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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첨단기술 없이도 부자 된다… ‘동네 사업’들도 새로운 부의 사다리

핫도그·배수로·구급차 청구 대행 등 평범한 업종에서 거액 자산가 탄생

“아메리칸 드림 살아 있다”는 분석…출발선 격차와 생존자 편향은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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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거액의 부를 축적하는 길은 명문대를 졸업해 월스트리트나 실리콘밸리에 진출하는 것이 아니라, 의외로 평범한 사업체를 소유하는 데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식당과 자동차 판매점, 냉난방 설비, 배수로 제조, 의료비 청구 대행처럼 일상생활에 필요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체들이 미국 곳곳에서 새로운 부자들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학자인 에릭 즈윅과 오언 지다는 9월 4일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에서 이들을 ‘에브리웨어 밀리어네어(Everywhere Millionaires)’라고 불렀다. 뉴욕과 샌프란시스코의 유명 억만장자가 아니라, 전국의 크고 작은 도시에서 오랜 기간 사업을 키워 막대한 자산을 형성한 기업가들을 뜻한다. 기사는 두 경제학자의 저서 『에브리웨어 밀리어네어』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시카고의 핫도그 체인 포틸로스 창업자 딕 포틸로다. 그는 핫도그를 조리하는 방법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던 1963년, 1,100달러를 들여 작은 가게를 열었다.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그는 고등학교 졸업 뒤 해병대에서 배운 조직관리와 훈련 방식을 사업에 활용했다.


작은 핫도그 상점은 반세기 뒤 직원 4,000명을 둔 미 중서부 최대 규모의 비상장 외식기업으로 성장했다. 일부 매장의 연간 매출은 일반적인 맥도널드 매장의 약 3배인 900만달러에 달했다. 포틸로는 2014년 회사를 약 10억달러에 매각했다.


이 같은 사례가 주목받지 못하는 것은 사업이 지나치게 평범하기 때문이라고 WJ는 밝혔다. 첨단기술이나 획기적인 발명도 없고, 사업체가 증시에 상장되지도 않는다. 수십 년에 걸쳐 서서히 성장하기 때문에 언론의 관심을 받을 만한 극적인 순간도 많지 않다.


그러나 두 경제학자는 이들이 예외적인 성공담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연방준비제도의 소비자금융조사(Survey of Consumer Finances)를 분석한 결과, 미국에는 이 같은 부유한 사업가가 약 300만명 있으며 이들의 자산은 모두 65조달러가 넘는다는 것이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해도 1억달러 이상의 자산을 가진 사업체 소유자는 2001년 이후 4배 이상으로 늘었다.


미국 민간기업 지분가치 31조달러 가운데 약 절반도 금융이나 첨단기술이 아닌 이른바 ‘메인스트리트 업종’에서 나온다. 1억달러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가구 가운데서도 약 3분의 1은 상품을 만들거나 운반하고, 시설을 수리·설치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체를 소유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미국에서 부를 형성하는 핵심 수단의 하나가 기업의 소유권임을 보여준다. 직장인은 자신의 노동에 대한 임금을 받지만, 사업주는 기업이 성장하면서 발생하는 이익과 기업가치 상승을 함께 보유한다. 사업 초기에는 소득이 불안정하고 위험도 크지만 사업이 일정 규모를 넘어서면 개인의 노동시간보다 조직과 자본,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매출이 부를 만들어낸다. 


특히 화려하지 않지만 반드시 필요한 사업은 경기 변화와 유행에 덜 민감할 수 있다. 구급차 이용료 청구를 대행하는 회사, 산업용 계측기를 정비하는 업체, 보트 덮개 제조사처럼 대중에게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기업도 안정적인 거래처와 반복 매출을 확보하면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평범한 업종이라고 혁신이 없는 것도 아니다. 다만 이들의 혁신은 세상을 단숨에 바꾸는 발명보다 조리법과 품질, 직원교육, 고객서비스와 매장 운영을 조금씩 개선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미시시피주의 에이비 월터스는 컴퓨터과학 분야의 직업을 떠나 건물의 빗물을 흘려보내는 이음매 없는 배수로를 제조·설치하는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가 세운 세녹스는 현재 직원 약 350명과 연매출 약 5,000만달러 규모의 회사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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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체인 버키스를 세운 아치 애플린 3세도 처음부터 대기업을 만들겠다는 계획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취업하지 못해 텍사스의 작은 편의점을 열었지만, 깨끗한 화장실과 바비큐, 독특한 캐릭터 상품을 결합해 미국 남부를 대표하는 초대형 주유소·편의점 체인으로 키웠다.


2025년 약 10억달러에 매각된 데이브스핫치킨은 이러한 기회가 과거에만 존재했던 것은 아니라는 사례다. 친구 3명이 900달러를 모아 로스앤젤레스의 주차장에서 시작한 치킨 판매점은 8년 만에 300곳 이상의 매장을 둔 기업으로 성장했다.


두 경제학자는 이를 근거로 명문대 학위나 높은 시험점수가 사업 성공의 필수조건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상위 10%의 시험성적을 기록한 사람이 중간 수준의 성적을 가진 사람보다 성공적인 기업을 창업할 가능성은 1.3배 높은 데 그쳤다. 학업성적보다 실제 근무 경험과 가족 사업을 일찍 접한 경험이 더 중요하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상속이 미국 부의 거의 전부를 결정한다는 통념에도 이들은 이의를 제기한다. 500만달러 이상의 자산을 가진 사업주 가운데 회사를 물려받은 사람은 약 4분의 1에 불과했다. 상위 1% 가정의 자녀 가운데 약 40%는 성인이 된 뒤 소득 기준 상위 20%에서 벗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은 물려줄 수 있어도 사업을 운영하는 능력과 끈기까지 자동으로 상속되지는 않는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 분석을 아메리칸 드림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열려 있다는 증거로 받아들이는 데는 주의가 필요하다.


두 경제학자의 연구에서도 부유한 가정의 자녀가 가난한 가정의 자녀보다 성공적인 사업을 시작할 가능성이 6배 높았다. 부유한 부모는 창업자금뿐 아니라 실패를 견딜 수 있는 생활비와 신용, 교육, 인맥, 사업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성공한 창업자 가운데 가난하거나 중산층 출신의 숫자가 더 많은 것은 이들이 성공할 확률이 높아서가 아니라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함께 봐야 한다.


‘사업체를 상속받지 않았다’는 사실도 부모로부터 아무런 도움을 받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다. 주택이나 금융자산을 상속받거나, 가족의 자금과 보증을 활용해 사업을 시작한 경우까지 자수성가로 분류될 수 있다. 


무엇보다 성공한 몇몇 기업의 사례만으로 자영업 전체를 부자가 되는 통로로 볼 수는 없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신생 사업체의 약 15∼29%는 첫해를 넘기지 못했으며, 2013년 설립된 민간 사업체 가운데 10년 뒤에도 운영된 곳은 34.7%에 불과했다. 포틸로스와 데이브스핫치킨 같은 성공 사례 뒤에는 문을 닫은 수많은 식당과 소매업체가 있다. 평범한 사업이 거대한 부를 만들 수 있다는 것과 평범한 사업자가 거대한 부를 만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그럼에도 이번 분석은 미국 경제와 부의 형성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힌다. 미국의 부자는 월스트리트 금융인이나 실리콘밸리 창업자, 거액을 상속받은 재벌 2세만이 아니다. 지역사회에서 고객의 불편을 해결하고 직원을 고용하며 수십 년 동안 이익을 재투자한 사업주들도 미국 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인공지능이 일자리와 부를 소수의 기술기업에 집중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시대에도 사람의 손으로 만들고 고치고 운반하고 대면 서비스해야 하는 일은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기술을 활용해 이런 사업의 생산성과 고객관리를 개선하는 기업가에게 새로운 기회가 생길 수 있다.


결국 ‘에브리웨어 밀리어네어’가 보여주는 아메리칸 드림은 누구나 쉽게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약속이 아니다. 명문대 학위나 첨단기술이 없어도, 사람들이 반복해서 돈을 지불할 만큼 필요한 일을 찾아 오랫동안 개선하고 그 사업의 소유권을 유지한다면 부를 축적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다만 그 기회를 현실로 바꿀 수 있는 조건은 출발선에 따라 크게 다르다. 따라서 일부 성공 사례를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성공 공식으로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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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장명술 편집장 [email protected]
장명술은 보스톤코리아 발행인 겸 편집장이다. 2005년 보스톤코리아를 창간해 22년째 보스턴·뉴잉글랜드 한인사회의 뉴스를 취재·보도하고 있으며, 한인사회·정치·경제 분야를 주로 다룬다. 그가 이끄는 보스톤코리아는 2024년 미국 로컬 뉴스 지원 이니셔티브 프레스포워드(Press Forward)의 공모(Open Call) 지원 대상 매체에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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