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청소로봇의 상징 아이로봇을 몰락으로 이끌었나
우연한 행운, 결코 전략의 부재를 구해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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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보스톤 작성일 26-01-22 17:38본문
(보스톤=보스톤코리아) 장명술 기자 = 20년전 MIT에서 군사용 로봇을 개발한 것은 혁신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던 혁신의 상징, 첨단 가정용 로봇이란 수식어를 달고 있는 아이로봇(iRobot)의 성공은 단순히 혁신으로 출발하지 않았다. 어찌보면 광고회사의 광고 한편이 가져다 준 행운으로 출발했다.
1990년 출발해 2002년 룸바를 출시했던 아이로봇사는 2003년 연말 쇼핑 시즌에 창고에서 먼지만 쌓일 정도로 위기를 맞았었다. 사내에서는 ‘망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팽배했다고 전해진다.
그때 한 편의 TV 광고가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코미디언 데이브 샤펠이 등장하는 펩시콜라 광고였는데, 룸바와 흡사한 로봇이 그에게 달려들어 바지를 훔쳐 가는 장면이 나왔다.
펩시콜라를 위한 광고는 룸바를 위한 광고로 뒤바뀌었다. 룸바 판매량은 하룻밤 사이 세 배로 뛰었고, 이 기계는 이 행운에 힘입어 문화적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아이로봇의 가치 전환점은 회사의 전략이 아닌 ‘우연한 소품’, 광고 대행사 BBDO의 TV광고 아이디어였다는 것이다.
행운은 계속 이어지지 않는다.
초기부터 아이로봇의 사업 전략에는 결함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행운으로 큰 보상을 얻게 된 이 회사는 명확한 제품 전략을 수립하지 못했다. 명확한 소비자 시장에 관한 로드맵과 제품 포트폴리오의 부재가 문제였다. 말하자면 기술은 보유했지만 회사의 비전이 없이 잘팔리는 제품 하나에 의존한 경영진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
테슬라의 경우 약간의 허풍이 들어가 있지만 일론 머스크의 뚜렷한 비전과 끊임없는 혁신으로 이 시대 첨단 혁신기업의 아이콘으로 도약한 것과 명확한 대조를 이룬다.
아이로봇의 출발
보스턴글로브에 따르면1990년 아이로봇을 설립한 엔지니어들, 즉 MIT교수 로드니 브룩스와 그의 제자였던 앵글, 헬렌 그라이너는 어떤 종류의 로봇을 만들게 될지조차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은 로봇을 만드는 더 나은 방법을 찾아냈다.
이 팀은 ‘벽에 부딪히면 180도 회전한다’, ‘직선으로 이동한다’와 같은 사전 프로그래밍된 행동 집합을 특징으로 하는 스마트한 제어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저가 마이크로프로세서가 센서 데이터를 바탕으로 상황에 맞는 행동을 선택하는 방식이었다. 이를 통해 저렴하면서도 방 안을 스스로 돌아다닐 수 있는 로봇을 만들 수 있었다.
브룩스는 “우리는 하지 말아야 할 전형적인 일을 했다”며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고민하기보다 기술이 있으니 회사를 차리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수익성 있는 제품을 만드는 데는 12년이 걸렸다. 첫 성공작은 9·11 테러 이후 세계무역센터 잔해를 수색했던 군사용 로봇 ‘팩봇’이었다.
그러나 아이로봇이 진정한 길을 찾은 것은 1996년 가정용품 회사 SC존슨과 대형 로봇 바닥 청소기를 공동 개발하면서였다. 1999년 SC존슨이 이 제품에서 손을 떼었을 때, 엔지니어들은 이미 많은 문제를 해결해 놓은 상태였다.
이후 엔지니어 조 존스와 폴 샌딘은 훨씬 작은 가정용 로봇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월풀과 지멘스 같은 기업들이 수십 년간 시도해 왔던 개념이었지만, 저가 마이크로칩의 등장으로 현실성이 생겼다.
두 사람은 상사였던 윈스턴 타오에게 3일과 2,000달러만 달라고 요청했고 타오는 2주와 1만 달러를 허락했다. 이렇게 ‘더스트버니’라는 프로토타입이 만들어졌다.
더스트버니는 잘 작동했지만, 소비자용 제품으로 완성되기까지는 거의 3년이 걸렸다. 2001년 스웨덴 가전업체 일렉트로룩스가 ‘트릴로바이트’라는 유사 제품을 먼저 출시했지만 가격은 1,500달러였다. 반면 아이로봇의 제품, 이제 ‘룸바’로 이름 붙여진 이 기계는 200달러에 불과했다.
룸바는 첫해에 20만 대가 팔렸고, 2004년에는 누적 100만 대를 넘어섰다. 이름 자체가 로봇 청소기의 대명사가 됐다. 핵심 기술은 특허로 보호돼 있었고, 아이로봇은 향후 20년 동안 비전과 새로운 전략 혁신을 추구할 수 있는 시간을 보장받게 됐다.
그러나 아이로봇 경영진은 엔지니어로 출발, 구성된 조직이었으나 먼저 했던 일은 룸바의 핵심 개발 팀 해체였다.
룸바 개발팀 출신들은 아이로봇이 자신들을 더 잘 대우했다면 훨씬 더 많은 것을 해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프로젝트 매니저였던 윈스턴 타오는 “나는 해고됐고, 나머지 모두는 강등됐다”고 회상했다.
기계 엔지니어 엘리엇 맥,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필 매스 같은 팀원들은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꼈고 곧 회사를 떠났다.
현재 영상 제작 소프트웨어 업체 라이트크래프트의 최고경영자인 맥은 “창업자들이 사실상 모든 공을 가져갔고, 우리에게는 재정적으로 특별한 보상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주식 보상으로 받은 것은 보스턴 교외 어딘가의 평범한 집 다운페이먼트 정도에 불과했다”고 덧붙였다. 다른 팀원들은 그보다도 적은 보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최근 룸바에 관한 책을 낸 존스는 “아이로봇은 새로운 것을 만들기보다는 이미 가진 것을 착취하려 한다”고 느끼며 4년 뒤 회사를 떠났다.

다음 핵심 제품의 개발 실패
초기 성공이후 10년을 허비한 아이로봇은 뒤늦은 2010년 이후 연구개발에 약 14억 달러를 투입했고, 일부 성과도 있었다.
룸바는 스스로 먼지통을 비우게 됐고, 장애물을 피하고 집 구조를 지도처럼 인식할 수 있도록 카메라를 달았다. 바닥을 물걸레질하는 로봇도 개발해 고급형 룸바에 통합했다.
하지만 빗물받이 낙엽을 치우는 로봇 ‘루지’는 실패작이었고, 수영장 청소 로봇 역시 성공하지 못했다.
아이로봇은 2019년 초 유망 분야였던 ‘테라’ 잔디깎이를 공개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감소를 이유로 2020년 프로젝트를 취소했다. 대표적인 경영진의 헛발질이었다. 현재는 중국 로봇 청소기 업체들을 포함한 여러 기업이 로봇 잔디깎이를 출시하고 있다.
한 분석업체는 이 시장이 2032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24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실제로 필자는 테라 공개이후 아이로봇이 주식을 구매했다. 기대에 한 때 주가는 100달러를 넘어 가기도 했다. 그러나 프로젝트 취소와 더불어 전량 매도했었다.
헤지펀드의 압박 ?
매사추세츠주 연방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렌을 비롯한 기업 지배구조 비판론자들은, 아이로봇이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압박에 굴복해 스스로를 해쳤다고 지적한다. 레드 마운틴 캐피털 파트너스의 윌렘 메스다흐는 군사용 로봇 사업 매각과 대규모 자사주 매입을 요구했는데, 이는 투자자들에게는 이익이었지만 회사의 미래 경쟁력을 약화시켰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로봇은 또 다른 획기적인 제품 없이 가정용 로봇 개발에 막대한 돈을 쏟아부었고, 사실 이 문제는 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였다. 설거지나 세탁처럼 다른 가사 노동은 너무 복잡하고 휴머노이드 로봇이 아닌 경우 감당할 수 없으며 아직까지 저렴한 로봇으로 구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바닥 청소가 한계였던 것이다.
특허 만료와 경쟁력 우위 부재
아이로봇이 다음 히트작을 찾아 헤매는 사이, 2000년대 초 출원된 룸바 핵심 특허들이 만료되기 시작했다. 중국 경쟁사들은 이미 준비돼 있었다.
아이로봇은 수백 건의 특허를 출원하고, 니드햄 기반의 샤크닌자 같은 경쟁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벌이며 지식재산권을 강력히 보호해 왔다.
필 매스는 “10년, 15년 동안 사실상 경쟁자가 없었다”며 “그만큼 앞서 있었는데, 그 우위를 더 잘 지키지 못한 것이 놀랍다”고 말했다.
하지만 에코백스, 로보락 같은 중국 제조사들은 단순 모방에 그치지 않았다. 이들의 제품은 더 저렴하면서도 종종 더 뛰어난 기술을 갖췄다.
예를 들어 룸바는 방 안을 이동하는 데 전적으로 카메라에 의존했지만, 중국 업체들은 훨씬 정밀한 레이저 기반 시스템을 도입했다. iRobot이 레이저 내비게이션을 도입한 것은 불과 지난해의 일이었다.
그때쯤 회사는 이미 심각한 출혈 상태였고, IDC에 따르면 2025년 2분기 기준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은 10퍼센트 미만으로 떨어졌다.
아마존과의 인수 협상 실패
아마존 인수는 파산을 피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그러나 유럽연합의 반독점 규제 당국은 아마존이 로봇 청소기 시장을 지배하는 것을 반대했다. 이에 힘을 실어준 것은 엘라자베스 워렌 상원 의원과 당시 조 바이든 대통령이었다. 이로 인해 시장은 결과적으로 중국 기업들이 지배하게 됐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가 마지막 일격을 가했다. 아이로봇의 중국 계약 제조사는 생산의 상당 부분을 베트남으로 옮겼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베트남산 제품에 대규모 관세를 부과한 것이다. 아이로봇은 이로 인해 2025년에만 2,300만 달러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아이로봇의 파산 신청서에서 관세를 주요 원인으로 명시돼 있다. 경영진의 비전과 전략 부재가 문제였다고 쓸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지난해 12월, 매출 급감과 막대한 재정 손실 속에서 이회사는 연방 파산법 11조에 따른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중국과 베트남에서 룸바를 생산해 온 선전 피시아 로보틱스에 남은 자산을 매각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아이로봇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브랜드에는 여전히 가치가 있고, 선전 피시아 로보틱스는 ‘룸바’ 이름으로 청소기를 계속 판매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수년간 룸바를 생산해 왔고, 기술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 생산을 해외로 이전함으로써 아이로봇을 비롯한 많은 미국 기업들은 중국 기업들에게 미국 파트너를 모방하고 결국 대체하는 방법도 가르쳐 준 셈이 됐다.
또 아이로봇은 실패의 교훈으로도 계속 살아남을 것이다. 기업이 어떻게 실패할 수 있는지 돌아보는 반면교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