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가정 전기, 2024년 요금미납으로 1,340만 차례 공급 중단
WP, 첫 연방 통계 공개… 저소득층 에너지 부담 심각성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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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보스톤 작성일 26-04-27 12:13본문
미국에서 전기요금을 내지 못해 전기가 끊긴 사례가 2024년 한 해 1,340만 차례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천연가스 공급 중단도 170만 차례에 이르렀다. 그동안 전국 단위로 집계되지 않았던 전기·가스 차단 실태가 처음 공개되면서, 미국 가정의 에너지 비용 부담이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한 연방 자료에 따르면, 전력회사는 2024년 미국 가정의 전기 공급을 1천340만 차례 중단했으며, 가스 공급 중단은 170만 차례 발생했다. 이 수치는 의회가 2023년 관련 자료 수집을 의무화한 뒤 처음 공개된 전국 단위 통계다.그동안 미국의 약 절반에 해당하는 주에서는 전력회사나 가스회사가 고객의 공급 중단 사례를 공개적으로 집계할 의무가 없었다.
전기나 가스 차단은 보통 고객이 요금을 장기간 내지 못했을 때 마지막 단계로 이뤄진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얼마나 많은 가정이 열, 조명, 냉장 등 기본 생활에 필요한 에너지 공급을 잃는지는 정확히 알기 어려웠다.
의회에 자료 공개를 요구해 온 환경단체 생물다양성센터(Center for Biological Diversity)의 진 수 연구원은 당초 공개 자료가 있는 주를 기준으로 2024년 전기 차단을 약 900만 건으로 추정했지만, 실제 수치는 1,300만 건을 넘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알고 있던 기존 자료를 기준으로 볼 때, 이번 숫자는 예상보다 훨씬 나쁘다”고 말했다.
이번 통계는 트럼프 행정부가 저소득층 에너지 지원 프로그램인 리히프(LIHEAP)를 폐지하자고 다시 제안한 직후 나왔다. 리히프는 저소득층 가정이 전기와 천연가스 요금을 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40억 달러 규모의 연방 프로그램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기존 소비자 보호 장치가 있기 때문에 프로그램이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의회는 과거에도 이 프로그램 삭감을 거부해왔다.
전기 차단은 특히 남부 지역에서 많았다. 워싱턴포스트 분석에 따르면 오클라호마주는 고객 10명당 3건꼴로 전기 차단이 발생해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다만 같은 고객이 여러 차례 차단됐을 수 있어 실제로 30%의 가정이 전기를 잃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텍사스, 플로리다, 앨라배마, 루이지애나, 테네시, 미시시피, 아칸소도 전기 차단이 빈번하게 발생한 주였다.
전문가들은 남부 지역의 높은 차단율이 낮은 소득, 높은 빈곤율, 최근 급등한 에너지 가격, 긴 여름철 냉방 수요, 그리고 상대적으로 약한 소비자 보호 장치가 겹친 결과라고 분석했다. 특히 무더운 여름에는 에어컨 사용이 생존과 직결되지만, 일부 주에서는 여름철 전기 차단을 막는 규정이 충분하지 않다.
문제는 2024년 이후 상황이 더 악화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미국 전기요금은 2025년 한 해 11% 이상 올랐으며, 이는 전체 물가상승률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일부 주에서는 전기요금 인상 폭이 더 컸다. 전국소비자법센터(National Consumer Law Center)의 존 하왓 에너지 분석가는 “2024년 숫자도 나쁜 상황이지만, 지금은 더 나빠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기 공급 중단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생활과 건강을 위협한다. 전기가 끊기면 냉난방을 유지하기 어렵고, 냉장고 안 음식이 상하며, 휴대전화와 의료기기, 온라인 수업과 재택근무도 영향을 받는다. 특히 장애인, 노인, 어린이가 있는 가정은 전기 차단의 위험이 더 크다.
워싱턴포스트는 디트로이트에 거주하는 36세 여성 나디아 하산의 사례도 소개했다. 뇌성마비를 갖고 있는 그는 최소 세 차례 전기가 끊긴 경험이 있으며, 매번 일주일 이상 전기 없이 지냈다. 그는 온라인으로 학교를 다니고 위기 상담 문자 서비스 일을 하고 있지만, 전기가 끊기면 학업과 일을 모두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연방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전기요금을 내지 못한 고객에게 발송된 최종 경고장은 거의 9,500만 건에 달했다. 천연가스 고객에게 보낸 최종 경고장도 2,700만 건이었다. 대부분의 고객은 실제 차단 전에 요금을 납부했지만, 이 숫자는 미국 가정의 에너지 불안정이 얼마나 광범위한지를 보여준다.
소비자 보호단체들은 이번 통계를 계기로 전기요금 인상, 전력회사 수익, 경영진 보수, 그리고 전력회사가 고객의 전기를 끊을 수 있는 권한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에너지정책연구소(Energy and Policy Institute)의 조너선 김 연구원은 “전체 시스템이 소비자의 지불 능력을 더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전력회사 업계를 대표하는 에디슨전기연구소(Edison Electric Institute)는 주 정부가 성급하게 새로운 소비자 보호 규정을 도입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 단체는 고객의 서비스 중단에는 여러 이유가 있으며, 전력회사들이 개별 고객의 상황에 맞춰 요금 관리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매사추세츠는?
매사추세츠는 이번 통계에서 거론된 남부 주들과 달리 비교적 두터운 보호망이 있다. 매사추세츠 공공유틸리티부(Department of Public Utilities, DPU)는 매년 동절기에 단전 금지 명령(Winter Moratorium)을 운영해 왔으며, 2025-2026 동절기에는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LIHEAP 자금 지급이 늦어진 점을 고려해 시행 시점을 평소보다 앞당기고 종료 시점도 늦췄다. 적용 기간은 2025년 10월 27일부터 2026년 4월 1일까지였다. 이 기간 동안 저소득 가구는 전력회사에 '재정적 어려움(financial hardship) 확인서'를 제출하면 전기·가스가 끊기지 않도록 보호받을 수 있다. 다만 이 보호는 자동으로 적용되지 않고 본인이 신청해야 한다.
매사추세츠의 리히프(LIHEAP)는 홈에너지지원프로그램(Home Energy Assistance Program, HEAP)으로 불린다. 매사추세츠 정부에 따르면 매년 약 15만 가구, 30만 명 이상이 이 프로그램의 도움으로 겨울 난방비를 해결한다. 2025-2026 난방 시즌은 2025년 11월 1일부터 2026년 4월 30일까지이며, 자격은 가구원 18세 이상 전원의 총소득 기준 매사추세츠 추정 주(州) 중위소득의 60% 이하(4인 가족 기준 $99,757 이하)인 가구에 주어진다. 자가 거주자뿐 아니라 세입자도 신청할 수 있고, 난방비가 임대료에 포함된 경우에도 신청 가능하다. 매사추세츠는 자산 보유 한도가 없어 부동산이나 저축이 일정 금액 이상이라는 이유로 자격이 박탈되지 않는다. 신청은 온라인 HEAP 포털(mass.gov/info-details/learn-about-home-energy-assistance-heap), 지역 기관 방문, 우편으로 가능하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보고서에서 단전이 가장 많이 발생한 달이 10월이었다고 전했다. 일부 주가 한여름 단전을 금지하기 때문에, 그 보호 기간이 끝나는 10월에 차단이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여름철 단전 금지 규정이 없는 주에서는 오히려 여름에 단전이 가장 많았다. 또 많은 주가 가스의 경우 겨울철 단전을 금지해 사람들이 추위에 노출되지 않도록 한다. 이번 통계는 미국의 에너지 부담이 단순한 공과금 문제가 아니라 주거 안정, 건강, 노동, 교육과 연결된 생활 위기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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