견들만으로도 도발적인 질문이 쏟아졌다.
물고기에서 전염성 암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때문에 과학자들은 이 현상이 실제로 얼마나 널리 퍼져 있을지 의문을 품게 됐다. 이번 연구의 저자인 버몬트대학 유전학자 줄리 드래건은 "이것이 정말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드문 일일까, 아니면 그저 우리가 찾아보지 않았던 것일까"라고 뉴욕타임스에 밝혔다.
드래건이 처음부터 전염성 암을 찾으려 했던 것은 아니다. 2014년 버몬트주 어류야생동물국 생물학자들이 멤프리마고그 호수의 갈색 불헤드가 왜 병드는지 밝혀내는 일을 도와달라고 그를 불렀다.
흑색종의 흔한 원인은 자외선이다. 하지만 호수 바닥 진흙에 살며 주로 밤에 활동하는 메기가 천문학적으로 높은 흑색종 발병률을 보인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았다.
드래건과 동료들은 인근 매립지에서 나온 오염물질의 영향, 때때로 암을 유발하는 미생물 감염 등 다른 가능성도 조사했다. 그러나 물고기 몸속 오염물질 수치는 낮았고, 암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나 세균의 흔적도 없었다.
드래건은 메기의 DNA와 종양 속 변이 DNA를 자세히 들여다보기로 했다. 특정 유전적 변이는 동물이나 사람을 암에 극도로 취약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는 각 암세포가 그 암세포가 나온 메기와 유전적으로 가장 비슷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결과는 정반대였다. 모든 암세포가 종양을 달고 있는 물고기가 아니라 다른 암세포와 가깝게 연결돼 있었다.
연구진은 분석을 처음부터 다시 했지만 같은 결과를 얻었다. 종양은 그것을 지닌 메기에게서 생겨난 것이 아니었다. 새로운 물고기의 DNA를 볼 때마다 이 패턴은 더 뚜렷해졌다. 과학자들은 불편한 가능성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 메기들이 전염되는 암의 피해자라는 것이다.
암이 전염될 수 있다는 추측은 르네상스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603년 포르투갈 의사 로드리고 데 카스트로는 종양이 "끔찍한 증기를 내뿜어" 새로운 희생자에게 암을 옮긴다고 상상했다.
현대 과학이 암은 대부분 자기 DNA의 변이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밝혀내면서 암에 '옮는다'는 개념은 밀려났다. 소수의 전염성 암이 실재한다는 확실한 증거가 나온 것은 2000년대 초반에 이르러서였다.
개가 그중 하나의 숙주다. CTVT(개 전염성 성병 종양)로 불리는 이 암은 교미 과정에서 한 개체에서 다른 개체로 옮아간다. 종양 DNA를 분석한 연구들은 이 암들이 모두 수천 년 전에 살았던 개 한 마리에서 유래했음을 시사한다.
CTVT가 치명적인 경우는 드물다. 태즈메이니아 데빌 사이에 퍼지는 전염성 암은 다르다. 데빌 안면종양병으로 불리는 이 병은 이 동물들이 자주 벌이는 피투성이 싸움을 이용한다. 태즈메이니아 데빌이 다른 개체의 종양 조직을 물어뜯으면 암세포가 몸을 타고 자신의 얼굴로 옮아간다. 최근 수십 년 사이에 생겨난 이 암은 이미 태즈메이니아 데빌을 멸종 직전까지 몰아넣었다.
2015년에는 캐나다와 미국의 대서양 연안에서 백혈병과 비슷한 암으로 초토화된 조개류가 발견됐다. 감염된 조개가 바닷물로 암세포를 흘려보내면 근처의 건강한 조개가 이를 빨아들이는 방식이었다. 이후 태평양과 유럽 해역의 조개류에서도 전염성 암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멤프리마고그 호수의 모든 종양이 하나의 조상 암세포에서 나왔다고 확신한다. 갈색 불헤드의 번식 방식이 흑색종 세포에 퍼질 기회를 준 것으로 보인다. 이 메기들은 산란기에 얕은 물에 빽빽하게 모여든다. 드래건은 "서로 위에 포개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뒤엉키는 과정에서 산란 중인 메기들이 서로를 물거나 할퀴고, 그 상처를 통해 물에 떠다니는 암세포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애틀 퍼시픽노스웨스트 연구소에서 조개류의 전염성 암을 연구하는 마이클 메츠거는 전염성 암이 민물에서 퍼지는 것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암세포는 보통 염분이 있는 체액에서만 살아남는다. 메츠거는 "이 현상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드래건은 북동부 다른 지역의 메기들도 같은 암을 앓았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단서를 찾아냈다. 그 단서 일부는 19세기 자연주의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일지에서 나왔다.
소로는 매사추세츠의 강에서 반점으로 뒤덮인 메기를 자주 만났다고 적었다. 1858년 아사벳 강을 찾았을 때 본 한 마리에 대해 그는 머리의 거의 절반이 주둥이에서 뒤쪽으로 비스듬히 새까만 나병 같은 것으로 덮여 있었으며 갑각을 이룬 지의류처럼 보였다고 묘사했다.

드래건과 동료들은 이제 멤프리마고그 호수 밖의 메기에서도 전염성 암을 찾고 있다. 연구진은 검고 도드라진 종양이 있는 메기를 잡은 낚시꾼과 생물학자들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 물고기 전체와 종양이 함께 나온 사진, 그리고 잡은 장소 정보를 [email protected]로 보내면 된다. 드래건은 가능하면 물고기를 통째로 냉동해 둘 것을 당부했다. 연구진이 직접 살펴보기를 원할 경우 전달 방법은 따로 안내한다.
드래건은 "검은 반점이 모두 우리가 찾는 종양인지는 말하기 어렵다"며 "검사해 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의 또 다른 저자인 버몬트주 어류야생동물국 수산생물학자 피터 에머슨은 낚시꾼들에게 종양이 있는 불헤드는 먹지 말라고 권고했다. 그는 "이 물고기를 먹으면 안전하지 않다는 증거는 없다"며 "다만 조심하는 쪽을 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으로서는 사람들 사이에 전염성 암이 돌고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는 거의 없다. 그러나 케임브리지대학의 전염성 암 전문가 엘리자베스 머치슨은 언젠가 그런 암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머치슨은 "이번 발견은 전염성 암이 우리 종을 포함해 어디서든 출현할 수 있다는 생각을 뒷받침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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