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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VC, 쿠팡 사안 두고 미 정치권 동원 압박

데이터 유출 문제, 통상갈등 및 외교 현안으로 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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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보스톤 작성일 26-02-01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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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 출석하는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
경찰에 출석하는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

(보스턴=보스톤코리아) 장명술 기자 = 한국판 ‘아마존’ 으로 비유되는 쿠팡의 대규모 데이터 유출 사건이 한·미 간 통상 및 외교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 투자사들과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까지 가세하면서, 기업 이슈가 양국 정부 간 문제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코노미스트는 31일 인터넷 판을 통해 글로벌 무역이 정치화되는 흐름 속에서 기업이 그 한가운데 놓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했다. 


쿠팡은 지난해 11월, 중국에 근무하던 전직 직원이 한국 고객 약 3,400만 명의 데이터에 접근한 사실을 공개했다. 해당 사실은 약 5개월간 파악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내 언론은 이를 사상 최대 규모의 정보 유출로 보도했으나, 쿠팡 측은 실제로는 3,000개 계정 정보만 열람됐고 제3자 공유 없이 삭제됐다고 해명했다.


이재명 정부는 강경 대응에 나섰다. 쿠팡은 최소 1조 원(약 7억 달러) 규모의 과징금이 부과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는 2,300만 명 이상 정보 유출 사고를 낸 SK텔레콤 제재액의 7배 수준이다. 공정거래위원회도 데이터 유출과 별개 사안으로 쿠팡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한때 600억 달러에 달했던 쿠팡 시가총액은 현재 약 370억 달러로 감소했다.


쿠팡의 대응 방식도 문제를 키웠다. 한국 사업 부문 대표는 사임했지만, 쿠팡의 최고경영자인 김범석 의장은 국회 청문회 출석을 거부했다. 이에 따라 단순 기업 사고가 정치 쟁점으로 비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괘씸죄가 개입한 것이다. 회사는 고객 3,400만 명에게 35달러 상당 쿠폰을 제공했으나, 이를 홍보성 조치로 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이전부터 제기돼 온 물류·배송 노동자 처우 논란도 여전히 부담 요인이다. 여론은 분노하고 있다. 한국 사업을 맡은 해럴드 로저스 임시 대표는 국회에서 강한 질타를 받았으며, 최근 경찰 소환에 응해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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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석 의장의 처벌을 요구하는 쿠팡 유가족들의 시위


논란은 미국으로도 번졌다. 쿠팡의 창업자인 김범석 의장은 어렸을 때 캘리포니아로 이민 온 1.5세다. 매사추세츠 디어필드 아카데미와 하버드 학부를 졸업하고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중퇴했다. 한국인들이 달갑지 않게 표현하는 소위 '검은 머리 미국인'이다. 1월 22일 쿠팡 주요 투자사인 벤처캐피털 그리녹스와 알티미터는 한국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KORUS)을 위반했다며 소송 가능성을 시사했다. 두 회사가 보유한 쿠팡 지분 가치는 약 15억 달러에 달한다. 이들은 한국 정부가 쿠팡을 사실상 압박하고 있다며, 그 수위가 “러시아 등 전체주의 국가에서나 나올 법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미국 기술기업 전반을 겨냥한 조치라며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개입을 요청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도 한국 김민석 총리에 미국 기업 제재에 신중할 것을 경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지난해 합의된 새 무역협정을 신속히 비준하지 않았다며, 대(對)한국 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쿠팡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정치적 맥락에서 보고 있다. 워싱턴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앤드루 여 연구원은 “투자자들이 이재명 대통령을 반미·친중 성향으로 묘사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관심을 유도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한국 내에서는 이 대통령을 실용적 중도좌파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미국 통상 압박에 대비해 중국과의 관계를 전략적으로 관리할 필요성도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여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 역시 한국을 상대로 관세를 통상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는 점에서, 쿠팡 투자자들이 KORUS 위반을 문제 삼는 것은 아이러니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번 사태는 모두에게 부담이라는 평가다. 한국은 미국 자본이 투자한 대표 기업을 과도하게 압박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미국은 아시아의 핵심 동맹국을 상대로 압박한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이코노미스는 이것이 국제 무역의 슬픈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결국 승자는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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