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사로잡은 한인 뱁슨 대학생의 말차…'바이채' 뉴베리에 첫 매장 열어
팝업마다 두 시간 대기 행렬…21세 데이비드 채, 월 매출 16만 달러 도전
보스턴글로브 집중 조명 이어 보스톤코리아 인터뷰서 사업 구상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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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보스톤 작성일 26-08-06 18:55본문
뱁슨 칼리지를 휴학한 21세 한인 청년 데이비드 채씨가 보스턴의 새로운 프리미엄 말차 열풍을 이끄는 대표적인 젊은 창업가로 떠오르고 있다.
보스턴 여러 지역의 팝업 행사에서 긴 대기 행렬을 만들어온 채씨의 말차 브랜드 바이채(byChae)가 8월 8일 뉴베리 스트리트에 첫 정식 매장을 연다. 거침없는 도전 정신과 변화하는 시장에 빠르게 대응하는 유연성, 위험 부담을 줄이는 실속 경영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브랜드를 확산하기 위한 첫 거점이다.
보스턴글로브도 그의 브랜드를 주목했다. 이 매체는 최근 뱁슨 칼리지(Babson College) 학생인 채씨가 이동식 말차 트럭과 100회가 넘는 팝업 행사를 통해 시장성을 검증한 뒤 보스턴의 대표 상권에 진출하는 과정을 집중 조명했다.
보스톤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채씨는 당초 월 10만 달러로 잡았던 뉴베리 스트리트 매장의 매출 목표를 현재 월 16만 달러로 높였다고 밝혔다. 단순히 말차 음료를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의 소규모 사업자들과 협업하며, 장기적으로 여러 외식 브랜드를 아우르는 사업체로 성장하겠다는 계획이다.
첫 매장은 뉴베리 스트리트 222번지, 더티 워터 도우 컴퍼니(Dirty Water Dough Company) 아래층에 들어선다. 최근 버블티 매장이 문을 닫은 자리다.
채씨는 건물 관리업체 AGEM과 8개월 단기 렌트 계약을 맺었다. 일반적인 장기 계약보다 위험 부담을 줄이면서 뉴베리 스트리트에서 실제 고객 수요와 매출 가능성을 시험하려는 전략이다.
채씨는 “기존에 음료 매장으로 사용됐던 공간이어서 설비를 활용할 수 있었고, 대규모 공사를 하지 않고도 비교적 빠르게 바이채가 원하는 카페로 전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매장을 단순한 팝업이 아니라 “향후 확장을 위한 테스트 매장이자 첫 번째 공식 매장”이라고 규정했다. 앞으로 8개월 동안 고객 수와 인기 메뉴, 시간대별 매출, 운영 비용 등을 분석한 뒤 장기 매장 개설과 다른 도시 진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큰 사업 구상을 머릿속에 그려놓고 이를 단계적으로 실행에 옮기는 창업가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채씨가 처음부터 말차 사업을 생각했던 것은 아니다. 그는 13세 때부터 외식업에 뛰어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으며, 처음에는 한국식 프라이드치킨 사업을 구상했다.
바이채의 말차. (사진=데이비드 채)
미국에서 태어난 채씨는 다섯 살 때 한국으로 이주해 중학교 2학년 때까지 생활했다. 이후 부모는 채씨와 누이들을 괌으로 보내 학교에 다니게 했다. 보스턴 지역으로 이주한 뒤 뉴턴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창업 교육으로 잘 알려진 뱁슨 칼리지에 진학했다.
뱁슨 칼리지는 월스트리트저널이 발표한 2026년 미국 대학 평가에서 스탠퍼드대에 이어 전국 2위를 차지했다. 학생들의 졸업 후 경제적 성과와 학습 환경, 졸업률, 다양성 등을 평가한 순위다.
대학 입학 전부터 한국식 프라이드치킨 사업을 운영했던 채씨는 입학 후 기숙사 방에서 직접 치킨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판매했다.
이후 아사이볼과 아이스크림을 푸드트럭에서 판매하던 친구의 사업에 합류했으나 견해 차이로 결별했다. 구입했던 트럭을 가지고 처음에는 베이글과 말차, 커피를 함께 파는 사업을 계획했다. 이 때 한 멘토가 베이글보다는 음료에 집중해보라고 조언했다.
채씨는 “처음부터 완벽하게 계획된 변화를 택하기보다는 사업을 직접 운영하고 시장 반응을 살피면서 가능성이 더 큰 방향을 선택한 결과였다”며 “마침 미국 말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말차에 더욱 집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2025년 여름 트럭에서 본격적으로 말차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팝업 행사마다 고객들이 몰리면서 일부 행사에서는 음료 한 잔을 사기 위해 두 시간 가까이 기다리는 행렬이 생겼다.
갭(Gap), 프리피플(Free People) 같은 대형 브랜드를 비롯해 지역 필라테스 스튜디오와 대학들과 협업했고, 지금까지 진행한 팝업은 100회를 훌쩍 넘었다.
바이채는 다양한 종류의 ‘개념’ 콜드 폼을 활용해 다른 말차 브랜드와 차별화했다. 바나나 푸딩과 블루베리, 호지차 크림을 접목한 음료를 비롯해 물빛을 띤 ‘오션 폼’, 상어 보호 활동을 지원하는 지역 의류업체 피나틱스(Finatics)와 함께 만든 ‘죠스베리’ 등 소셜미디어에서 눈길을 끄는 메뉴를 잇달아 선보였다.
바이채의 창업자 데이비드 채. (사진 = 데이비드 채)
채씨는 미국에서 말차가 인기를 끄는 이유로 선명한 색감과 건강·웰니스 이미지를 꼽았다.
그는 “말차 특유의 진한 초록색은 사진이나 영상에서 잘 드러나고, 소셜미디어 시대에는 시각적 요소가 큰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커피나 에너지 드링크는 원하지 않으면서도 카페인이 필요한 소비자들의 수요도 말차 시장을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말차에는 카페인과 함께 아미노산의 일종인 L-테아닌이 함유돼 있어, 커피보다 비교적 차분하고 지속적인 에너지를 준다고 느끼는 소비자가 많다는 것이다.
미국 내 말차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NIQ에 따르면 미국의 말차 소매판매는 최근 3년 동안 86% 증가했다. 일본의 녹차 수출에서도 말차의 성장세가 드러난다. 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말차를 포함한 일본 녹차 수출액은 2024년 364억 엔, 당시 환율 기준 약 2억5,200만 달러로 전년보다 25% 증가했다.
채씨는 일본 규슈의 대표적인 차 산지인 후쿠오카현 야메에서 말차를 직접 들여온다. 행운도 따랐다. 야메의 한 말차 업체가 바이채의 인스타그램을 본 뒤 먼저 이메일로 연락해온 것이다. 그러나 첫 거래는 상당한 모험이었다. 채씨는 한 번도 직접 만나지 않은 업체에 제품을 받기도 전에 약 8천 달러를 송금했다.
상대가 신뢰할 만한 업체가 아니었다면 고스란히 돈을 잃을 수도 있는 결정이었다. 다행히 업체는 약속한 품질의 말차를 공급했고, 이때 시작된 거래 관계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는 “정말 무서웠지만 다행히 업체가 끝까지 약속을 지켰다”며 “그 품질 덕분에 제가 보스턴에서 최고의 말차를 판매하고 있다고 진심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말차를 선택한 사업 감각뿐 아니라 시장을 검증해온 채씨의 방식도 뱁슨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뱁슨 칼리지 교수이자 타리크 파리드 프랜차이즈 인스티튜트(Tariq Farid Franchise Institute) 총괄 책임자인 압 이그람은 보스턴글로브에 “이 친구는 정말 대단하다”며 채씨가 대학에 입학하기도 전에 사업 아이디어를 상의하기 위해 자신에게 연락했던 일을 소개했다.
벤처 투자자 출신인 이그람 교수는 “채씨는 1년 전 시장을 시험해보지도 않고 무턱대고 렌트 계약부터 맺지 않았다”며 “자신만의 틈새시장과 자신이 제공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왔고, 이제 뉴베리에 매장을 연다는 것은 그 전략이 통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평가했다.
채씨는 뱁슨에서 얻은 가장 중요한 것이 수업 내용보다 주변 환경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회계와 재무 같은 기본적인 비즈니스 지식도 배웠지만, 실제로 사업을 시작하고 위험을 감수하는 학생들을 가까이에서 본 것이 더 큰 영향을 줬다”며 “아이디어를 오래 고민하기보다 직접 실행하고 실패하면 수정하는 태도를 배웠다”고 밝혔다.
채씨는 선택과 집중을 빠르게 실천했다. 2025년 12월 사업에 전념하기 위해 휴학한 것이다. 학교와 사업을 동시에 병행하면서 두 가지 모두에 충분한 시간을 투입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였다. 휴학 후 매출은 세 배로 늘었다.
그는 “사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시점에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학교를 계속 다니면서 사업을 병행했다면 지금처럼 빠르게 성장하기 어려웠고 첫 매장도 열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부모도 어릴 때부터 사업을 하고 싶어 했던 채씨의 선택을 대체로 응원했다. 다만 아버지는 대학을 완전히 그만두는 것에는 반대하고 있다. 채씨는 “현재는 중퇴가 아니라 휴학 상태”라며 사업 성장과 복학 문제를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뱁슨을 스스로 선택했던 채씨는 “뱁슨에는 처음부터 사업을 하고 싶은 학생들이 많이 지원한다”며 “비슷한 목표를 가진 학생들이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실제 사업을 시작하기 때문에 서로 더 빨리 행동하게 된다”고 말했다.
하버드와 MIT가 기술과 연구, 정책 등 다양한 분야의 인재가 모이는 곳이라면 뱁슨은 학교 전체가 창업과 비즈니스에 집중돼 있어 예비 창업자에게 매우 밀도 높은 환경을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보스턴의 말차 시장은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보다 비교적 늦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채씨는 말차만의 문제라기보다 보스턴 외식 시장이 새로운 트렌드를 받아들이는 속도 자체가 뉴욕이나 캘리포니아보다 느린 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보스턴은 새로운 트렌드가 천천히 성장하는 시장이지만 소비자들이 한번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충성도가 높게 형성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바이채가 인기를 끌면서 보스턴의 말차 시장에 대한 관심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최근 보스턴에서는 바이채를 비롯해 미즈 말차(Mizu Matcha), 말차 카페 마이코(Matcha Cafe Maiko), 쿄 말차(Kyo Matcha), 노무(Nomu), 루시 앤 제인(Lucy & Jane), 준비(Junbi) 등 말차를 핵심 메뉴로 내세운 브랜드와 팝업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렉싱턴에 거주하는 한인 현모씨는 지난 주말 아내와 함께 브루클라인에서 열린 말차 팝업을 찾았다. 대기 행렬이 길지 않아 바로 음료를 구입할 수 있었지만 한 잔에 9달러라는 가격은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다만 말차의 맛에는 만족했다고 전했다.
보스턴 지역 말차 전문점 수를 공식적으로 집계한 통계는 아직 없다. 새롭게 등장하는 브랜드 중 상당수는 젊은 창업자들이 운영하며, 정식 매장을 열기 전에 팝업을 통해 메뉴와 브랜드의 시장성을 검증하고 있다.
채씨는 “보스턴에서는 정식 매장을 열기 위한 허가와 행정 절차가 느리고 복잡한 부분이 있다”며 “처음부터 큰 자본을 투자하기보다 팝업으로 고객 반응을 확인하는 것이 훨씬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말했다.
팝업은 소비자들에게도 한정된 기간에만 접할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행사 장소와 메뉴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공유되면서 긴 대기 행렬 자체가 다시 홍보 콘텐츠가 되는 구조다.
채씨는 바이채의 성장에 자신의 한국적 배경도 자연스럽게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문화를 외부에서 보고 의도적으로 브랜드에 적용한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 중학교 2학년 때까지 자라면서 형성된 감각과 가치관이 자연스럽게 브랜드에 들어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사람들이 좋은 음식을 함께 나누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메뉴와 공간, 서비스의 세부적인 부분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문화가 바이채에도 반영돼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바이채를 ‘한국 브랜드’라기보다는 “한국적인 배경을 가진 창업자가 미국에서 만든 미국 브랜드”라고 정의했다. 장기적으로는 특정 국가나 시장에 한정되지 않고 세계 소비자들이 즐기는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시키겠다는 구상이다.
보스턴의 한 대학에서 열린 팝업 행사에 줄을 선 학생들 일부는 2시간 가까이 기다려야 했다. (사진=데이비드 채)
사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개인 생활의 균형을 유지하고 여러 직원을 관리하는 일이다.
채씨는 “매장 개장을 준비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사업에 투자하다 보니 운동이나 개인적인 시간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어린 나이에 여러 사람을 관리하는 것도 힘들지만 동시에 가장 의미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뉴베리 스트리트 매장에서 월 16만 달러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매출 자체보다 사람들이 사랑하는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바이채는 앞으로 도시 곳곳에 숨어 있는 개인 창작자와 소규모 사업자들의 제품을 매장에 소개하고 이들의 이야기를 고객들과 공유하는 협업 플랫폼 역할도 할 계획이다.
그의 계획은 말차 매장 하나에서 끝나지 않는다.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등 미국의 다른 도시뿐 아니라 세계 시장으로 바이채를 확장하고, 장기적으로 현대적인 카페와 외식 브랜드를 개발·운영하는 호스피탤리티 매니지먼트 그룹(Hospitality Management Group)을 설립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채씨는 “여러 브랜드를 통해 사람들에게 좋은 음식과 좋은 서비스, 그리고 기억에 남는 경험을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람들의 기억에 좋은 경험을 심는 것, 그것이 21세 청년이 던진 사업 성공의 메시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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