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관세, 결국 미국인이 낸다…“외국이 부담한다”는 트럼프 주장과 정반대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보스톤 작성일 26-01-20 11:00본문
(보스턴=보스톤코리아) 한새벽 기자 = 미국의 관세 정책이 실제로는 외국이 아니라 미국 소비자와 기업의 부담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반복해온 “관세는 외국이 낸다”는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으로, 최근 재점화되고 있는 미·유럽 간 무역 갈등과 그린란드 문제를 둘러싼 외교 협상에서도 미국의 협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9일 독일 킬 세계경제연구소(Kiel Institute for the World Economy)가 발표한 최신 연구를 인용해, 2024년 1월에서 2025년 11월까지 약 4조 달러 규모의 글로벌 교역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미국이 인상한 관세 부담의 96%를 미국 소비자와 수입업체가 떠안았고, 해외 수출업체가 가격 인하를 통해 흡수한 비중은 4%에 불과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년간 관세를 재정 수입 확대와 외교 압박 수단으로 적극 활용해 왔으며, 미국 경제가 비교적 견고한 성장세와 완만한 물가 상승률을 유지해온 점을 근거로 관세 효과를 자찬해왔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관세의 실질적 영향이 시간이 지날수록 미국 내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줄리안 힌츠 독일 빌레펠트대 경제학 교수는 “관세를 통해 외국이 미국으로 부를 이전한다는 개념은 성립하지 않는다”며 “지난해 약 2천억 달러에 달하는 추가 관세 수입은 거의 전적으로 미국인이 지불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구조가 중장기적으로 미국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독일 연구 결과는 예일대 예산연구소(Budget Lab)와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경제학자들의 최근 분석과도 일치한다. 이들 역시 관세 비용의 대부분이 외국 생산자가 아닌 미국 내 수입업체와 유통업체,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관세는 무역량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 수출업체들은 가격을 유지하는 대신 미국으로의 수출 물량을 유럽연합, 캐나다, 호주와 비교해 18%에서 24%까지 줄였다. 이는 관세가 외국 생산자에 대한 ‘세금’이 아니라 미국 내 소비에 부과되는 ‘소비세’와 유사한 효과를 낳고 있음을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 정책은 최근 그린란드 편입을 압박하는 과정에서도 핵심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WSJ는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분석을 인용해, 만약 유럽에 대한 추가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유로존 경제성장률이 0.2%에서 0.5%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해외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서 가격을 낮추지 않는 이유로 연구진은 대체 시장 확보,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 50% 이상에 달하는 일부 품목의 관세율로 인한 수익성 악화, 그리고 미국 수입업체와의 장기 거래 관계 등을 꼽았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미국 기업들이 새로운 공급선을 확보할 경우, 해외 수출업체가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게 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힌츠 교수는 “관세 비용의 귀속 구조는 고정돼 있지 않다”며 “시장 경쟁 구도가 바뀌면 부담 주체 역시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